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락 목사 "우리 사회가 이젠 유기 아이들을 품어야 할 때"
[인터뷰] 이종락 목사 "우리 사회가 이젠 유기 아이들을 품어야 할 때"
  • 맹성규
  • 승인 2014.07.2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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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사회가 버려진 아이들을 품어야 할 때이다. 버려진 아이들도 존중 받아야 할 소중한 생명이다. 이들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베이비 타임즈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을 취재했다. 세월호 사건 등으로 어른들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이때에 태어나자마자 부모들로부터 버려지는 영아 유기 문제 또한 어른들이 책임을 느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다음은 이종락 주사랑 공동체 담임목사와의 일문일답  

▲ 주사랑 공동체 이종락 목사

 


- 베이비 박스란?

생명을 살리는 박스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산모가 아기를 놓고 갈 수 있도록 담장을 뚫어 박스안쪽으로 갓난아기 한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가로 70cm, 높이 60cm, 깊이 45cm박스다. 유럽을 중심으로 설치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체코 45곳, 독일 99곳, 폴란드 45곳, 이탈리아 8곳,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약 18개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주로 지역교회, 병원, NGO단체 등에 설치 돼 있다. 국내에선 주사랑 공동체 교회가 2009년 12월 처음 만들었다.

▲ 주사랑 공동체 베이비 박스

 


- 이 사역을 시작하게 된 계기?

겨울 바람이 매섭게 부는 2007년 12월 새벽 3시경 전화 한통이 왔다. “죄송합니다.”란 말과 함께 대문 앞에 나가보니 아기가 굴비상자에 담겨 놓여있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품에 안았던 아기는 저체온증으로 생명이 위협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주변에는 이미 생선냄새를 맡고 온 길고양이들이 기웃거리고 있었다. 그때 문뜩 들었던 생각이 “버려진 아기들이 고양이들에게 공격을 받아 죽을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 아기를 치료하고 버려진 아이들을 위해 작은방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체코의 ‘베이비박스’ 동영상을 참고하여 직원들과 상의 후에 교회 외벽에 구멍을 내고 2009년 12월에 베이비 박스를 설치로 이 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사역을 하시는지?

안전한 유아 보호가 목적이다. 베이비 박스가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 주사랑 공동체 교회 대문 앞에 들어오는 아이들만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졌고, 체코 베이비 박스를 통해서 세계 여러나라에서도 베이비 박스를 만들어서 생명을 구하고 있다는 것에 용기를 얻었다.

 

- 입양 특례법 개정 후 ‘베이비박스 속’ 아기가 증가했는데

아이를 입양 보내거나 양육기관에 맡기려면 부모가 출생신고를 하도록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2012년 8월5일부터 도입되었다. 이 법은 출생신고 의무화이다. 미혼모가 키울 수 있는 법이고 입양 간 아이들이 부모를 찾을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현실은 유기를 조장한다. 첫 아기가 들어온 2010년부터 올 4월 5일까지 베이비 박스에 보호된 아기는 총 438명(장애아 44, 일반아 328)으로, 현행 입양특례법이 실행되기 전 2년 7개월 동안 76명이 보호된 반면, 법 실행 후에는 17개월간 305명으로 급증했다. 이 법을 개정한 이후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반가정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누구나 다 출생신고를 한다. 하지만 아이는 낳았지만 키울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미혼모들과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예외의 사항에 있는 10대 미성년자들에게는 적용되기 어려운 법이다. 예외의 사항은 주로 미혼모, 경제적 어려움, 혼외자, 아기의 장애, 부모의 수감, 성폭행, 외국인 불법 체류자, 가정불화의 문제이다. 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

 

- 베이비 박스의 반대의견으로 영아유기와 미혼모의 문제점을 더 초래하여 아기를 안심하고 버릴 수 있는 장소로 이용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러한 의견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안타깝다. 주사랑 공동체에서는 버려진 아이를 살리기 위해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 주사랑 공동체를 한번이라도 방문해줘서 현실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아기를 낳고 하혈을 하는 줄도 모르고 탯줄 달고 방문하는 미혼모도 있다. 이들은 존중받아야 할 귀한 생명이다. 또한, 아기들이 자랐을 때 유아 부모를 찾아주는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아이들은 어떠한 절차를 밟고 살아가는지

베이비 박스에 맡겨지면 총 6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로 베이비 박스에 놓여 지면 먼저 건강이 안전한지 체크하고 심각한 상태 같으면 바로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보낸다.
두 번째로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이 와서 DNA 검사와 수사를 한다.
세 번째로 구청에 넘겨진다.
네 번째로 어린이 종합시립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는다.
다섯 번째로 일시보호소로 간다. 만약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병원에 있든지 장애인시설로 간다.
마지막으로 자리가 나면 보육원으로 간다. 보육원에서 입양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법적대리인인 보육원장이 포기해야만 입양이 가능해진다.

- 베이비 박스를 운영하면서 느끼시는 어려운 점

첫 번째는 베이비박스에 맡겨지는 아기들이 많이 늘었을 때 생기는 인력부족이다. 또한, 아이들을 더욱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점이다.
두 번째는 베이비 박스에 놓고 간 산모를 만났을 때이다. 산모들은 죄책감과 출산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 할 때도 있다. 이들을 위로하고, 치유해 주고, 충족 시켜주지 못한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 
마지막으로 외국에 비해 복잡한 입양절차를 간소화 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입양하려면 6단계를 거치지만 해외에서는 1단계만 거치면 된다.

 

- 한번 버려진 아이들이 두 번 상처 받지 않도록 우리사회나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원천적인 것은 베이비 박스가 없어져도 문제가 없는 사회가 될 때까지 책임감과 소명을 가져야 한다. 해외처럼 지원체계가 마련되어 공공기관이나 베이비 박스를 많이 만들어서 보호해야 한다. 베이비 박스를 찾는 산모 중 60%가 10대 아이들이다. 그중에서 결손가정이 90%나 된다. 파괴된 가정에서 지내는 아이들을 위한 양육, 성교육, 보호 시스템이 생겨야 한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사회에 공헌 할 수 있게 지원해줘야 한다. 또한, 출산우울증과 죄책감으로 살아가는 미혼모들을 위한 복지, 출산, 상담, 치유센터가 생겨야 한다. 이것이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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