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배달 앱 라이더의 안전과 법적 보호
[사람과 법률] 배달 앱 라이더의 안전과 법적 보호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7.03 15: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혜미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오혜미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코로나로 인한 ‘집콕’ 시대와 함께 음식 배달 문화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배달원이라 하면 음식점에 직접 고용되어 해당 가게의 주문만 배달하는 것이 전형적 모습이었다.

하지만 ‘배달 앱’의 등장으로 소위 ‘라이더’라고 하는 새로운 배달원의 형태가 등장했다. 이들은 음식점에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배달 앱 등의 중개를 통해 여러 가게의 주문을 배달하고 건당 수수료를 지급받는 식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9년 기준 배달 대행업체에 종사하는 배달원의 수를 약 8만3394명으로 추정하고, 배달 앱 이용률 3%p 증가 시 배달원의 수가 10만명에 달할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실제로 작년 한 해 동안 배달 앱 상위 3개 업체 이용자 수는 연초 2129만 명이던 것이 연말 2773만 명으로 추산되어 30%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라이더의 규모를 10만 명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사고 증가와 보호 법률

라이더 종사자 규모가 커진 만큼 그들의 안전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 배달 앱 등 플랫폼 배달 노동자의 산재 신청은 1047건(승인 917건)으로 전년 대비 1.8배가량 증가했다.

사업장에 소속되지 않은 라이더의 특성상 산재보험 미가입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사고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관련 실태 조사에서도 조사대상 라이더들 중 55.3%가 지난 1년간 사고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라이더들이 주로 이용하는 이륜자동차(오토바이)는 사고 발생 시 일반 자동차에 비해 부상의 정도나 치사율이 높다. 이에 라이더 종사자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개정 ‘산업안전보건법’(2020년 1월 16일 시행)에서는 제67조(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신설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이동통신 단말장치로 물건의 수거·배달 등을 중개하는 자’, 즉 배달 앱 업체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구체적이지 않은 안전조치 의무, 그 실효성은?

관련 법령에 따라 배달 앱 업체는 라이더의 ▲이륜자동차 면허 및 승차용 안전모 보유 여부 확인 ▲안전운행 및 산업재해 예방에 필요한 사항에 대한 정기적 고지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모바일 앱을 통해 이루어지는 면허 확인, 안전운행에 대한 고지 등이 실제 라이더들의 안전 수준 향상에 실효적일지는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배달 앱 업체는 ▲“물건의 수거·배달 등에 소요되는 시간에 대해 산업재해를 유발할 수 있을 정도로 제한해서는 아니 된다(‘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673조).”

그러나 최근 배달 앱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번쩍 배달’, ‘치타배달’, ‘익스프레스’와 같은 빠른 배달 서비스는 이러한 법적 안전조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배달 동선을 최적화하기 위해 도입된 ‘AI(인공지능) 배차 시스템’도 보완이 필요하다. AI가 실제 운행 경로가 아닌 직선거리로 예상 배달 시간을 산정하거나, 교통체증, 날씨 등 현장에서의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아 라이더들은 AI 배차 시 배달 시간 압박이 더욱 크다고 얘기하고 있다.

 

산재보험 적용에서 소외되고 있는 배달 라이더

라이더 안전에 대한 사전적인 법적 보호도 미흡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이후 산재보험 적용에 있어서도 라이더들의 애로사항이 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에게 적용되어 특정 음식점이나 배달앱에 직접 고용되지 않고 배달 앱의 중개를 통해 일하는 라이더들은 산재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다만,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여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하여 9개 직종에 한해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있는데, 라이더들은 9개 직종 중 퀵서비스에 해당되어 적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산재보험료를 사업주가 100% 부담하는 근로자와 달리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자신이 보험료의 50%를 부담해야 한다.

월 1만3000원 가량의 보험료 부담분을 납부하고 산재보험을 가입하려 해도 또 다른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법에서 요구하는 ‘전속성’ 요건이다. 해당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특정 배달 앱에서 전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얻거나, 업무 시간의 과반을 사용해야 한다. 복수의 배달 앱 플랫폼을 이용하는 라이더들은 현실적으로 가입이 어렵다.

 

관련 법과 제도 마련 신속히 이뤄져야

새로운 근로 형태의 등장과 빠른 성장에 관련 법과 제도들도 속도를 맞춰가고 있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를 명시했으며, 산재보험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전속성 기준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가 연구용역 및 노사협의를 거쳐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있다. 라이더 종사자 규모의 증가 속도에 비해 법과 제도 마련은 더뎌 보인다. 이제는 우리 삶의 ‘필수노동자’인 10만 명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해 조속히 후속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

 

<오혜미 프로필>
- 現 법무법인 사람 안전문제연구소 연구위원
- ‘현장이 묻고 전문가가 답하다! 안전보건 101’ 저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