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계도기간 종료...지주사 vs 계열사 더 유리한 쪽은?
금소법 계도기간 종료...지주사 vs 계열사 더 유리한 쪽은?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10.14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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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 체제, 의사 결정 쉬운 반면 영향력 무시 못해
금소법에 대응하기 용이한 구조는?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지난달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계도 기간이 종료됐다. 전 금융권에 적용되는 규제이니만큼 모두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지만 특히 은행권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상품을 취급하며 관련 고객 응대나 리스크관리 등에 대한 경험이 어느 정도 있었던 증권, 자산운용사와 달리 은행권은 이러한 변화가 낯설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1시간 넘게 설명해서 팔아도 손실이 나면 책임을 물어올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 투자상품 판매를 접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이유다. 앞서 DLF와 라임펀드 사태 등으로 투자상품 판매가 사실상 얼어붙은 상태에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금융회사의 소비자 보호책임을 키운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금융소비자에게 청약철회권, 위법계약해지권 제공 ▲금융회사의 소 제기를 통한 분쟁조정제도 무력화 방지 ▲금융분쟁조정 소송에 대한 소비자 부담 감소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규제 및 제재 수준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판매 프로세스와 운용 역량을 강화해 책임 있는 운용과 판매를 하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대형은행들을 필두로 한 금융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금융지주회사는 ‘금융지주회사법’을 근거로 금융감독위원회 사전인가를 받아 설립된다. 자회사의 경영관리와 그에 부수하는 업무만 수행하는 순수지주회사만 허용되며 영리 목적의 다른 업무를 영위할 수 없다.

자회사 지분을 일정 비율(상장 30%, 비상장 50%) 이상 보유해야 하고, 비금융회사 주식 보유는 금지된다.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지배구조가 비교적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 주식을 보유하지만 지주회사 내 순환출자나 상호출자 등은 금지된다. 따라서 그룹 의사결정을 지주에서 통제할 수 있고 결정된 내용을 전달하고 실행하는 과정도 수직적이기 때문에 그룹 관리에 용이하다.

반면 금융지주회사는 다른 영리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자회사 배당이 주요 수익원이다. 이는 곧 수익증대를 위해 자회사 경영에 간섭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회사 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한 환경이 녹록지만은 않다. 저금리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면 금융지주는 자연스럽게 수익구조 다각화를 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회사의 경영진은 금융지주회사에서 내놓은 목표를 달성했는지의 여부로 평가받게 되고 부진할 경우 교체될 수 있다.

따라서 금융지주회사 체제에서 운용사는 상품 기획 및 제작 과정에서 금융지주회사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 무리하게 시장 평균보수 수준보다 높거나 혹은 낮은 상품을 만들 수도 있고 상품의 설계와 운용에 금융지주회사나 판매사가 관여한 OEM펀드를 만들 수도 있다. 판매사는 실적 압박으로 기준과 절차를 무시한 채 상품을 출시하거나 판매하여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최근까지도 은행의 불완전판매 사례는 이어졌다. 2020년 6월 금융당국은 NH농협은행이 2016~2018년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아람자산운용에 OEM펀드를 주문한 후 사모펀드로 쪼개 판매해 공모펀드 규제를 회피했다는 혐의로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해외금리연계 DLF 투자손실에 대해 ‘본점 차원의 과도한 수익추구 영업전략 및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이어져 사회적 물의를 야기했다’며 금융당국으로부터 40~80% 배상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2021년 2월에는 라임펀드 투자자 3명의 손실에 대해 ‘은행의 과도한 수익 추구 영업전략 및 투자자 보호 노력 소홀 등으로 고액·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이 크다’며 우리은행 55%, 기업은행 50%의 기본배상비율을 책정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사진=미래에셋증권 제공)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사진=미래에셋증권 제공)

이러한 문제점들 탓에 오히려 금융지주사를 두지 않는 금융계열사 구조가 더 경쟁력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계열사 독립경영체제는 계열사 간 관여가 어려워 상대적으로 각 계열사의 투명한 경영관리와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운용사는 상품의 경쟁력을, 판매사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아 독립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로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은 책임 운용 및 판매로 최근 불거진 사모펀드 이슈에서 자유로웠다. 현재 금융지주사를 두지 않는 계열사 체제의 금융그룹은 교보, 미래에셋, 삼성, 한화, 현대차, DB 등으로 지난 6월 말부터 금융당국의 통합 감독을 받으면서 투명성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및 금융투자업규정으로 계열사 펀드 판매가 점차 감소하는 가운데, 시장에서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운용사의 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운용 규모(순자산)가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용사는 시장 상황과 트렌드에 맞춰 상품을 출시하고 더 나은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며 고객에게 과도하게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관리한다. 

한편 판매사는 고객의 수익이 가장 중요하다. 고객 수익실현은 고객 신뢰와 위탁자산 증대로 이어지는 선결 요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 판매와 관련된 절차와 의무를 중시한다. 

이에 미래에셋 계열사를 비롯한 여러 판매사는 독립적으로 상품을 심의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고객에게 판매해도 좋은 상품과 추천하면 안 될 상품을 선별하여 판매한다. 설령 계열사에서 운용하는 상품이라도 예외는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은 금융그룹과 기업들의 옥석을 가리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주 체제를 갖추지 못해 아쉬웠던 부분들을 오히려 강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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