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아이들의 ‘코로나 강박’이 위험하다
[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아이들의 ‘코로나 강박’이 위험하다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10.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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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강박증이란 극심한 불안을 보이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최근 한 조사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확산 이후 어린 자녀를 둔 부모 10명 중 5명이 “아이가 불안감을 드러낸 적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강박장애로 인한 걱정과 불안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병원을 찾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덜 민감하고 고령층에 비해 신체적인 증상이 적게 나타난다. 반면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이의 반복 행동, 버릇일까 강박일까

아이들은 2살 반이 되면 밥 먹는 시간이나 놀이 시간, 잠자기 전에 해야 할 일 등 일과에 대해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이때부터 잠자기 전에 이를 닦는다거나 목욕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지고 물놀이하는 이런 일과에 변화가 생기면 아이들은 불안해진다.

일상생활의 변화 또는 엄마와 떨어져 있어서 생긴 불안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 아이들은 반복 행동을 통해 이런 불안을 해결하려고 한다.

아이들의 반복적인 행동은 6세 이전 아이들의 3분의 2 정도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흔한 행동이다. 특히 2~4세에 보이는 반복적인 행동은 모방을 통한 반복학습으로 발달 과정 중에 나타나는 정상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어떤 행동에 더 심하게 집착하는 아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장난감이나 동화책을 반듯이 나열해두고 줄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심하게 짜증을 내고 안절부절못하거나 손이 더럽고 뭔가 나쁜 것이 묻어있다고 하면서 손을 계속 씻느라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는 경우다.

만약 이런 행동이 1~2주 이상 지속되고 횟수가 늘어나거나 집착하는 행동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하면 소아강박증이 아닌가 의심해 봐야 한다.

아이들의 이런 강박 행동과 강박사고는 뇌가 급격히 자라는 5~8세 무렵이나 10~12세경에 많이 나타난다. 강박장애는 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발달하는 사춘기에도 흔히 나타난다. 뇌가 짧은 기간에 성장하면서 아직 충동조절력이 미숙하기 때문이다.

반복적인 생각과 행동 등 증상 주의깊게 살펴야

본인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도 자신도 모르게 계속해서 같은 생각을 하게 되어 병원을 찾는 아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 같다’ ‘경찰이나 감옥에 잡혀갈 것 같다’는 생각을 떨어내기 힘들어 방에서 혼자 우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떨쳐버리기 힘든 많은 생각 때문에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을 하지 못해 굼뜬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해야 할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멍하게 보여 부모들은 아이가 게을러졌다고 느끼게 된다. 또는 이런 아이의 행동을 성격이나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때문에 대개 부모들은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다 아이가 손 씻는 행동을 지나치게 자주 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나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확인하고 뒤늦게 아이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강박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본인의 생각이나 행동이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바보같이 보인다고 생각해 수치심을 느껴 증상을 숨기는 경우도 많다. 자신의 행동을 바보 같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서서히 미쳐간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에게서 다음과 같은 행동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소아강박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 병균, 배설물, 먼지 등 더러운 것을 지나치게 걱정한다.

● 손을 자주 씻고 샤워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 일정한 숫자만큼 반복된 행동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

● 자신이나 가족이 해를 입거나 자신이 다른 사람을 해칠 것 같은 상상 때문에 두렵다고 호소한다.

● 가스 불, 문단속을 반복적으로 확인한다.

●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무서운 생각이 든다.

● 사람이나 물건을 만지고 싶은 마음이 든다.

● 하기 싫은 종교적이고 성적인 생각이 반복해서 난다.

부모는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꾸짖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는 자신의 강박적인 의식(ritual)에 부모를 참여시킨다. 부모는 아이를 도와준다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아이의 증상을 더 심화시키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많은 부모는 아이들의 달라지지 않는 모습에 좌절해서 결국 아이에게 짜증이나 화를 내게 되고 아이는 더 불안해지는 악순환을 밟게 된다.

강박장애를 잘못된 습관이나 노력하면 그냥 고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된다. 오히려 뇌라는 컴퓨터가 잘못되어서 자신도 모르게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딸꾹질이 계속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고장 컴퓨터가 쓸데없는 엉터리 신호를 보내 불필요한 생각을 계속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부모가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한다거나 야단치는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증상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자녀의 강박장애 증상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자녀가 강박장애 증상에 저항하려고 노력할 때는 칭찬을 해주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한다.

소아 강박증에 대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 50% 이상에서 어른이 되어서도 강박증이 이어진다. 이에 따른 우울과 불안이 계속 남아있을 수도 있다. 대신 사춘기 이전에 적절한 도움을 받으면 치료 경과는 매우 좋은 편이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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