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 지역 학생, 수능보다 '학생부 종합'이 유리...세간 인식과 달라
읍·면 지역 학생, 수능보다 '학생부 종합'이 유리...세간 인식과 달라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8.2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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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읍·면 지역 학생들에게 수능보다 학생부 종합, 학생부 교과가 대학입시에 더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그 동안 수능이 가장 공정한 전형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뒤바꾸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전형에 따라선 학교 교육만으로도 대학 진학이 충분히 가능함을 확인한 것이다. 

국립대 전형별 읍면 지역 합격생 비율 [자료제공=강민정 의원실]
국립대 전형별 읍면 지역 합격생 비율 [자료제공=강민정 의원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이 29개 국립대학교 ‘전형별 읍·면 지역 합격자 수’를 파악한 자료를 공개했다. 

기존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갖는 불공정한 요소로 대입 전형 가운데 그나마 ‘수능이 가장 공정한 전형이 아닌가?’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는 학생부 전형이 수능 위주 전형 혹은 논술 전형보다 읍·면 지역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학년도부터 2020학년도까지 3년간 전국 29개 국립대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총 19만1756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읍면지역 입학생 수는 2만6914명으로 전체의 14.04%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서비스에 나오는 전체 고등학생대비 읍·면 지역 고등학생 수의 비율(14.48%)과 유사한 수치이다.

대학교들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형에 따라 합격자의 비중이 유의미하게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 종합 전형의 경우 읍·면 지역 고등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입학할 수 있었다. 2018학년도부터 2020학년도까지 3년간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국립대에 진학한 학생들은 5만1373명이다. 이들 중 읍·면 지역 학생들은 1만4명으로 전체의 19.47%를 차지했다.

2018학년도부터 2020학년도까지 3년간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국립대에 진학한 학생들
2018학년도부터 2020학년도까지 3년간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국립대에 진학한 학생들

학생부 교과와 실기 위주 전형도 읍·면 지역 학생들이 충분히 대비를 할 수 있는 전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 교과 전형의 경우 2018학년도부터 2020학년도까지 3년간 전체 진학생 5만9619명 중 읍·면 지역 학생들은 9246명으로 15.51%를 차지했다. 실기 위주 전형도 지난 3년간 전체 진학생 6729명 중 읍·면 지역 학생들은 1003명으로 14.91%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고등학생 대비 읍·면 지역 고등학생의 비중 14.48%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읍·면 지역 고등학생들이 특별히 불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부 교과 전형과 실기 위주 전형의 입학생 수
학생부 교과 전형과 실기 위주 전형의 입학생 수

반면, 수능 위주 전형과 논술 위주 전형은 읍·면 지역 고등학생들이 준비하기 어려운 전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수능 위주 전형 합격자는 총 6만9395명이었다. 이들 중 읍·면 지역 고등학생은 6289명으로 전체의 9.06%에 그쳤다. 국립대 중 경북대와 부산대에서만 실시한 논술 전형도 전체 입학생 4282명 중 읍·면 지역 고등학생은 328명으로 7.66%에 그쳤다.

수능 위주 전형과 논술 위주 전형은  읍·면 지역 고등학생들이 준비하기 어려운 전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별로도 수치상의 차이는 있지만, 학생부 전형이 수능 위주 전형에 비해 읍·면 지역 학생에게 유리한 현상은 동일하게 관측된다. 

교육대 6개교 (공주교대, 광주교대, 전주교대, 청주교대, 춘천교대, 한국교원대)의 경우 지난 3년간 학생부 종합 전형 입학생과 수능 위주 전형 입학생은 2880명과 3731명으로 수능 위주 전형 입학생이 학생부 종합 전형 입학생보다 851명 많았다. 하지만, 읍·면 지역 학생의 경우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는 658명(22.84%), 수능 위주 전형으로는 371명(9.94%)이 입학해 학생부 종합 전형 입학생이 수능 위주 전형 입학생보다 287명 많았다.

학생부 전형이 수능 위주 전형에 비해 읍·면 지역 학생에게 유리한 현상은 동일하게 관측된다.  

 

서울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 3년간 학생부 종합 전형 입학생과 수능 위주 전형 입학생은 7383명과 3731명이었다. 이들 중 읍·면 지역 학생의 경우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는 377명(5.1%), 수능 위주 전형으로는 96명(3.64%)이 입학해, 다른 학교들과 유사한 현상이 확인됐다.

서울대도 읍·면 지역 학생의 경우,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는 377명(5.1%), 수능 위주 전형으로는 96명(3.64%)이 입학했다. 

 

강민정 의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학교 교육을 통해 준비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과 학생부 교과 전형에서는 읍·면 지역 학생들이 인구 비례보다 좋거나 혹은 유사한 성취를 올렸다”라며 “수능이 공정하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전형에 따라선 지방 고등학교도 충분히 대학에 학생을 진학시킬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문제 풀이 위주의 수능, 교과 과정 내에서 준비가 어려운 논술 전형에서는 읍·면 지역 학생이 불리했다”라며 “수능 위주 전형에서 재수생 합격자 비중이 늘어난다는 통계에 이어 다시 한번 수능과 논술이 사교육 접근성에 따라 성패가 비례하는 전형임이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시 확대는 경제적, 사회적, 지리적 격차가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다양한 지표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라며 “입시에서 지역 안배,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축소뿐 아니라 지역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는 국립대에 대한 교육환경 개선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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