야간·휴일에 어린이병원 가기 힘들듯…소아진료 붕괴 조짐
야간·휴일에 어린이병원 가기 힘들듯…소아진료 붕괴 조짐
  • 임지영 기자
  • 승인 2023.06.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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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아동병원협회 조사…아동병원 71.4% “진료시간 단축 계획”
아동병원들 “소아과의사 부족으로 야간·휴일 진료 축소 불가피”
의사들 “국무총리 산하 ‘소아필수의료 살리기 특별위원회’ 구성”
대한아동병원협회 박양동 회장(앞줄 가운데)과 임원진이 9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어린이 진료시스템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아동병원협회 제공)
대한아동병원협회 박양동 회장(앞줄 가운데)과 임원진이 9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어린이 진료시스템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아동병원협회 제공)

[베이비타임즈=임지영 기자] 앞으로 아이가 아프더라도 야간과 휴일에는 어린이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치료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아동병원 10곳 중 7곳이 평일 야간과 휴일 진료 시간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앞으로 2~3개월 이내에 야간·휴일 진료시간을 감축하겠다는 의료진은 10명 중 3명으로 조사됐다.

아동병원 대부분이 사실상 5개월 이내 야간·휴일 진료를 중단하거나 줄일 계획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9일 서울 용산구 용산드래곤시티호텔에서 ‘어린이 진료 시스템 정상화 방안’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아동병원 60여 곳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내용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앞으로 평일 야간과 휴일 진료시간을 감축하겠다는 응답이 71.4%에 달했다. 감축 예상 시점은 ‘3~5개월 내’라는 응답이 45.2%로 가장 많았고, ‘2∼3개월 내’ 감축을 예상하는 곳도 27.8%였다.

진료시간 감축 계획이 없다고 밝힌 곳은 28.6%에 그쳤다.

진료 시간을 감축하는 이유로는 ▲진료의사 수 감소(34.2%) ▲근무직원 이탈(32.9%) ▲응급 중증 환자 전원 어려움(24.1%) 등이 꼽혔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아동병원 의사가 이직한 비율은 58.3%였다. 3명이나 이직했다고 응답한 병원은 8.3%였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의사의 평균 연령 분포는 ▲30대 22% ▲40대 39% ▲50대 26% ▲60대 9% ▲70대 2%였다.

아동병원의 90%는 의사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이홍준 아동병원협회 정책이사는 “40대 이상 의사가 76%인데 이들이 언제쯤 그만두겠나? 금방이다. 그러면 누가 소아청소년과를 하려고 하겠냐”고 말했다.

국내 아동병원들은 특히 병원에서 일할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족해 평일 야간 및 휴일 진료를 운영하기 어려워 진료 시간 단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사 결과 올해 5월 기준 아동병원당 근무 의사 수는 평균 5명, 의사의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78시간으로 나타났다. 평일 야간과 휴일에 근무하는 의사는 4∼5명인 아동병원이 47.2%, 2∼3명인 아동병원이 38.9%로 조사됐다.

평일 야간 진료는 밤 9시까지 하는 아동병원이 32%로 가장 많았고, 저녁 7시가 20%, 오후 6시와 오후 11시가 각각 16%로 집계됐다.

휴일 진료는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오후 6시(35%) 또는 오후 1시(26%·28%)까지 하는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아동병원협회가 9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개최한 ‘어린이 진료시스템 정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아동병원협회 제공)
대한아동병원협회가 9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개최한 ‘어린이 진료시스템 정상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한아동병원협회 제공)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소아 의료 위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증환자가 응급실로 몰리는 과밀화를 막을 강제적 장치를 제도화하고, 비중증·경증 환자는 지역 아동병원과 일선 소아과가 맡을 수 있도록 의료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양동 아동병원협회장(창원 서울아동병원 병원장)은 “소아 의료 현장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부족한 인력은 충원되지 않고 악순환이 반복되는데 정부는 하드웨어 확대 정책에만 집중하고 근본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동병원협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이 있지만 업무가 과중하고 의료기관 경영이 어려워 소아 진료를 하지 않는 의사들이 많은데 이들을 돌아오게 할 제도 개편과 국민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며 “중장기적인 소아청소년과 인적 자원 충원 계획도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아동병원협회는 소아 진료 붕괴를 막고 소아필수의료 정상화 대책을 논의할 국무총리 산하 특별위원회 구성과 함께 의료사고면책 특례법, 어린이건강기본법 등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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