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현정 소장 “내 아이 ‘착한아이콤플렉스’ 환상 버려라”
[인터뷰] 백현정 소장 “내 아이 ‘착한아이콤플렉스’ 환상 버려라”
  • 백지선
  • 승인 2014.07.21 18:2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엄마는 아이가 당근을 골라낼 때마다 화가 난다. 당근이 몸에 좋다고 설명해도 아이는 도통 당근을 입에 대려하지 않는다. 결국 엄마는 화를 내고 아이는 눈물을 머금으며 꾸역꾸역 당근을 삼킨다. 

‘아이가 웃는 세상’의 백현정 소장은 아이가 당근을 먹기 싫어한다면 그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밥상 위에서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다. 그는 목적지로 가는 두 가지의 길이 있다면 아이에게 어느 길로 가고 싶은지 물어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엄마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길 바란다. 그렇지만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라 해서 위험을 피해갈 수 없다. 오히려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위험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달아나는 게 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백 소장은 엄마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아이 스스로 위험을 알아차리고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아이가 웃는 세상’ 백현정 소장.

 


◇아이 본연의 모습을 존중하자

- ‘아이가 웃는 세상’의 주요 활동은?


활동가들 모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다. 많은 시간을 내기 어렵다. 다만 의식이 있고 언제든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적극적인 행동보단 의식에 치중하고 있다. 함께 모이면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리는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교육에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스칸디나비아맘, 타이거맘 등 여러 종류의 맘들이 있다. 어떤 아이에게는 타이거맘이 맞을 수 있다. 또 어떤 아이는 스칸디나비아맘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즉 아이의 특성을 주의 깊게 잘 살펴야 한다.

육아서를 많이 봤으나 내린 결론은, 육아서는 바이블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육아서에 나온 아이와 내 아이는 다르다. 현재 ‘아이가 웃는 세상’에서 활동하는 엄마들은 엄마 자신의 방식으로 아이를 교육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방식에 맞춰 아이 본연의 모습대로 클 수 있게 도와주려 노력한다.

여기서 엄마들이 강조하는 것은 ‘생명과 안전’이다. 생존, 생명에 초점을 두고 많은 의견을 나눈다. 성폭력, 범죄, 교통사고 등 사고는 의외로 많고 분야도 다양하다. ‘아이가 웃는 세상’에 모인 엄마들은 아이가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다.

◇피해아동? 일반아동? 아동은 그저 아동

-세발자전거 합창단은?


원래는 성폭력피해를 받은 아이들을 끌어안고자 출발했다. 현재는 폭력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합창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 합창단 아이들은 ‘폭력’이라는 단어도 잘 모른다. 아이들은 그저 같이 어울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거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합창단 활동은 안양에서 이뤄진다.

지난 3월에는 법무부 행사에 참여해 노래도 두 곡 불렀다. 이후 아이들이 자신감을 얻고 무대에 좋은 느낌을 받아 반응이 좋은지라 계속 운영중이다.

처음엔 성폭력피해를 받은 아이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섞여 있었다. 한창 연습을 해나가던 중 성폭력피해를 받지 않은 아이라고 알고 있었던 아이가 피해를 입은 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피해를 입었다 혹은 입지 않았다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 뿐더러 아무도 모르는 것이더라.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서로 부딪치고 위로받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 2014년 여성주간 기념토론회 ‘서울여성, 안전을 다시 보다’ 참석한 백 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성폭력보다 아이 생명이 더 중요하다

-영유아 성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안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다.


위기 상황에 놓인 아이에게 ‘안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법정에서는 거부의사 표명을 했는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안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의 성교육은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가 위기 상황에서 너무 심하게 거부의사를 보이면 아이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아이가 거칠게 반항하거나 아이가 범인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면 범인이 아이를 죽인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내가 아저씨 얼굴 다 기억했어” 혹은 “나 아저씨 신고 할 거야” 등 범인을 자극하는 행동이나 말이 아이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많다. 심한 경우 ‘4살짜리 아이가 치마를 흔들면서 지나갔다’, ‘8세 아이가 범인 몸에 올라갔다’ 등도 있다. 요새는 예전에 비해 판례가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성폭력 피해를 지속적으로 받은 사람에게 ‘왜 지속적으로 당했냐?’며 ‘너도 즐긴 거 아니냐?’ 등 이렇게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 문제가 많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법정에서 승소하는 것보다 아이가 살아서 집에 돌아오는 것이다. 아이는 그저 살아 돌아온 게 장한 거고 잘 한 거다.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오지 않았나?

▲ 아이가 웃는 세상 백현정 소장.

 


◇위험에 대한 판단력과 실행력 길러줘라

-부모는 아이에게 어떻게 교육하는 게 좋을까?


아이도 위험한 상황에서 직감적으로 위험을 감지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위험을 이겨내고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더 많다. ‘착한아이콤플렉스’와 연결되는 부분이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머릿속에 울리는 경고등을 받아들여, 상황을 탈출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판단력과 실행력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길러주기 위해 아이는 밖에서 많이 뛰어놀며 경험해야 한다. 또 자신의 의사도 많이 표현해봐야 한다. 그리고 아이의 의사를 가장 많이 받아들여야 할 사람은 부모다.

당근을 먹지 않는 아이에게 억지로 당근을 먹이면, 이 아이의 의사는 꺾인 것이다. 당근은 몸에 좋은 채소이기 때문에 먹으면 좋지만 아이가 끝까지 싫다고 하면 못 먹이는 거다. 오랜 설득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당근을 먹지 않는다면 당근을 빼고 먹도록 하면 된다.

만약 아이가 높은 난간 위를 걷는 행위를 한다면 당연히 혼나야 한다. 하지만 당근은 먹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 만일 아이가 당근을 먹지 않는다면 먹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주거나 아이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다. 분명한 건 자신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아이와 자신의 의견이 무시된 아이는 다르다는 것이다.

부모가 어디 가게 되면 아이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를 따라가게 된다. 부모는 아이에게 ‘오늘 어디 갈 건데 너 시간되니?’라고 잘 묻지 않는다. 어른은 상대가 어른이냐, 아이냐에 따라 다르게 대한다. 하지만 물어봐야 한다. 식사를 준비할 때도 아이에게 오늘 점심에는 뭘 먹고 싶은지 물어보고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하다못해 아이의 의견까지 물은 후 다수결로 메뉴를 정하는 등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줘야 한다.

△백현정 소장은?

1979년생.
SK C&C,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근무했음. 유럽발 금융위기 때 임신으로 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