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분쟁 합의하면 누가 더 이득?
LG-SK, 배터리 분쟁 합의하면 누가 더 이득?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1.29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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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8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이는 전기차 배터리 관련 소송에 대해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사 간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는 이날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예술인센터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양사가 자기들끼리 작은 파이를 놓고 싸우지 말고, 큰 세계 시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LG에너지솔루션의 모기업인 LG화학은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ITC는 지난해 2월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승인 예비 결정을 내렸으나, SK이노베이션의 이의 제기로 재검토 과정에 들어갔다. 지난해 10월로 예정되었던 최종 판결은 세 차례 연기를 거쳐 오는 2월 10일에 나올 예정이다.

정 총리의 발언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양사의 입장에는 온도 차가 느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에서 "정 총리의 우려 표명은 국민적인 바람이라고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도 "원만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최근까지 SK이노베이션의 제안이 협상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라며 "논의할 만한 제안이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합의가 더 급한 쪽은 아무래도 SK이노베이션으로 보인다. 29일 SK이노베이션은 잠정 집계된 2020년 4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4분기 매출은 7조6776억원이지만 영업손실 2434억원을 기록했다. 석유와 화학 사업에서 여전히 적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에 비해 급격히 매출이 올라간 배터리 사업이 중요한 이유다. 4분기 배터리 사업은 차기 가동 예정 공장의 초기 비용으로 영업손실이 증가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두 배 이상 올랐다. 연매출도 1조6000억원 대 규모로 대폭 상승했다. 따라서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3년까지 미국에서 두 군데의 공장을 새로 가동하며 배터리 사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러나 만약 ITC 판결에서 패소하면 미국 내에서의 배터리 양산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지난해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승인을 결정할 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송에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유리한 예비 판결을 한번 받은 상황이다. 게다가 모기업 LG화학은 지난해 30조원이 넘는 매출과 2조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화학이 지난 27일 발표한 2020년 4분기 실적에 따르면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매출 4조원대를 기록하며 3분기 연속 매출 증가를 이어나갔다. 유럽과 미국 등 주요 글로벌 고객들을 향한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1년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1위 EV전지 사업자 위상이 공고해질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소송과 실적 양쪽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보다 아무래도 합의에 더 소극적일 수 있다.

다만 변수는 LG에너지솔루션의 분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LG화학으로부터 분사해 자회사 체제를 갖췄다. 올해 안에 코스피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LG화학 입장에서는 분사에 들어간 초기 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LG화학은 ITC가 판결하는 소송 외에도 특허침해 소송 등 SK이노베이션과 국내외 10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법정 다툼이 길어질수록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주도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양사의 이러한 상황은 증권 시장에도 반영됐다. 정 총리의 발언이 나온 지 하루 뒤인 29일 오전, LG화학 주가는 거의 오르지 않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일 대비 3%에서 많게는 5%대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4Q20 영업이익 적자 발표에도 나타나는 이러한 상승세는 소송에 대한 긍정적인 시나리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은 이미 공격적인 가정을 하고 있음에도 높은 가치평가를 적용받고 있다"며 "이는 이미 LG화학과의 소송이 안정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반영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ITC 최종 판결은 다음달 10일이다. 판결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면 무조건 설 연휴 전에 합의를 봐야 한다는 뜻이다. 양사가 고심 끝에 막판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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