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산책] 육아휴직 후 다른 업무배치, 부당전직될 수도
[워킹맘산책] 육아휴직 후 다른 업무배치, 부당전직될 수도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12.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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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명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안진명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는 육아휴직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동조 제3항과 제4항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에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과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4항을 문언적 해석으로만 본다면 육아휴직을 마친 후 휴직 전과 같은 업무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제1심과 제2심 판결을 뒤집고 롯데마트 사례에서 육아휴직 복귀자를 이전과 다른 업무에 배치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2017두76005)했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은 육아휴직 근로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해 이를 알아보도록 한다.

대법원은 우선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3항의 ‘불리한 처우’란 육아휴직 중 또는 육아휴직을 전후하여 임금 그 밖에 근로조건 등에서 육아휴직으로 말미암아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불이익 전반을 의미하므로,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업무상 또는 경제상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하고, 복귀 후 맡게 될 업무나 직무가 육아휴직 이전과 현저히 달라짐에 따른 생경함, 두려움 등으로 육아휴직의 신청이나 종료 후 복귀 그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등 근로자로 하여금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육아휴직을 신청·사용함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정립했다.

대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4항에 따른 육아휴직을 마친 근로자를 복귀시키면서 부여한 업무가 휴직 전과 ‘같은 업무’에 해당한다고 보려면,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업무뿐만 아니라 실제 수행하여 온 업무도 아울러 고려해 휴직 전 담당 업무와 복귀 후의 담당 업무를 비교할 때 그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서 사회통념상 차이가 없어야 한다고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나아가 만약 휴직기간 중 발생한 조직체계나 근로환경의 변화 등을 이유로 사업주가 ‘같은 업무’로 복귀시키는 대신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하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사업주가 위와 같은 책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는 ①근로환경의 변화나 조직의 재편 등으로 인하여 다른 직무를 부여해야 할 필요성 ②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이 전체적으로 낮은 수준인지 ③업무의 성격과 내용·범위 및 권한·책임 등에 불이익이 있는지 ④대체 직무를 수행하게 됨에 따라 기존에 누리던 업무상·생활상 이익이 박탈되는지 ⑤동등하거나 더 유사한 직무를 부여하기 위하여 휴직 또는 복직 전에 사전 협의 기타 필요한 노력을 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롯데마트 사례는 육아휴직 전 ‘생활문화매니저’ 업무와 복귀 후 ‘냉동냉장영업담당’ 업무는 위 ‘같은 업무’ 판단기준에 따라 볼 때 같은 업무에 해당하기 어려우며, 근로자의 업무상 생활상 이익이 박탈하여 ‘실질적 불이익’이 발생했으며, 사업주는 대법원이 판시한 구체적 기준에 따른 책무를 다하지 못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제4항의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때 가장 큰 고심은 “휴직 전과 같은 일자리로 복귀할 수 있을지”, “복귀 후 내 책상이 있을까”이다. 위 대법원 판례는 남녀고용평등법상 육아휴직의 취지 및 현실적인 육아휴직 사용 근로자의 고심을 반영하여 사업주가 같은 업무 대신 같은 수준의 임금을 주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더라도 근로자에게 ‘실질적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본 판결이라고 평가된다.

<안진명 노무사 프로필>
- 홍익대학교 불문과/법학과 졸업 
- 現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 現 미래일터안전보건포럼 자문위원
- 前 노무법인 대양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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