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재용 부회장, 리더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
[취재수첩] 이재용 부회장, 리더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때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7.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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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광복절 가석방에 대해 국민 여론이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 지난 26일 리얼미터가 이 부회장 광복절 가석방 찬반에 대해 조사한 결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가석방해야 한다”는 응답이 66.6%를 기록했다.

이 부회장이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확정받은 것은 지난 1월 25일이다. 그러나 이전에 박영수 특검에서 구속 수사를 위해 353일 동안 구속한 바 있어 그 기간이 형량에 포함된다. 따라서 올해 3분기에는 형량의 3분의 2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채우게 된다. 일각에서 ‘가석방론’이 등장한 이유다.

사실 이 부회장의 사면론은 형 확정 직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특히 올해 초 반도체 공급 이슈가 터져 반도체 산업이 전체적으로 탄력을 받지 못하면서 삼성전자의 주가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자 증권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 부회장의 사면 이야기가 나왔다.

‘이 부회장이 풀려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된 주장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금 새로운 선택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다. 세계적으로 탁월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메모리 분야에서의 1위는 이제 감흥이 없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새로운 사업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내지 않는 이상 주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 부회장이 재차 구속된 후 삼성전자가 좋은 실적을 상반기 내내 이어가고 있음에도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매출성장률도 낮다. 증권가의 분석을 따르면 최근 8년간 삼성전자가 보여준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2.06%에 불과하다.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성장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변화’를 어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새로운 분야에서 M&A나 사업조직을 바꾸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파운드리 산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인텔이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파운드리를 자회사로 인수하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혹은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팹리스 고객사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사실 삼성은 인텔이 추격을 따돌리는 것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는 TSMC를 견제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이처럼 ‘드라마틱한’ 이벤트가 펼쳐져야 삼성전자의 주가가 상승 분위기를 다시 잡을 것이라고 본다.

‘드라마틱한’ 이벤트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그룹의 총수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 투자자들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원하는 이유는 ‘이재용이어서’라기 보다는 회사의 최고 리더만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반도체 공급 이슈가 해소되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부터는 반도체 사이클이 다시 올 것으로 내다본다. 2차전지와 모빌리티 등 반도체가 필요한 사업 분야는 여전히 많다. 사이클이 다시 오기 전 리더의 자리를 다시 채워둘 필요가 있다.

사면이 어렵다면 가석방은 어떨까. 이 부회장을 사면하게 되면 여당 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다. 현 정부 수립의 시발점이었던 국정농단 사건의 연루자를 대통령의 권한으로 풀어주는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을 채웠을 때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법무부장관이 결정하는 사항이다. 대통령의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는 부분이다.

법무부가 전국 교정시설로부터 받은 광복절 가석방 예비심사 대상자에 이 부회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하반기 이 부회장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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