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빵 등 식품업계 구독경제 활발
아이스크림·빵 등 식품업계 구독경제 활발
  • 최인환 기자
  • 승인 2021.07.1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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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문화 변화에 따라 성장세 뚜렷...세계 632조원 규모
치열한 경쟁 속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성공 여부 결정

[베이비타임즈=최인환 기자] 넷플릭스, 유튜브, 맥주, 우유. 한 눈에 떠오르는 공통점이 보이는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기자의 뱃살 원인이 아니냐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건 아니다. 위에 적은 이름들의 공통점은 '구독 시스템'이다.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구독경제’가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다. 처음에는 신문이나 우유 배달로 시작했던 구독 서비스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동영상, 음악 등의 콘텐츠 영역으로 그 범위를 넓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금은 식료품 및 생필품 등 소비시장 전반에 그 뿌리를 깊게 내렸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소비문화의 확산은 전 세계적으로 구독경제 시장 성장세에 불을 붙였다.

크레디트스위스(CS)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2015년 4200억 달러(약 501조원)에서 지난해 5300억 달러(약 632조원)까지 커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현재 70%이상의 기업이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거나 고려 중이며, 2023년 전 세계 기업의 75%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된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독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로서는 매번 지불하는 정상 가격에 비해 저렴하게 제품을 이용하고, 업체들은 구독 해지 때까지 고객들로부터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때문에 식품기업들은 다양한 품목으로 구독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먼저 아이스크림 구독을 살펴보면 크게 빙그레와 롯데제과·롯데푸드의 2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이스크림 구독을 처음으로 시작한 곳은 롯데제과였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7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 ‘월간 나뚜루’를 선보인 바 있다. 먼저 선보인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가 3시간 만에 마감되는 등 인기를 끌자, 품목을 확대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하지만 월간 과자와는 다르게 월간 나뚜루는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하며 판매 부진으로 예정보다 조기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500명 한정으로 모집을 진행했지만 신청자 수는 수십여 명에 불과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빙그레의 경우 지난해 10월 ‘끌레도르’의 정기구독 서비스를 선보이며 롯데제과가 진행한 월간 나뚜루의 대항마로 뛰어올랐다.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빙그레는 빙과 시장에서 롯데제과·롯데푸드와 사실상 양강구도를 이루게 된 상황이었다. 이에 빙그레는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끌레도르'의 정기 구독 서비스를 통해 기싸움을 벌였고, 1차전은 빙그레의 판정승으로 막을 내렸다.

빙그레가 선보인 '끌레도르'의 정기 구독 서비스는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 1000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사진=빙그레 제공)
빙그레가 선보인 '끌레도르'의 정기 구독 서비스는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 1000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사진=빙그레 제공)

빙그레는 먼저 롯데제과의 월간 나뚜루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롯데제과의 월간 나뚜루는 한 달 이용 가격이 2만6400원이었던 것에 비해 빙그레는 이보다 낮은 1만9900원부터 가격을 구성했다. 2만4900원의 구성까지 더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힌 전략도 잘 들어 맞았다.

빙그레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끌레도르 정기구독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첫 달에 300명의 구독자를 모집했고, 2021년 6월말 기준으로 약 1000명의 구독자를 확보 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비록 1차전은 빙그레의 판정승이었지만 롯데제과·롯데푸드 측에서도 점차 성장해가는 아이스크림 구독 시장을 놓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푸드는 월간 나뚜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재차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 5월 롯데푸드에서 선보인 월간 아이스는 판매 개시 4일만에 200명 모집 정원을 채우면서 월간 나뚜루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6월 30일에 선보인 ‘힙스터 페스티벌’까지 완판하면서 정기구독 서비스에서 저력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지난 6월 30일에 선보인 롯데제과의 '월간 아이스'는 완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진=롯데제과 제공)
지난 6월 30일에 선보인 롯데푸드의 '월간 아이스'는 완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진=롯데푸드 제공)

유난히 덥고 습한 여름 날씨 속에서 벌어지는 2차전은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으로 남을 것 같다.

식품업계 구독 시장에는 아이스크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이스크림 구독 서비스를 론칭하기 전부터 다양한 구독 서비스 상품들이 있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를 선보인 롯데제과는 도입 당시 한정판 200개로 시작했던 서비스를 사전 예약 3시간만에 조기완판 시킨 후 이를 상시 운영으로 전환했다. 매월 다르게 구성된 롯데제과의 제품을 그달의 신제품과 함께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선풍적인 인기의 요인이라는 평이다.

지난 6월에 출시 1주년을 맞아 기념 이벤트를 진행한 월간 과자는 현재까지 2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바게뜨는 지난해 7월부터 커피 또는 커피&샌드위치 세트를 한달 동안 매일 제공하는 ‘월간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반복 구매율이 높은 커피와 샌드위치 세트 한정으로 전국 30여개 직영점에서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이후 월별 커피·샐러드&샌드위치 세트 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파리바게뜨는 직영점에 한정해 운영하던 서비스를 가맹점까지 확대했다.

뚜레쥬르도 월 구독료를 내면 특정 제품을 정상가 대비 50~80%가량 낮은 가격에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뚜레쥬르 구독 서비스 상품은 총 3종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반복 구매율이 가장 높은 프리미엄 식빵, 모닝세트, 커피를 선정했다. 뚜레쥬르 직영점 9곳에서 시범 운영을 거친 후 전국의 가맹점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는 기존의 소비 방식에 비해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소비자는 구독을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물건을 고르는 데 들이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기업에도 구독 경제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시장이다. 구독을 시작한 고객은 기업의 충성고객이 될 확률이 높다. 안정적인 수익을 안겨주는 것 뿐만 아니라 재고가 쌓이는 부담도 덜 수 있다. 기업에서 바라볼 때 더할 나위 없이 고마운 존재다. 이런 점을 살펴볼 때 전 세계적으로 구독경제 시장이 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구독 서비스가 좋은 결과만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상품 또는 서비스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는 순간 소비자들은 이를 냉정하게 쳐낸다. 결국 다른 시장 경제와 마찬가지로 ‘고객에게 얼마나 차별화되는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가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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