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금융당국 '삼성생명 제재' 올바른지 의문...미루기 급급
[취재수첩] 금융당국 '삼성생명 제재' 올바른지 의문...미루기 급급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2.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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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고객패널 대표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사진=삼성생명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 징계를 다시 미뤘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삼성생명에 중징계를 의결한 후 두 달이 지났지만, 금융위는 제재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제재 확정이 계속 연기되면서 삼성생명은 물론 삼성생명을 대주주로 두고 있는 삼성카드도 신사업 추진에 차질을 겪고 있는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 2019년 삼성생명 종합검사를 실시했다. 이후 암 보험금 부당지급 안건 등에 대한 제재심을 통해 지난해 12월 삼성생명에 '기관 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제재심은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에 건의했고, 임직원에 대해서는 감봉 3월, 견책 등의 조치를 취했다.

금감원이 지적한 '암 보험금 부당지급 안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암 환자의 요양병원 입원을 '암의 직접 치료'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를 두고 보험 가입자와 생명보험사 간의 분쟁이 불거졌다.

당시 금감원은 각 보험사에 ▲말기 암 환자 ▲종합병원 항암 치료 병행 환자 ▲암 수술 직후 환자 등의 기준을 제시하며 보험금 지급을 권고했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했고, 삼성성생명도 금감원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문제는 요양병원의 입원 목적이 '치료'가 아닌 '돌봄'인 경우였다. 요양병원에는 치료 외에 돌봄을 목적으로 입원하는 환자들도 있다. 돌봄 목적 환자에게도 입원비를 지급하면 보험금 누수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향후 암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삼성생명은 이에 따라 일부 본인 부담금을 내고 입원하는 '선택 입원군' 환자에게는 암보험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우 모임(보암모)' 공동대표 이 모씨는 삼성생명을 상대로 암 보험금 청구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법원은 1심 판결부터 지난해 8월 대법원 판결까지 모두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삼성생명이 주장한 대로, 이씨가 항암 치료 외에 개인 사정으로 약 20회의 외출·외박을 할 만큼 일상생활이 가능했다는 점을 종합해 판단한 것이다.

결국 금감원은 법원이 이미 문제가 없다고 판결한 암 입원비 부당지급 사유를 들어 제재를 결정한 셈이다. 삼성생명으로서는 억울하게 느낄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보험사의 피감기관인 탓에 삼성생명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그마저도 제재 확정이 자꾸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제재심 결정을 금융당국이 그대로 받아들이면 삼성생명은 향후 1년간 금융당국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이 경우 자회사를 인수하거나 신사업 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된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교보생명, 신한생명, 메이트라이프생명 등 경쟁 생명보험사들은 다음달 예비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생명이 대주주로 있는 삼성카드는 또다시 발목이 잡힌다. 삼성카드는 지난 5일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에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탈락한 바 있다. 현 신용정보업감독규정에 따르면 대주주가 기관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을 경우 1년간 인허가가 필요한 산업에 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제재안은 이번달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빨라야 오는 3월 정례회의에서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 2차 예비허가 신청이 오는 3월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논의 결과에 상관없이 삼성카드는 이번에도 허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결정을 내린 데다가 그마저도 확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금융당국의 모습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꼭 필요한 제재라면 빨리 결정하는 것이 혼란을 줄이는 방법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떼쓰기'에 끌려다니기보다는 객관적인 것으로 볼 수 있는 판결을 존중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금융당국이 속히 보험사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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