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우리 아이가 변비가 있는 것인가요?
[건강칼럼] 우리 아이가 변비가 있는 것인가요?
  • 유경수 기자
  • 승인 2022.05.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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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열한 번째 건강이야기
소아청소년과 류인혁 교수
서울성모병원 류인혁 교수
서울성모병원 류인혁 교수

아이들이 하루 또는 이틀에 한번 화장실에 가서 대변을 잘 보는 것.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변비가 있는 아이들의 부모에게는 얼마나 부러운 일인지 모른다. 어른들도 변비가 심하면 너무나 힘든데, 작은 아이들이 대변이 잘 나오지 않아서 끙끙거리거나 아파하고, 심한 경우에는 자꾸 팬티에 대변을 묻혀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안쓰럽다.

소아변비

변비는 대변이 굵고, 딱딱해 배변이 힘든 상태를 말한다. 변비가 심하면 직장에 차 있는 대변이 항문으로 새어 나오는 변지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복통을 동반한 변지림과 배변시 발생하는 통증은 소아 변비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아이들에게 변비와 변지림이 흔하게 있나요?

변비는 소아들이 겪는 가장 흔한 소화기 질환 중 하나로 적게는 3%, 많게는 10% 정도의 아이들이 변비를 겪게 된다. 다행히 신생아 시기의 심한 변비를 제외하고는 90~95% 이상이 다른 문제가 없는 기능성 변비이므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만 잘 한다면 장기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다. 
변지림은 1~7%의 아이들에게 발생하며 80~95% 이상이 변비가 원인이다. 보통 부모님들이 처음 변지림을 보게 되면 아이가 장염에 걸려 설사를 한다던가,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시기 쉽지만 사실 반복되는 변지림은 변비와 연관된 경우가 많다.

어느 정도면 변비라고 할 수 있나요?

사실 아이들이 다 다양한 것처럼 아이들마다 먹는 양, 활동하는 양도 다 다르고, 배변 기능의 차이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가 정상적인 배변이고, 어느 정도부터가 변비인지 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변비의 기준을 정해 놓았다.

<만성 변비의 정의>

1. 일주일에 2회 이하 배변
2. 일주일에 1회 이상 변지림
3. 변을 참는 행동
4. 굳은 변 또는 배변 시 항문 통증
5. 직장 수지 검사에서 직장에 커다란 변 덩어리
6. 딱딱하고 큰 변에 의한 변기 막힘

- 만 4세까지는 위의 내용 중 2가지 이상이 한 달 이상
- 만 4세 이상에서는 위의 내용 중 2가지 이상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적어도 두 달 이상

위의 증상이 한 달 또는 두 달 이상 있어야 만성 변비로 진단하기 때문에, 거꾸로 생각하면 증상이 한 달 이하로 짧은 기간 있는 경우는 식이 조절 또는 짧은 변비약 복용으로 해결 가능한 경우가 많다.

변비는 꼭 치료해야 하나요?

아이들 변비의 가장 흔한 원인을 생각해 보면 답이 될 수 있다. 정상적인 배변을 하던 아이들도 딱딱하고 큰 대변을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그때 항문에 심한 통증을 경험하게 되면 이후에 대변보는 것이 무서워져서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대변을 참으려고 하게 된다. 대변을 참으면 직장에 대변이 머물게 되고, 직장에서 대변의 수분을 흡수해서 대변은 더 딱딱해지고, 대변은 더욱 보기 힘들어진다. 이것이 오래 반복되면 직장의 벽이 늘어나면서 더 쉽게 변비가 발생하고, 직장에서는 정상적인 배변이 마려운 느낌 자체가 약해져 변비가 더욱 악화되어 만성 변비로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위의 진단 기준에 들어갈 정도의 심한 변비라면 이미 이 악순환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이고, 이 악순환을 끊어주지 않으면 변비가 더욱 악화되고 만성으로 진행된다. 또 반복되는 배변시의 통증도 아이들을 힘들게 하지만, 변비가 심해서 직장에서 대변이 넘쳐서 대변의 일부가 팬티에 묻게 되는 변지림 현상까지 발생한다면 아이의 스트레스는 상당히 클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니는 상황에서 이런 변지림이 반복된다면 아이가 받는 사회적 스트레스는 매우 크다. 실제로 아이들의 변비와 변지림에 의한 삶의 질 저하가 염증성 장질환이나 역류성 식도염 같은 심한 질환보다도 더 크다는 연구도 있다.

변비는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이 짧은 글에서 변비 치료를 다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간단히 이야기하면 변비약과 행동 조절, 식이 조절을 이용해 변비의 악순환을 끊어주는 것이다. 예전에는 물을 많이 먹는다던지, 섬유질이 많은 음식이나 보조 식품을 먹는 등의 식이 조절이 많이 강조되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만성 변비의 기준에 들어갈 정도의 변비에서는 식이 조절만으로는 효과가 부족하다.

따라서 적절한 변비약을 복용하면서, 충분한 야채, 과일, 곡물, 수분 보충도 하고, 식후에 변기에 5분 정도 앉는 습관을 들이는 등의 행동 조절까지 포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가 만성 변비가 있다면 적절한 소아과 진료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 

변비와 변지림, 특히 아이가 변지림을 반복하는 경우에는 부모님들께서 아이를 훈육해서 고치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마치 예전에 아이들이 오줌을 싸면 소금을 얻어오게 하면서 고치려고 했던 것처럼, 훈육을 하면 고쳐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변지림은 심한 변비에 의한 의도하지 않은 결과이지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아이를 잘 격려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변비를 이겨내고, 다시 정상적인 배변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변비가 있거나 의심되신다면 더 심해지기 전에 적절한 진료를 통해 진단하고, 치료해 악순환이 심해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류인혁 교수 약력>

-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수료

-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소화기영양분과 전임의

-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화기영양분과 전임의

- 현)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소화기영양분과 임상진료 조교수

- 현) 대한소아과학회 정회원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정회원

- 현) 소아소화기영양분과 세부전문의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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