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OK저축은행, ‘학교폭력 피해자 2차 가해’ 비난
흥국생명·OK저축은행, ‘학교폭력 피해자 2차 가해’ 비난
  • 지태섭 기자
  • 승인 2021.02.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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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선수 보호’에 치중하며 징계 ‘미적미적’ 한다 비판
OK저축은행, ‘학교폭력’을 ‘부적절한 충돌’로 왜곡 “2차 가해”
전문가 “유명선수 학교폭력 관대시 학폭학생에 잘못된 신호”
흥국생명 회사 상징.
흥국생명 회사 상징.

[베이비타임즈=지태섭 기자] 흥국생명 소속 쌍둥이 선수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가해 논란에 이어 OK금융그룹 소속 선수 송명근과 심경섭의 학폭 논란에 배구계가 ‘핵폭풍’에 휘말렸다.

특히 흥국생명과 OK금융그룹이 소속 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학폭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흥국생명과 OK금융그룹은 금융회사로서 깨끗하고 투명해야 함에도 학교폭력 가해 논란이 불거진 선수들을 관대하게 처리할 경우, 지금도 ‘어린 시절·학교 시절에’ 학교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이다영 자매 선수의 초·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논란이 제기된 것은 지난 8일이다.

두 선수는 이렇다 하는 반박 없이 이틀 뒤 자필 사과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폭로자의 증언이 매우 구체적인데다 동창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반박할 여지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흥국생명은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진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에 대해 선수 보호 차원에서 심신 안정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두 선수에 대해 징계를 해야 하지만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한 채 고민에 빠져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KOVO 소속 이전인 학교 시절에 일으킨 논란이라며 구단인 흥국생명에 조치를 떠넘긴 상황이다. 흥국생명이 알아서 처벌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연봉 6억원을 주는 이재영과 4억원 연봉의 이다영 선수에게 선뜻 칼을 빼들지 않고 있다. 연봉 10억원을 주고 영입한 두 선수를 내치자니 돈이 어른거리고, 눈앞에 다가온 정규시즌 우승도 놓치기 아까운 것이다.

두 선수의 연봉이 총 10억원에 이르고 소속팀뿐 아니라 리그 최고의 공격수와 국가대표 세터를 처벌할 경우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가급적 징계를 회피하고 싶은 것으로 비쳐진다.

흥국생명은 두 선수의 공식 사과 당시 “팬여러분들께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 해당 선수들 모두 학생 시절의 잘못에 대해 뉘우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구단 자체 징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대해 학교폭력 관련 전문가들은 흥국생명이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학교폭력을 했더라도 국가대표가 되고 인기 있는 선수가 돼 유명해지면 “다 괜찮고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신호를 학폭 가해자들에게 전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이 터지면서 ‘노는언니’, ‘유퀴즈온더블록’, ‘아이콘택트’ 등 예능 프로그램들이 즉각 이 두 선수의 출연분을 삭제하고, 두 선수가 출연했던 광고가 중단된 것도 이런 점을 반영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국가대표급 선수일수록 학교폭력 문제를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학폭’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학교폭력에 대해 가장 단호한 조치를 해온 곳은 프로야구다. 앞서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의 경우 구단은 5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대한체육회 규정상 3년 이상의 자격정지는 곧 국가대표 영구제명을 뜻한다. 프로 입단 이전의 일이긴 하지만 안우진은 향후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KBSA 주관 국가대표팀에 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지난해 NC 다이노스 1차 지명을 받았던 김유성의 경우 학교폭력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명 철회’ 조치를 받았다. 2차 지명에서도 김유성을 지명한 팀은 없었다.

OK저축은행 누리집 갈무리.
OK저축은행 누리집 갈무리.

OK금융그룹이 소속 송명근 선수와 심경섭 선수의 학교폭력 논란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OK금융그룹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송명근, 심경섭 선수의 학교폭력과 관련되어 팬 여러분을 실망시켜 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 드린다”고 전했다.

OK금융그룹은 송명근 선수의 ‘학교폭력’을 ‘부적절한 충돌’로 표현해 마치 송명근 선수와 학교폭력 피해자가 싸움을 하다가 생긴 ‘우발적인 일’처럼 진실을 호도함으로써 당시 학폭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OK금융그룹은 “(송명근, 심경섭 선수의 학교폭력과 관련한) 이번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선수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선수 징계와 관련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OK금융그룹은 “송명근 선수는 송림고등학교 재학시절 피해자와의 부적절한 충돌이 있었고 당시 이에 대한 수술치료 지원 및 사과가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피해자와 직접 만나 재차 사과하려고 하였으나 현재 연락이 닿지 않아 문자메시지로 사죄의 마음을 전한 상황”이라고만 설명했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입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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