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점심시간이 없는 어린이집 선생님들
[칼럼] 점심시간이 없는 어린이집 선생님들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12.12 10: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심환 어린이집안전공제회 안전예방국장 기고
김심환 어린이집안전공제회 안전예방국장

 

점심시간이 없는 선생님들을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연말이 되니 한동안 잊고 있었던 가슴 아린 기억이 떠오릅니다.

주간 회의로 길게 이어진 회의 끝에 “선생님, 하고 싶은 것이 있나요? 소원을 말해봐요”라고 물었습니다. 호기에 찬 원장의 물음에 한 선생님께서 “한 번이라도 외출해서 점심 먹고 싶어요. 회사원들처럼 목에 네모난 이름표 걸고 손에 지갑 들고 ‘오늘은 뭐 먹을까?’ 하는 고민 한 번만 해봤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하시더군요.

선생님의 제안에 다른 모든 선생님들이 “우와, 좋겠다!”고 환호하며 맞장구쳤습니다. 순간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으며 “하면 되지!”하고 외쳤습니다. “어려울 게 없는데... 점심시간에 원장이 하루씩 반별로 돌아가면서 배식하고 식사 지도할 테니 외출해서 점심 먹고 오면 되겠네.” “와! 우리 원장님 최고! 좋아요!”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다른 선생님 한 분이 “그런데 점심은 누구랑 먹어요?”하고 묻는 게 아닌가요. 지금은 혼자 식사하는 ‘혼밥’도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지만, 그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지요. “아 그러네, 혼자서 먹어야 하네...” 선생님들 사이에 흐르는 잠깐의 침묵. “에이, 우리 생활이 그렇지 뭐. 괜찮아요 원장님. 잠깐 기대에 부풀어 행복한 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좋아요.” 배시시 웃으며 대답하는 선생님들의 말에 결국 참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어린이집 보육 교직원은 출근부터 퇴근까지 영유아 돌봄과 각종 행정업무, 필수 직무교육, 다양한 상황의 부모 상담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립니다. 하루하루를 잘 버텨야 하는 극한 직업이기도 하지요.

어린이집은 맞벌이 가정을 대신해 돌봄을 제공하고 영유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 맞춤식 교육을 제공하는 보육 전문기관입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보육 교직원 한분 한분 사회적으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고 보육 교직원 또한 존엄한 존재임을 우리 부모님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식해야 합니다.

건강하고 안전한, 행복한 보육을 위해 보육 교직원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존중한다면 우리 사회가 깊게 고민하는 육아의 어려움, 절벽에 가까운 저출산 등을 해결하는 데 나름의 보탬이 될 것입니다.

위에 소개한 이야기, 저 때 이후로 교사의 삶의 질을 살피고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따듯해서 가슴이 아렸던, 오래전 그 시간에 함께했던 우리 선생님들을 추억하며, 사적인 점심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면서도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어 아이들 입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어린이집의 모든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

보육 교직원 여러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