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층간 흡연에 어떻게 대항해야 할까?
[사람과 법률] 층간 흡연에 어떻게 대항해야 할까?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9.01 10: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무법인 사람 박성민 변호사
법무법인 사람 박성민 변호사

유난히도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뒤늦은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습도까지 높아 후텁지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중에,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온종일 마스크까지 끼고 있느라 답답함을 더했다. 그래도 계절은 순행하여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처서(處暑)가 지나고 이제 저녁이면 선선한 바람이 불기도 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한낮 내내 가열차게 돌아가던 에어컨을 끄고, 지겨운 마스크에서도 벗어나 선선히 불어오는 자연풍을 맞이하려고 거실 창문을 한껏 열어젖히며 숨을 깊이 들이쉬어 보는데, 이 순간 꿀맛 같은 휴식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 흔히 ‘층간 흡연’이라고 부르는,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담배연기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불쾌함과 짜증이 솟아오르며, 동시에 머리 한편으로 아파트 정문에 세워져 있는 ‘금연아파트’ 표지가 스쳐 간다.
‘아니, 금연아파트에서 흡연을? 저걸 그냥 확!’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감스럽게도 지금 우리 집 거실로 들어오고 있는 이 담배연기는 우리 아파트가 ‘금연아파트’라는 사정만 들어서는 막을 수 없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건강증진법』에서는 『주택법』에 따른 공동주택의 거주 세대 중 2분의 1 이상이 그 공동주택의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내부 공용공간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금연구역 지정을 신청하면 지방자치단체장(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이 그 구역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안내표지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이 흔히들 알고 있는 ‘금연아파트’이다.

만약 위에 정해진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경우 『국민건강증진법』 제34조 제3항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나, 이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아파트 내부 ‘공용공간’, 즉 복도나 계단,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등 네 곳에 국한된 것이어서 각 거주자의 전용공간-이를테면 우리 아랫집의 거실 베란다-에서 이루어지는 흡연에 대해서는 우리 아파트가 ‘금연아파트’임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금연을 강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저 담배연기를 감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흡연자가 흡연할 때 나오는 연기를 비흡연자가 마시는 것을 흔히 간접흡연이라 한다.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 정보에 따르면 비흡연자도 간접흡연으로 인해 수천 가지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특히 그중에는 비소, 벤젠, 크롬, 부타디엔 등 발암성 물질도 포함되어 있어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의 공식 보고서에서도 간접흡연을 발암 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간접흡연은 비흡연자의 폐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미국의 경우 최소 한해 3000명이 간접흡연에 의한 폐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외에도 간접흡연으로 인해 성인에서 유방암, 비강암, 비인두암 등의 발병 위험이 커지고, 소아에서는 백혈병, 림프종, 뇌종양의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또한 간접흡연은 비흡연자의 조기사망과 관련이 있다. 간접흡연으로 노출된 부류연(sidestream)의 흡인은 기도를 자극하고, 단시간에 심혈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또한 간접흡연으로 인해 대표적인 관상동맥질환인 심장질환의 위험도가 25~30% 정도 증가되며, 이외에도 뇌졸중이나 동맥 관련 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특히 아직 장기나 면역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어린이는 간접흡연에 더 취약하다고 한다. 어린이가 간접흡연에 노출된다면 영아조기사망증후군, 중이염, 상기도염, 폐렴, 기관지염, 천식 증상의 악화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발달저하 역시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래층의 담배연기에 어떻게 대항해야 할까?

우선 민법상의 규정을 살펴보자. 『민법』 제217조는 매연·액체·음향 등으로 이웃의 토지 사용을 방해하거나 생활에 고통을 주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니, 일견 아래층의 담배연기에도 이 조항을 들어 금연을 요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 첫 번째는 기준의 모호함이다. 법률용어로는 ‘수인한도’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참을 수 있고 참아야 하는지를 판단할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위 조항을 근거로 현실적으로 어떤 조치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는 입증의 문제이다. 간접흡연의 원흉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를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공동주택관리법』에서는 아래와 같이 공동주택에서 층간흡연으로 인한 주민 간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절차를 마련해 놓았다.

『공동주택관리법』 제20조의2(간접흡연의 방지 등)

①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은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의 흡연으로 인하여 다른 입주자등에게 피해를 주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간접흡연으로 피해를 입은 입주자등은 관리주체에게 간접흡연 발생 사실을 알리고, 관리주체가 간접흡연 피해를 끼친 해당 입주자등에게 일정한 장소에서 흡연을 중단하도록 권고할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관리주체는 사실관계 확인을 위하여 세대 내 확인 등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③ 간접흡연 피해를 끼친 입주자등은 제2항에 따른 관리주체의 권고에 협조하여야 한다.

④ 관리주체는 필요한 경우 입주자등을 대상으로 간접흡연의 예방, 분쟁의 조정 등을 위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⑤ 입주자등은 필요한 경우 간접흡연에 따른 분쟁의 예방, 조정, 교육 등을 위하여 자치적인 조직을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다.

즉, 간접흡연의 피해를 보고 있는 입주자가 아파트 관리주체에 층간 흡연을 신고하면, 관리주체가 실내 흡연이 의심되는 입주자 세대에 들어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등 필요한 조사를 하고, 사실로 확인되면 간접흡연 중단과 금연을 권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동시에 모든 입주자에게 간접흡연 피해방지를 위해 노력할 의무를 부여하면서 피해를 끼친 입주자에 대해서는 관리주체의 권고에 대하여도 ‘협조’할 의무를 부여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있다. 이는 권고 사항일 뿐 전용공간 내 흡연을 강하게 규제하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입주자들은 간접흡연 피해방지를 위해 ‘노력’하면 되고, 가해 입주자도 권고에 ‘협조’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이 규정만을 근거로 실제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한편, 해외의 경우 층간 흡연에 보다 실제적인 규제를 하는 국가가 있다. 캐나다의 일부 지역에서는 모든 공동주택 소유자에게 금연규칙 채택을 허용하여, 이 지역에 새로 이사 오는 거주자들의 임대 계약서에 전용 부분에서 흡연을 금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미국과 뉴질랜드의 일부 지역에서도 공동주택에서의 흡연을 적극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 나라보다 우리나라는 주거 특성상 아파트, 빌라 등 공동 주택이 많기 때문에 층간 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지난 2018년에는 아파트 복도에서 흡연 문제로 다투다 폭력을 휘두른 이웃 주민들이 경찰에 입건된 예도 있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수긍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박성민 변호사 프로필>
포항여자고등학교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박사 수료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
- 現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손해배상 전문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 現 국방부 지뢰피해자 및 유족 여부 심사 실무위원회 위원
- 現 양천구 노동복지센터 법률자문 및 노동상담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