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안전지대는 없다...ESG 투자 덩달아 관심
기후위기 안전지대는 없다...ESG 투자 덩달아 관심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7.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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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18일 홍수 피해를 입은 라인란트플라츠주에 방문했다. (사진=독일 연방 정부 제공)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 18일 홍수 피해를 본 라인란트팔츠주에 방문했다. (사진=독일 연방 정부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최근 서유럽에서 10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독일 서부와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에서는 평소 같았으면 한 달에 해당하는 강수량이 24시간 동안 쏟아졌다.

기록적인 폭우는 이른바 ‘대홍수’로 이어졌다. 독일에서는 최고 20만 가구의 전기가 끊겼고, 지난 18일(현지시간) 기준 독일과 벨기에를 합쳐 2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나왔다. 독일은 2만명이 넘는 구조대를 투입하고, 벨기에는 군까지 파견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상황은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홍수 때문에 독일 보험업계가 지급해야 할 ‘자연재해 보상금’이 역대 최고 수준일 것으로 내다본다. 홍수 등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된 건물이 전체의 50%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는 보험업계에서 파악하는 것보다 더욱 클 수도 있다.

유럽에서의 홍수는 자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경기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서유럽을 중심으로 나타난 폭우 피해로 독일 10년물 금리가 플러스로 전환하는 시점이 기존보다 지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더불어 기록적인 홍수가 가져온 피해로 유럽의 경기 회복세가 지연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 자연스럽게 통화 정책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물가가 오르면 통화 정책을 관리하는 당국에서는 완화 정책을 멈추고, 돈을 덜 풀려고 한다. 따라서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은 곧 자산 시장이 주춤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미국 FOMC의 분위기를 많은 투자자가 전전긍긍하면서 매번 지켜본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증권가는 ECB(유럽중앙은행)가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CB가 2~3분기 PEPP(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 규모를 확대한 가운데, 홍수로 추가적인 손해를 입어 매입 규모 확대를 연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CB가 내세운 PEPP의 종료는 ‘2022년 3월 혹은 코로나 위기가 끝날 때’이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는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임재균 연구원은 “ECB의 완화적인 통화 정책 기대감 이후 재정지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리는 반등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오는 21일 홍수 피해지역 복구 지원 프로그램이 국무회의에서 제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 기후위기, ‘일부’의 문제 아니다...ESG 주목받나

그동안 기후변화, 기후 위기 같은 담론은 꾸준히 제기되면서도 외면받았던 게 사실이다. 해수면이 상승해 국토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식의 호소는 어디까지나 제3세계 국가들만의 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유럽 홍수는 기후위기가 결코 일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환경 문제를 향한 관심은 전 세계에서 필연적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투자 이슈로도 연결된다.

ECB는 지난 8일 기후변화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통계 데이터를 구축하고, 오는 2022년부터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2023년부터 회사채 매입(CSPP)에 기후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환경 문제를 비롯한 ‘ESG 투자’를 강조하면서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을 채권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ECB는 지난해 9월에도 지속가능채권을 대출 담보로 인정하기로 한 바 있다.

임재균 연구원은 “지난해 9월 독일이 처음으로 발행했던 그린본드 금리는 발행 당시 전통채권보다 1.6bp 낮은 수준이었으나 최근 6.2bp까지 확대됐다”며 ESG 투자를 향한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국내 동향은 어떨까.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난 13일 16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국내 공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발행한 녹색채권이다. 심지어 높은 경쟁률로 발행 예정 규모도 12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확대됐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난방공사는 공기업이지만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에는 한국거래소가 KRX 기후변화지수 3종을 발표했다. ‘코스피 200 기후변화지수’ ‘KRX 300 기후변화지수’ ‘KRX 기후변화 솔루션지수’ 등으로 구성된 기후변화지수는 탄소배출이 많은 섹터의 비중을 원지수보다 낮게 반영하는 등 탄소 배출량을 적게 배출하는 포트폴리오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도울 전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자본시장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지수를 마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위기가 모두의 문제로 점점 더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ESG 투자를 향한 관심이 자산 시장에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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