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SK텔레콤의 야구단 '동상이몽'...투자 심리 반등할까
이마트와 SK텔레콤의 야구단 '동상이몽'...투자 심리 반등할까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1.2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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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신세계그룹은 지난 26일 이마트를 통해 SK텔레콤이 운영하던 프로야구 구단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가격은 총 1353억원이다.

SK와이번스는 포브스 코리아가 선정한 2019년 KBO 구단가치에서 1546억원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SK와이번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네 번 거머쥔 적 있는 팀이라는 것도 고려하면, 1353억원이라는 인수 금액이 비싼 편은 아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예상치 못했던 소식에 이마트 주가는 26일 장 초반부터 종일 하락세를 보인 후 17만4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종가 대비 4.9% 하락한 수치다. 개인 투자자들은 야구단 인수가 이마트의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신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사양 산업인 야구단 인수가 오히려 기업에 손실만 더 가져올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고,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면 이마트 계열 점포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마트의 SK와이번스 인수는 당장 기업의 재정 상황을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SK와이번스의 지난 2019년 연간 매출액은 562억원을 기록했다. 그마저도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SK 등으로부터 받은 광고 수익이다. 결과적으로 영업손실은 6억2000만원 수준이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면 지난해 매출은 더 타격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마트가 SK와이번스 인수에 적극 나선 것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사업 전략이 크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 하남 개장식에서 "향후 유통업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와 야구장이 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유통시장이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곳을 넘어, 고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체험 및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단을 인수하면 이마트는 기존 고객들의 활동 반경에 야구장을 통한 다양한 체험 및 경험을 추가할 수 있게 된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자신이 속한 사업만 바라보는 좁은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는데, 이런 점을 주목했을 가능성이 크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가 성사된다면 오프라인 플랫폼에 강점이 있는 체험·경험 등의 기능을 기존 신세계그룹 유통 채널과 결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온·오프라인을 통합해 시장을 확장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야구장을 찾는 팬들은 온라인 콘텐츠도 활발하게 소비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관중 주축 연령대가 20~30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야구 콘텐츠를 소비하는 고객이 곧 온라인 쇼핑 고객과 일치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야구팬과 고객의 경계 없는 소통과 경험의 공유가 이뤄지면서 상호간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동 인구 기준으로 지리적 위치를 선점하는 기존 유통업의 성격이 퇴색하고 있다"며 "영업 자산 효율성 측면에서 부동산보다 일종의 콘텐츠(야구단)를 보유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이마트가 야구단을 얻으면서 사업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면, SK텔레콤은 오히려 야구단을 내려놓으면서 사업의 체질개선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야구단을 팔아야 할 정도로 자금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오히려 비대면 통신이나 IT 서비스 분야에서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상 어려움을 털어내는 매각보다는 사업 방향이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체질 개선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쪽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새해 들어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4일 온택트 신년인사회에서 "AI가 회사 모든 업무와 대고객 서비스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빅테크 기업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지난 25일 '2021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는 "코로나19가 가속한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공지능과 빅테크에 중점을 두는 SK텔레콤의 사업은 앞으로 기업소비자간거래(B2C)보다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다. 이동통신 전체 가입자가 7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거래는 정체됐기 때문이다. 반면 인공지능 플랫폼을 이용한 사업은 사물인터넷(IoT) 기기 및 가전제품과의 연계를 위해 주요 기업 및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중요하다. SK텔레콤의 실적에 기여하고 있는 ADT캡스, SK인포섹 등 보안 사업도 대표적인 B2B 분야다.

장민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 보안사업의 매출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추구하는 방향과 시장 환경이 변하면서 SK텔레콤은 소비자 직접 마케팅 수단인 야구단을 내려놓았을 수 있다.

이마트와 SK텔레콤 모두 야구단을 둘러싸고 나름대로 전략적 판단을 내린 셈이지만, 아직 투자자 심리는 오리무중이다. 양해각서가 체결된 26일 종가 기준 이마트와 SK텔레콤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각각 4.9%, 3.42%씩 하락했다. 양사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통해 투자 심리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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