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친권자에 의한 아동 징계권 삭제해야"
인권위, "친권자에 의한 아동 징계권 삭제해야"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9.1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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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최주연] 국가인권위원회가 친권자에 의한 아동 징계권 민법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미지=caleb woods on unsplash)
(이미지=caleb woods on unsplash)

친권자에 의한 아동 징계권은 그 동안 '사랑의 매'라는 허울로 훈육성 폭력에 정당성을 부여해왔다. 

인권위는 9일 국회와 법무부장관에게 △친권자의 징계권을 규정한 민법 제915조를 삭제하고, △민법에 자녀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으로 규정하는 등 아동의 권리와 인권 보호 증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민법이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지난 7월 31일 기준 민법 제915조 징계권 규정 삭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4건 발의되었으며, 법무부도 민법 제915조 삭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법률안을 마련한 상태다.

인권위는 해당 법률안들에 대해 검토하고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아동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법률의 입법취지를 약화시키고, 아동학대 사건에서 친권자의 체벌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민법 제915조를 삭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징계’와 ‘훈육’의 모호성으로 인해 초래되는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어려움 등을 고려해, 민법 제915조의 ‘필요한 징계’를 삭제한다고 해서 ‘필요한 훈육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를 포함시키지는 않아야 한다고 보았다. 긍정적 훈육은 친권자로서 당연히 행사하거나 부담하는 권리이자 의무이기에 별도로 ‘필요한 훈육’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상 허용 가능한 수준의 친권 행사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아동에 대한 체벌금지를 명확히 하고 아동학대 금지에 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해 민법에 자녀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최근 친권자에 의한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번 의견표명을 토대로 향후 민법이 아동의 권리와 인권 보호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2020년 현재 전세계 60개국에서는 가정을 비롯한 모든 환경에서의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처럼 징계권을 인정해 왔던 일본도 지난 4월, 부모 체벌을 금지하는 아동학대방지법 개정안을 시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해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 견해를 통해 “당사국 영토 내 법률 및 관행 상의 ‘간접 체벌’과 ‘훈육적 처벌’ 포함, 모든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국내 시민사회 역시 현행법 개정의 목소리를 꾸준히 높여왔다. 

국내에서는 최근 끔찍한 가정 내 아동학대 사례가 잇따라 발생한 후부터 지지부진했던 법 개정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 5월, 경남 창녕에서는 잠옷 차림의 9세 아동이 부모의 지속적인 학대 끝에 도망을 친 사례가 있었다. 온 몸에 멍 자국이 선명했던 해당 아동은 계부에 의해 쇠사슬에 목이 묶여 있다가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6월 충남 천안의 A씨가 9살 아들을 여행가방 안에 7시간동안 감금,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도 생겨 훈육성 아동학대에 대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결국 지난 8월 4일 법무부는 아동학대, 특히 부모로부터 발생하는 아동폭력의 발생을 근절하고자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마련 및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민법 제915조 징계권 삭제’가 핵심인 이번 법안 개정은 해당 내용이 부모의 자녀 체벌 합법화를 위한 근거 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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