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 다툼 대신 단단한 형제경영으로 코로나 위기 넘겨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경영권 다툼 대신 단단한 형제경영으로 코로나 위기 넘겨야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0.08.0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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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왼쪽부터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조현범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사장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창립 80주년을 앞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남매 갈등으로 시끄럽다. 한진칼과 롯데그룹에 이어 또다시 마주한 재벌가의 상속 싸움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딸이 아버지를 치매 환자로 몰아붙이는 상황까지 이어져 씁쓸함을 더한다.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7월 30일 아버지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을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을 신청했다.

아버지가 둘째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에게 회사 지분 전체를 상속한 것을 두고 온전한 정신 상태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추측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6월 30일 조 회장은 아들 조현범 사장에게 시간 외 대량매매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 전량을 양도했다. 조 사장은 이로써 42.9%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어 최대주주가 되었다.

성년후견은 한마디로 치매노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장애, 질병, 노령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후견인을 세우는 것으로, 가정법원의 결정으로 선임된 후견인이 재산관리와 일상생활에 관한 지원과 보호를 하게 된다.

이번 사건은 딸 조희경 이사장이 치매로 판단능력이 부족해진 아버지가 자신을 제쳐두고 아들에게 전 재산을 물려줬으니 법원에서 이 결정을 다시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조양래 회장은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내고 ”아들에게 보유 주식을 처분한 것은 자신의 의지로 결정한 일“이라면서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한순간도 해본 적이 없다. 가정을 꾸리는 안사람으로서 잘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못 박았다.

조현범 사장이 지난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잘해 왔고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 회사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바가 있음으로 이미 최대주주로 점을 찍어 두었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아울러 “이번 일이 가족 간의 불화로 비치는 것이 정말 부끄럽고 염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을 만큼 충분한 돈을 증여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조 회장은 매주 골프를 치는가 하면 매일 걷기 운동과 PT를 병행할 만큼 건강상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양래 회장은 슬하에 장녀 조희경 이사장, 차녀 조희원 씨,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을 두고 있다.

공시에 따르면 조희경 이사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지분은 0.83%이며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19.32%, 차녀 조희원 씨가 10.82%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형제들이 지분을 다 모아도 조현범 사장의 42.9%에는 크게 못 미친다.

또한 장남 조현식 부회장도 이슈가 불거진 후 입장문을 통해 “가족의 일원이자 그룹의 주요주주로서 고민하고 있다”면서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아 한진칼처럼 3자 연합까지 만들어 경영권 쟁탈전에 가세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큰딸인 조 이사장은 30일 법원에 후견심판을 청구하면서 “아버지가 평소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다”면서 “갑작스럽게 동생에게 전량 양도를 한 결정이 자발적인 의사가 맞는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재산 상속에 대해 불만은 아니라는 입장을 먼저 밝힌 것이다.

하지만 법정 다툼의 불씨를 지펴 기업 구성원과 주주들을 한꺼번에 혼란에 빠뜨린 조 이사장의 행동이 옳은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장녀임에도 가장 적은 지분을 갖고 있어 생긴 불만이 아니냐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일반 가정이라면 자녀들이 부모의 재산을 딸 아들 구분 없이 동등하게 물려받는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일반 가정사가 아니라서 기업을 이끌어 가야 하는 후계자를 결정하는 일이다.

그래서 미션과 비전으로 기업의 발전을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온 사람이 당연히 승계권을 갖고 앞날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업에 대한 기여도와 관계없이 자식이니까 똑같이 나눠달라는 선민사상 계산법이라면 그림이 안 된다. 누가 그 기업을 신뢰하겠는가.

선대가 쌓아 올린 기업에 대해 일조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작은 자리부터 겸손하게 시작해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기업 구성원들과 주주 및 가족들에게 더 믿음을 주는 행동일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 발 위기상황으로 지난 3월 24일 7400원까지 떨어졌던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주가는 지루한 횡보장을 거치다가 형제의 난 조짐이 보이던 6월 30일부터 급등해 7월 31일에는 1만7850원까지 올라갔다. 한진칼 주식이 실적과 관계없이 경영권 다툼으로 급등락세를 보이며 시선을 한몸에 받았던 지난 몇 달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도 일부 우려를 낳게 한다.

하지만 이렇듯 경영권 다툼 테마주로 전락해 등락을 반복하는 것보다는 형제 간 협력으로 코로나19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란다. 그래서 오너 일가가 어려운 시절을 뒤로하고 찬란한 미래를 다 함께 맞이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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