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지원 행위·편법 승계 논란' 하림 김홍국 회장 공정위 칼날 벗어나나
'부당지원 행위·편법 승계 논란' 하림 김홍국 회장 공정위 칼날 벗어나나
  • 지태섭 기자
  • 승인 2020.08.24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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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원대 중견그룹 증여세 100억원 납부하고 승계 마무리?

[베이비타임즈=지태섭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중견기업집단인 SPC 계열사의 부당지원행위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을 부과하고, 그룹 총수, 경영진 및 법인을 고발하면서 중견기업집단의 부당 지원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할 것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몇 개 그룹이 그 대상으로 거론되고 이 중에는 호남지역 최대 기업 중 하나인 하림그룹 역시 꾸준하게 그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어 과연 하림이 공정위 화살을 비켜갈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하림그룹의 혐의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와 시장 거래 가격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내부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 올품 뒤에는 계열사 일감…공정위 조사 중

공정위는 하림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올품에 주목하고 있다. 올품은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의 아들인 김준영씨가 지분율 100%로 최대주주로 있는 오너 개인회사다. 지난 1999년 동물약품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2010년 김홍국 회장의 개인회사 한국썸벧을 한국썸벧판매와 자회사 한국썸벧으로 분할했다. 이듬해 제일사료가 제일홀딩스로 이름을 바꿔 지주회사로 전환하자 한국썸벧은 제일홀딩스 지분을 매입했다. 이로써 김홍국 회장이 한국썸벧판매를 지배하고 한국썸벧판매는 한국썸벧을 지배하며, 한국썸벧은 마지막으로 제일홀딩스를 지배하는 구조가 완성됐다. 그리고 김 회장은 아들 준영씨에게 한국썸벧판매 지분을 물려줬다.

이후 2013년 1월 한국썸벧이 양계 및 축산물 가공판매를 영위하는 주식회사 올품을 흡수합병했고, 상호를 주식회사 올품으로 변경했다. 

이어 김홍국 회장은 증여세 재원 해결을 위해 올품의 유상감자를 실시했다. 유상감자는 회사가 주주에게 현금을 주고 그만큼의 주식을 없애는 것인데, 통상 인수합병 후 투자금 조기회수 방안으로 자주 쓰여 논란이 된다.  올품 유상증자 당시나 지금이나 주주는 단 한 명 준영씨 뿐이어서 지분율 변동은 없었다. 올품은 단 한명의 주주를 위해 유상감자를 실시했고, 준영씨는 그 돈으로 증여세 상당 부분을 납부했다.

또한 지주회사 제일홀딩스 지배력 확대를 위해 제일홀딩스는 전체 지분의 80%에 달하는 자사주를 모두 소각했다. 자사주를 소각하자 제일홀딩스의 주주인 한국썸벧의 지분율이 37%로 수직상승했다. 이로써 김준영에서 올품으로 올품에서 한국인베스트먼트(한국썸벧이 사명변경)로 다시 한국인베스트먼트에서 제일홀딩스로 이어지는 고리가 강화됐다. 이후 제일홀딩스는 상장했다.

지난 2019년 말 기준 올품의 매출액은 3053억원. 이 중 하림지주를 통한 내부거래 매출은 37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기 직전년도인 2016년과 2017년 올품과 하림지주 간 내부거래 매출은 각각 765억원, 401억원이었다. 이 시기 올품은 하림지주 계열회사 중에서도 가장 높은 내부거래 매출 비중을 보였다.

지주사의 내부 거래 비중이 줄면서 올품은 지난 4년간 영업이익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올품 영업이익은 지난 2016년 184억원을 최대로 정점을 찍고 2017년 162억원, 2018년 6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9년에는 마이너스 103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 공정위, 하림그룹 부당지원 행위와 편법 조사

하림그룹 지배구조는 최상위 지주사인 하림지주가 주요 계열사인 제일사료, 하림, 선진, 팜스코, 팬오션, 엔에스쇼핑을 거머쥔 형태다. 김 회장은 하림지주 지분 22.64%를 소유한 최대주주로, 뒤를 이어 한국인베스트먼트(19.98%)와 올품(4.3%)이 각각 2·3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중 올품이 하림지주의 2대주주인 한국인베스트먼트 지분 전체를 보유했고, 올품은 준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했다는 점이다. 즉 하림그룹 지배구조는 '김준영→올품→한국인베스트먼트→하림지주→주요 계열사’로 이뤄졌다. 

하림그룹은 현재 해외법인 37곳을 비롯해 양돈사업 20개사와 가금 7개사, 유통 6개사, 해운 2개사, 사료 1개사 등 총 95개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제일홀딩스와 하림홀딩스가 '2중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제일홀딩스가 상단, 하림홀딩스가 중간 지주회사 역할이다.

하지만 지주회사 밖에 자리잡은 올품이 제일홀딩스를 지배한다. 올품은 이름처럼 지주회사 밖에서 하림그룹의 모든 것을 품고 있다. 그런 올품의 지분 전부를 김 회장의 장남 준영씨가 가지고 있다. 김준영→올품→제일홀딩스→하림홀딩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재 하림의 자산 총액은 약 10조원이다. 따라서 준영씨는 앞서 납부한 증여세 100억원으로 10조원 그룹 지주사를 지배했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공정위는 부당지원 행위와 편법이 있었는지 현장조사에 나서게 된 것이다.

하림그룹이 첫 대기업집단 직권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지난 2017년부터 2년여간 진행된 현장조사만 총 7차례. 공정위는 지난 2018년 말 김 회장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그룹에 발송했고, 현재 그룹은 심사결과 발표를 앞둔 상태다. 하지만 2019년 하림 측에서 공정위를 상대로 자료 열람·복사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심사에 대한 심의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하림 측의 요구사항은 공정위가 조사에 참고한 실제 자료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정보 공개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정상가격 산정에 활용한 제3자 업체들의 거래가격 등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에서다.

2019년 10월 대법원은 비공개 처분된 자료를 하림에 일부 공개하라고 판결했으나 공정위는 해당 부분을 공개하지 않고 혐의 입증자료에서 제외한 후 다시 심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이에 하림은 지난 5월 발송된 새로운 심사보고서에 대해 또 다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 결과가 이르면 다음달 중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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