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아동 청소년의 우울장애
[건강칼럼] 아동 청소년의 우울장애
  • 유경수 기자
  • 승인 2022.06.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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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열두 번째 건강이야기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재현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중학생 A는 작년부터 머리가 지끈거리는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힘들어 합니다. 두통이 심해서 어떤 때는 학교도 나가기 힘들어하고, 입맛이 없다며 식사도 하지 않고 누워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아 스마트폰을 하다가 엄마한테 혼나기도 했습니다. 병원에서 혈액 검사, 뇌 MRI 검사도 해보았지만, 특별히 이상소견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공부하기 싫어서 꾀병부리는 거 아니냐고 하시지만, A는 그저 이 상황이 짜증나고, 속상하기만 합니다.

학교에서, 집에서, 놀이터에서 천진난만하게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과연 아이들에게도 우울증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그 빈도는 낮지만 아이들 역시 우울증을 경험합니다. 2017년 4대 권역 (서울, 고양, 대구, 제주) 소아 청소년 정신질환 실태조사 결과, 약 2.5%가량의 아동 청소년이 상당한 수준의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또한, 고의적 자해(자살)은 지난 2010년 이후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를 계속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우울감이 찾아오는 이유는 정말 다양합니다. 친구관계, 부모님과의 관계, 학업 부담감, 외모와 옷차림, 경제적 어려움, 경쟁적 분위기, 학교폭력과 따돌림, 다양한 상처와 상실의 경험 등등. 아이들의 삶 속에도 크고 작은 스트레스는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이 겹쳐서 찾아올 때, 적절한 대처기술이 부족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주변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 생각이나 감정이 무시당하는 경험이 있을 때, 아이들 역시 우울해지고 고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코로나 19의 유행 이후, 친구와 어울리는 기회가 줄어들고 취미활동이 감소하면서 감정을 해소할 기회 또한 상당히 줄어들어 있는 상황도 크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우울증이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어른들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증상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정의 인식과 분화가 성인만큼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우울하다고 표현하는 대신 짜증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기분을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욕이 없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인해 부모님과의 다툼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기분의 변화와 동반되어 수면 장애나 식욕 저하는 흔히 나타납니다. 또한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두통, 복통, 가슴 두근거림, 과호흡 등 신체증상으로 우울감을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때로는 우울한 아이들이 학교 등교 거부, 자해행동, 스마트폰 과몰입, 술, 담배 등 물질 사용 등의 문제 행동을 보여 부모님을 애태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아이들의 우울증상은 성인과는 구분되는 특징을 지닙니다.

그렇다면 우울장애를 경험하는 아이들을 부모님들이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첫째, 아이들이 현재 경험하는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경청해주는 것입니다. 신체 증상이나 주의집중의 어려움, 등교거부 등은 마치 하기 싫은 일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오해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우울한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하여 행동 및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만큼, 미리 의도를 추정하거나 판단을 내리고 접근하기보다는 상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여 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둘째, 아이의 생각 혹은 감정을 읽어주려고 노력해 보세요. 때로는 고개를 끄덕여서 잘 듣고 있다는 표시 정도로도 좋습니다. 표현할 줄 아는 아이라면, 아이가 표현한 말을 그대로 사용해서 아이의 생각이나 감정을 그대로 읽어주셔도 됩니다.

(자녀) “엄마 아빠가 공부하지 않는다고 다그칠 때, 속상하고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 (부모) 그랬구나. 아까 그 상황에서 네가 속상했었고,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 같다는 생각을 했었구나.”) 만약 잘 표현하지 않는 아이라면, 아이의 입장에서 느끼거나 떠오를 수 있는 생각을 추측해서 부드럽게 물어봐 줍니다. (너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몰라주는 거 같아 섭섭했을 수 있겠다.)

셋째, 위험한 행동에 대해서는 한계를 설정하고 약속을 만들어 봅니다. 음주, 흡연, 자해행동 등과 같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행동을 조절하도록 요구합니다. 하지만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거나, 행동에 대한 불이익만을 강조하여 위협적으로 이야기하면 청소년들은 말문을 닫게 됩니다.

먼저 위험한 행동으로 인한 결과에 대해 걱정을 표현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숨에 행동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단계별로 목표를 나누어 행동조절 약속을 정합니다. 청소년의 경우 부모님께서 해결을 주도하기 보다는,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격려하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쌓게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울장애는 단순히 감기처럼 기분이 잠시 우울해졌다가 회복되는 질환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문가와의 상담, 약물 복용, 주변의 지지, 작은 변화의 실천을 통해서 조금씩 나아질 수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경우라면 언제든지 가까운 병의원, 정신건강복지센터, 전화 및 온라인 상담센터의 문을 노크하여 주십시오.

<서울성모병원 유재현 교수 프로필>

삼성서울병원 교육인재개발실 인턴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 박사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강사

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정회원

현) 아동정신치료학회 정회원

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진료조교수

<연구분야>

소아청소년정신의학, 뇌자기공명영상 분석, 빅데이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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