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얻은 질병, 가혹행위로 심해졌다면...“국가유공자 인정해야”
군 복무 중 얻은 질병, 가혹행위로 심해졌다면...“국가유공자 인정해야”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6.1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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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군 복무 중 정신질환 증상이 발병했으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오히려 가혹행위를 당해 증세가 더 나빠졌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 이하 국민권익위)는 최근 3년간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요건 심사에서 탈락한 13건에 대해 재심의할 것을 국가보훈처에 권고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군 복무 중 질병이 발병했으나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한 경우 등 폭넓게 인정해야 하는 사례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 예로, A씨는 1979년 2월경 군 복무 중 정신착란 증상이 발병했으나 부대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부대 의무관은 ‘심한 육체적 작업을 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소견을 제시했다.

A씨는 연대 관측소 공사에 투입돼 심한 육체적 노동을 하던 중 정신질환 증세가 악화했고, 그해 7월이 돼서야 의무대에 입실해 두 달간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퇴원 후에는 훈련 도중 선임병으로부터 총기 개머리판으로 구타를 당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다시 정신질환이 악화해 1980년 8월에 공상으로 의병 전역했다.

이후 계속된 치료에도 조현병이 완치되지 않자 지난 2005년 1월 A씨는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 공상군경 등록을 신청했다.

국가보훈처는 “A씨의 정신질환에 대해 공무와 관련된 두부 손상 등 특별한 외상이 확인되지 않아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입증을 할 수 없다.”라며 공무 관련 질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권익위는 A씨가 조현병 진단 이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선임에게 구타를 당해 육체적·심리적 외상 경험이 정신질환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국민권익위는 이러한 심리 사회적 요인을 배제하고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을 심사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를 재심의 하도록 국가보훈처에 권고했다.

국민권익위 안준호 고충처리국장은 “군 복무 중 질병이 발병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악화했다면 질병 전역자의 입증책임은 다소 완화하고 국가 증명책임은 다소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요건을 심사할 때는 질병의 발병 및 악화와 관련한 직무 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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