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153명 사망…예고된 인재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153명 사망…예고된 인재
  • 김기태 전문기자
  • 승인 2022.10.3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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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뒤 최악 인명사고…10만명 운집 ‘안전 무대책’
다음달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 선포…실종신고 3천건 넘어
최성범 서울용산소방서장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참사’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성범 서울용산소방서장이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인파 ‘압사 참사’ 현장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베이비타임즈=김기태 전문기자] 핼러윈을 앞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일대에 10만명의 인파가 몰리면서 250여명의 사상자를 내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사상 최악의 압사 사고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의 안전관리 ‘무대책’이 사고를 더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로 30일 오후 4시 30분 현재 153명이 사망하고 103명이 다쳐 모두 25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상은 24명, 경상 79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외국인 사망자는 20명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쳐 모두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소방당국이 발표했으나 7시간 30분만에 사망자자 2명 늘고 부상자는 23명 더 늘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지난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인명피해 사고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어젯밤 핼러윈을 맞은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며 사고수습이 마무리될 때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다.

윤 대통령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 입은 분들이 빨리 회복되기를 기원한다”면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슬픔을 가누기 어렵다. 국정 최우선 순위를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담화문을 발표한 뒤 질의응답없이 곧바로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았으며, 이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 설치된 사고수습본부를 찾아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참사는 해밀톤호텔 옆 폭 4m 정도의 좁은 내리막길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뒤엉켜 밀리면서 상대적으로 버티는 힘이 약하고 체격이 작은 여성들에게 더 큰 피해로 이어졌다.

핼러윈을 앞둔 주말인 이날 밤 10만명 가량의 인파가 이태원 일대 골목마다 모여들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한 상태에서 한순간에 대열이 무너지면서 참사가 났다.

소방당국은 29일 오후 10시 15분께부터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사람이 깔려 호흡곤란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수십 건 접수했다.

당국은 이날 오후 10시 4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오후 11시 50분 대응 3단계로 격상하고 구급차 142대를 비롯해 구조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했다.

그러나 인파로 가득 찬 골목에 구급 차량과 인력이 진입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 구호가 늦어졌고, 그사이 인명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사고 직후 해밀톤호텔 앞 도로에는 수십 명이 쓰러진 채 심폐소생술(CPR)을 받았으며, 의료진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수십명이 사망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핼러윈을 맞은 이태원 일대의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2021년 핼러윈을 맞은 이태원 일대의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사고 목격자들과 인근 시민들은 1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고된 상태에서 경찰 배치·교통 통제 등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와 서울시 등의 ‘안이함’과 ‘무대책’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찰은 이날 불법 촬영과 마약 범죄 단속을 위해 경력 200명만 투입했을 뿐, 교통 통제나 질서 유지를 위한 경력 배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12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긴급브리핑에서 “예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면서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시민들은 SNS를 통해 “코로나19 거리두기 및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 이후 처음 열리는 핼러윈 축제에다 주말까지 겹치면서 엄청난 사람이 몰려들 것으로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교통 통제나 질서 유지 등 정부 당국이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 사고를 키웠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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