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디딤돌 하나 놓고 가는 것...어디서든 맡은 책임 다할 뿐”
[인터뷰] “디딤돌 하나 놓고 가는 것...어디서든 맡은 책임 다할 뿐”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11.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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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어린이집안전공제회 이사장 인터뷰 ②
김영옥 어린이집안전공제회 이사장. (사진=어린이집안전공제회 제공)
김영옥 어린이집안전공제회 이사장. (사진=어린이집안전공제회 제공)

(1부 인터뷰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공제회 이야기에 열중하며 반짝이는 눈을 보니, 김 이사장이 공제회에 품은 책임감과 열정이 그대로 전달되는 듯했다. 40년 가까이 교수와 학자로 살아온 김 이사장은 어떤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는지, 또 어떤 다음 걸음을 계획하고 있는지 물었다.

Q. 이사장 임기가 내년 여름까지인 걸로 알고 있는데, 감회가 어떠신가요?

A. 그러네요. 3년 중에 벌써 2년 반 가까이 됐어요. 사실 제가 공제회 설립 당시에 설립 위원으로 참여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제가 이사장으로 오게 될 줄은 예측 못 했어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10년이 지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분이 고생해서 공제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어요. 처음에 기초를 놓으신 전임 이사장님들이 있으시고, 만들어 놓은 곳에 디딤돌을 하나씩 놓고 가는 거로 생각해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여기 제가 영원히 있는 것도 아니고, 저도 작은 디딤돌 하나 놓고 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디딤돌이 너무 과하거나, 지금까지 놓아온 것에 비해 너무 이상하다거나, 혹은 너무 왜소하거나 하면 안 되겠지요.

그래서 그런 고민을 해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뭘까,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디딤돌을 적절하면서도 반듯하게 놓겠다는 마음이 있어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시대의 흐름에 잘 따라가면서 수요자, 즉 현장의 요구에 조금 더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취지에서 나온 것이 보육동반자 특약 같은 상품이고요.

Q. 임기 중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으신가요?

A. 공제 보상 금액이 큰 사건에 서명했을 때가 기억이 나네요. 교사가 텀블러에 물을 담고 있었는데 아이가 옆에 와 부딪혀서 물을 아이의 어깨에 쏟은 사건이 있었어요. 그날 1억원 보상 결재를 하는데 이게 적은 금액이 아니다 보니 처음에는 심장이 막 뛰기도 하더라고요(웃음).

또 이사장직을 맡았던 첫해가 공제회 10주년이 되던 해였는데, 돌아보면 10주년 행사를 진행하면서 직원들의 자긍심이 많이 올라가지 않았나 합니다. 멋진 일을 치르고 나면 자신도 그 공동체의 일원이 된 느낌이 있잖아요. 회사의 위상도 다시 생각하게 되고요. 10주년 행사 후에는 백서도 만들었어요. 이 백서를 만들면서 초창기에 고생하신 분들을 챙겨놓지 않으면 영원히 역사가 묻히고 말거든요. 그래서 그분들 인터뷰를 다 실었어요. 공제회를 위해서 노력하셨던 분들이지요. 다행히 다들 좋아하시고, 역사를 정리했다는 의미도 있어서 뿌듯했습니다.

반흔(흉터) 관련한 보상 기준도 마련했지요. 아이 얼굴에 흉터가 지면 다들 민감하시거든요. 그래서 대한성형외과학회에 연구 수주를 드려서, 반흔의 정의는 무엇이고 몇 년 후에 재수술해 준다는 등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어요. 마치 대학에서 교수가 학점을 줄 때도 A부터 F까지 기준이 있으면 그 기준에 비춰서 자율성을 가질 수 있는 것처럼요. 보람이 있었어요. 위원회를 열 때마다 활용할 수도 있었고요. 앞으로는 치아 사고에 관한 보상 기준도 마련할까 해요. 공제회가 그동안 전체적인 프레임을 잘 잡아왔다면, 10년이 넘었으니 이제 조금 더 섬세하게 들어가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Q. 공제회를 떠나고 나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요?

A. 개인적인 계획은 없어요. 우선은 이 공제회 일을 잘 마무리 해야지요. 한 해에만 처리해야 할 사고가 약 2만건씩 일어나는데요. 시스템 고도화도 해야 하고 비대면 분야를 비롯한 사업 확장도 과제로 남아있어요.

40년 동안 그렇게 해왔는데, 맡은 곳에서 몸과 마음을 다해 책임을 다할 뿐이에요.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나면 또 다른 일이 생기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다음에 뭔가 하겠지,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일을 계속해서 해왔어요. 30년 동안 빠지지 않고 연수와 강의를 계속 다녔고, 강의 갔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수업 준비하고 그랬지요. 사실 공제회도 계획을 갖고 온 게 아니었어요.

어떤 일이 됐든 건강이 허락하는 한 맡으면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일해요.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은 있지만 ‘이게 끝나고 나면 무슨 일을 해야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그런데도 일이 끊임없이 오던데, 그게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습니다. 일 복인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김영옥 이사장 저서. (사진=베이비타임즈)
김영옥 이사장 저서. (사진=베이비타임즈)

Q. 책도 꾸준히 써 오신 걸로 아는데요.

A.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책을 쓴 것도 일할 때와 마찬가지예요. ‘이 책을 써야지’ 하고 쓰기 보다는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자료가 아까워서 쓰게 되고 책임감도 생기지요.

한때 ‘인성교육’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당시에는 인성교육 교과서가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 연수를 준비하면서 새로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열심히 준비하고 강의를 하고 나니 관련 콘텐츠를 또 개발해달라고 하지 뭐예요. 그러고 나서는 그 콘텐츠로 책을 만든 거지요. 다행히 마침 그때 인성교육 교과서가 필요할 때여서 책의 반응이 좋았어요.

대부분 그런 식이었습니다. ‘나는 유아교육 과정 책을 써야겠다’고 해서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주로 강의하던 분야의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책임감과 열정이 생겨 책이 나왔던 거죠. 자료를 잘 버리지 않거든요. 학회집 같은 것도 버리지 않고 챙겨놓는 편이에요. 한번 자료를 엄청 처분했어요. 구하기 어려운 자료들은 많이 아쉽지요.

Q.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인구감소 시대로 접어들면서 아동 수도 줄고, 어린이집도 줄고 있다고 들었어요. 앞으로 유아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A. 저도 전에 고령화미래사회위원회(현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 전문위원이었어요. 그렇게 십수 년 전부터 저출산 극복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외치고 노력했는데도 여전히 어렵네요. 생각하기에는, 내 자식을 내가 낳고 기르면서 겪는 고달픔 속에서 ‘이것이 보람이다’라는 철학이 깔리지 않으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는 귀찮고 힘든데 누가 낳겠어요. 예전 어머니들이 힘든데도 여섯 일곱씩 낳아서 기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희노애락을 삶으로 받아들이는 철학이 있지 않고서는 출산을 늘리기 어려울 거예요.

유아교육 차원에서는, 요즘 사람들이 행복이나 삶의 질에 관해서 관심이 커졌잖아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질적인 부분, 부모와 유아에게 다가가는 행복 추구에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다만 한 가지, ‘무엇이 중요한가’는 확고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에요. 아이들을 존중하고 행복을 추구하게끔 해준다지만, 사탕을 먹은 다음에 ‘마음대로 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양치질을 시키는 게 사랑이고 행복이잖아요? 정말 좋은 가치와 평생에 길러주면 좋을 습관들, 지금 가르쳐주면 좋을 습관들은 확고하게 지금 가르쳐줘야겠지요.

삶의 질과 행복과 그 아이 스스로 원하는 삶에 더 다가가게 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지만, 그런 가치를 지키는 건 필요한 것 같아요. 다양성은 ‘무엇이든지’는 될 수 있지만 ‘아무거나’는 아니잖아요? 그 ‘무엇이든지’와 ‘아무거나’의 차이를 잘 살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슨 일이든지 크게 봐야 하는 부분과 섬세하게 봐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프레임을 잘 정리하면서도 섬세하게 다가가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을 해야 하는 시대에 온 것 같습니다.

Q. 끝으로 전국에 있는 보육 교직원들을 위해 격려와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에도 우리 영유아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육 현장에서 애써주고 계신 보육 교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어린이집안전공제회를 대표해 진심으로 감사해요.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보육 교직원분들이 있으셔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린이집안전공제회도 보육 교직원들께서 안심하고 행복하게 보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의 안전사고 예방 및 보육 교직원 복리후생 증진을 통한 안심보육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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