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이 초·중등 기초학력 저하 해결할 수 있을까?
디지털 기술이 초·중등 기초학력 저하 해결할 수 있을까?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09.2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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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기초학력 보장 및 실효성 있는 정책 제안 국회 토론회 개최
(사진=김정아 기자)
토론회는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사진=김정아 기자)

[베이비타임즈=김정아 기자] 지난 3월 「기초학력 보장법」이 시행되면서 교육부가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9월 말까지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인공지능과 정보교육 확대로 학생 맞춤형 개별지도가 이뤄지면 기초학력 보장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불어 심화된 교육격차의 해소 방안으로 디지털 역량 계발을 위한 디지털 소양교육 확대가 제시됐다.

이 같은 주장은 코로나19 이후 심각해지고 있는 기초학력 저하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국회 교육위원장이 주최하고 EBS가 주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교육부가 후원한 ‘디지털 시대, 기초학력 저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의 주제발표에서 제기됐다.

기초학력은 그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최소한의 성취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으로, 교과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필요한 읽기, 쓰기, 셈하기를 포함한 기초적인 지식 기능을 말한다. 교육부는 학년별 성취기준을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전수와 표집을 반복하며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통해 기초학력을 진단해 왔고, 교과 보충, 학습지원튜터링, 심리정서회복 지원 등의 솔루션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2016~2018년 진단 검사 결과 미도달 판정 표집학교 42.9%가 다섯 과목 중 두 과목이 미달로 나오는 듯 기초학력 저하가 지속돼왔다.

이런 가운데 2020, 2021년 코로나 상황에서 실시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모든 교과목의 1수준(기초학력 미달을 의미) 비율이 증가해 코로나로 인한 학습결손이 심각함을 확인했었다. 코로나로 일상 학교생활이 어려워지자 공교육의 형평화 기능이 멈추면서 더 심화된 것. 특히 온라인 원격수업 시 부모 돌봄 유무에 따른 학습결손 문제가 제기되면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사진=김정아 기자)
'디지털 시대의 초중등 기초학력 문제와 대응방향'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광주과학기술원 김희삼 교수 (사진=김정아 기자)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신종호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광주과학기술원(GIST) 김희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와 교육격차 및 기초학력 수준 저하를 심화시켰으며, 기초학력을 보장하기 위해 학생 수준에 맞는 개별 진단, 방과후학교를 활용한 학력 보완, 온·오프라인 혼합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다 정교한 개인별 맞춤 진단과 보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으로 교사의 피드백이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가장 큰 효과를 준다는 전제하에 동영상 강의의 반복학습을 활용한 온·오프라인 혼합교육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특히, AI 기반 혁신 교육 사례와 인공지능 기반 초등학생 영어 말하기 앱 EBS ‘AI 펭톡’의 사례를 들며 인공지능 기반의 비대면 쌍방향 교육이 계층 간, 지역 간, 학교 간 학습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전주교대 정영식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교육격차의 심화는 학생 및 지역간 디지털 격차의 심화로 인한 것”이며,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 함양과 학교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디지털 기술의 활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전남의 학교당 정보교과시수가 울산의 25%에 불과하는 등 지역간 정보 격차가 심하고, 학교에서 학습 목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비율은 OECD 30개국 중 29위다.

정 교수는 “초·중등 SW·AI 교육 필수화와 디지털 소양 교육 확대 등을 통한 디지털 역량을 함양하고, AI를 활용한 학습 지원, 취약계층 학생에 대한 에듀테크 콘텐츠 지원 및 에듀테크 멘토링 사업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야 교육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듀테크 콘텐츠 지원 사업의 경우 참여자의 만족도가 높고, 교육 격차 해소에 기여하며 읍면 지역에서 교육적 효과가 높았음을 강조했다.

(사진=김정아 기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격차 해소 방안' 주제발표를 하고 있는 전주교육대학교 정영식 교수 (사진=김정아 기자)

주제발표에 이은 토론회에서 참교육학부모회 이윤경 회장은 “디지털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코딩교육이 필수가 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해 주제발표와 다른 의견을 표했다. 디지털 시대에 학생이 갖춰야 할 문해력은 “원리를 아는 능력이고, 짧고 쉬운 말로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 알아야 하는,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역량이라고 설명했다.

유규오 EBS 학교교육본부장은 “23.4조에 육박하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사회경제적 격차를 없애 계층이동성을 높이기 위해 EBS가 개별학습지원과 자기주도성을 제공할 수 있는 AI학력진단-보정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보유하고 있는 15만개 이상의 교사 강의 또한 학교에서 교사의 보조교사롤 활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도 했다.

EBS 김유열 사장도 “EBS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반 세기 가까이 늘 교육 현장과 함께해 왔다”며, “방송과 인터넷, 모바일, 출판 등 모든 플랫폼과 콘텐츠를 총동원해 기초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5년 동안의 로드맵이 될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에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학력 진단과 보정 시스템이 반영될 수 있을지, 디지털 역량 함양을 위한 소양 교육 또한 적용될 수 있을지, 기초학력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된 원격수업으로 대표된 디지털교육이 교육격차 해소 해법으로 작용하기 위해서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없는지, 다양한 논의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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