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과 불안의 연속”…보건교사의 하루로 본 ‘학교방역’
“긴장과 불안의 연속”…보건교사의 하루로 본 ‘학교방역’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0.06.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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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고 현장취재…코로나19로 달라진 교내 풍경
"교감-보건교사 총괄, 구성원 협력으로 방역 노력"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새학년을 맞아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어딘가 조금 낯설다. 새학기를 시작할 때는 항상 봄·가을용 교복을 입었던 것 같은데 올해 학생들은 여름용 교복과 함께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듯 하다.

세 차례 개학연기와 순차적 온라인 개학, 그리고 네 번에 걸쳐 시행된 등교개학이 지난 8일 일정으로 마무리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당초 개학 예정일 이후 99일만에 실시한 개학 완료다.

이렇듯 전례없는 비상 상황에 올해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등학교는 기약없는 불안과 초조함으로 새학년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감염병으로부터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도 고민 중이다.

베이비타임즈는 학교 내 유일한 의료인이자 방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보건교사의 하루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학교 풍경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중동고등학교를 직접 찾았다.

아침 등교한 중동고 학생들은 열화상카메라 발열체크 후 정해진 동선에 따라 교실로 이동하게 된다. (사진=김은교 기자)
아침에 등교한 중동고 학생들은 열화상카메라 발열체크 후 정해진 동선에 따라 교실로 이동하게 된다. (사진=김은교 기자)

① 달라진 학교 일상_등교지도·아침조회·학생방역

오전 7시30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지어 교문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침 등교 지도에 나선 교감선생님과 담당 교사들이 보이지 않는 긴장 속에서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 때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 및 지정된 동선에 따른 거리두기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학생들은 건물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체크를 한 후 교실로 이동한다.

만일 해당 과정에서 이상 소견을 보이는 학생이 발견되면 건물 입구 옆 ‘일시적 대기장소’로 보내진다. 이후, 반복적인 발열체크를 통해 경과 추이를 살피게 된다.

급식실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 측정 화면.
급식실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카메라 측정 화면.

반대로 수업 중 코로나19 관련 현상을 호소할 경우에는 보건교사 문진에 따라 건물 내 ‘일시적 관찰실’로 보내진다. 이어 감염병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부모님이 직접 학생을 데리고 선별진료소로 동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사정상 부모님이 오지 못할 경우에는 학생 호송을 위해 119가 출동하게 된다.

한편 해당 주 중동고에서는 총 2개 학년(1·3학년)의 등교실시가 진행됐다. 현재 3학년은 매일 등교하고 있으며, 1학년과 2학년은 격주 등교를 통해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아침조회를 하고 있는 2학년12반 선생님과 학생들의 모습.
온라인을 통해 아침조회를 하고 있는 2학년12반 선생님과 학생들의 모습.

등교지도 종료 후 보건실로 가기 전, 잠시 교무실을 들렀다. 이번 주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는 2학년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달라진 대표적 교내 풍경 중 하나가 바로 아침조회 시간이다. 온라인 개학 이후 선생님과 학생들은 ‘구글클래스’ 화상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오전 8시5분. 해당 주 온라인 수업을 실시 중인 2학년12반의 아침조회 시간. 담임선생님은 구글클래스에 들어온 학생들을 확인하며 출석체크를 시작한다. 이 때 출석을 하지 못하는 학생은 불출석 사유가 담긴 문자메시지를 선생님께 보내야 하며, 출석이 늦어질 경우에는 선생님이 직접 부모님께 전화를 하게 된다.

“선생님 이야기가 들리면 손 한 번 흔들어 볼까요?” 선생님 이야기에 학생들 모두 손을 흔든다. 이어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학생건강 자가진단’ 실시를 안내하며 자가진단서 제출을 독려한다.

코로나19 이후 ‘학생건강 자가진단’은 등교 전 필수 코스다. 온라인으로 수업할 경우 아침 화상조회를 통해 제출하면 되지만, 학교에 오는 학생들은 등교 전 반드시 자가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이 때 의심 증세가 나타나면 등교를 할 수 없다.

교실에 비치돼 있는 방역 관련 물품들.
교실에 비치돼 있는 방역 관련 물품들.

등교 후 교실. 중동고의 방역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아침에 등교한 학생들은 체온계 담당 학생을 주축으로 반 전체 발열체크를 재실시한다. 이어 교실에 비치된 장갑·키친타월·물에 희석한 락스를 이용해 본인의 책상과 의자를 소독한다.

② 보건교사의 일상_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보건실

오전 8시40분. 보건실은 이른 아침부터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학생들의 방문으로 분주하다. 보건선생님은 복통 등의 현상을 호소하는 3명 학생 각각의 상태를 파악한 후 관련 조치 및 선별진료소 방문을 안내한다. 이어 학생들이 일시적 관찰실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오전 8시50분. 보건선생님은 앞서 실시된 ‘나이스자가진단’ 관련 전체 응답률을 분석한 후, 그 결과를 선생님들과 공유한다. 금일 평균 응답률은 91.2%. 그 수치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오전 9시. 이상 증세를 호소했던 학생 중 1명의 부모님이 오셨다. 보건선생님은 해당 학생과 함께 부모님이 계신 곳까지 이동한 후 부모님께 학생의 상태를 상세히 설명, 조치사항을 안내했다.

오전 9시15분. 속 울렁거림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이 보건실을 찾았다. 이어 또다른 학생도 들어와 문진을 요청한다.

오전 9시20분. 보건선생님이 부재중인 보건실에 전화벨이 울린다. 같은 시간, 보건선생님은 일시적 관찰실에서 아이들의 상태를 살피는 중이다. 한편 이 전화벨은 하루종일 쉼 없이 울려대기 바빴다.

오전 9시40분. 일시적 관찰실에 있는 학생들의 상황을 걱정하던 교감선생님이 학생 건강 상태 확인을 위해 보건실을 찾았다. 학생 건강에 대한 우려는 어느덧 최근 발생한 롯데월드 방문 확진자 이야기로 전환된다. 요즘 중동고 선생님들은 해당 소식 관련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동고 학생 중 잠실·신천 지역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전 10시5분. 일시적 관찰실에 있던 학생들이 모두 귀가한 후 해당 공간 실내 방역이 제대로 됐는지 점검도 나선다.

학교 방역 관리는 학생들의 협력을 통해서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은 등교 직후 및 점심시간마다 자체적으로 발열 체크 및 공간 소독을 실시하며 감염병 예방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학교 방역 관리는 학생들의 협력을 통해서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은 등교 직후 및 점심시간마다 자체적으로 발열 체크 및 공간 소독을 실시하며 감염병 예방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③ 달라진 학교 일상_쉬는시간·점심시간

 

“쉬는시간입니다. 각 학급에서는 창문을 열어 환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1학년 학생 점심시간입니다. 각 반 학생들은 자리에 앉아 체온을 측정한 후 급식실로 출발해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는 중동고의 점심시간과 쉬는시간 풍경도 바꿔 놓았다. ‘시간 알림 음악’ 대신 ‘시간별 방역 행동 지침’을 방송하기 시작한 것. 이 특별한 종소리는 보건선생님의 아이디어와 동료 선생님의 협력으로 완성됐다.

점심시간 학생들은 급식실로 내려가기 전 교실 내 발열체크 및 손 소독도 실시한다. 이어 급식실 앞에 비치된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서도 재차 발열체크를 진행한다. 이 때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준비한 물통과 수저통을 사용해야 한다.

④ 보건교사의 일상_보건수업 및 행정업무

12시(정오)~오후 13시40분. 외부초청강사와 함께 학생들에게 보여줄 보건수업 영상제작을 지도했다. 지난주 ‘흡연 예방’ 교육에 이은 오늘 촬영의 주제는 ‘디지털 성폭력 예방’이다.

오후 14시. 다시 행정업무를 시작한데 이어 14시50분. 금일자 코로나19 관련 보고를 올렸다.

오후 6시. 금일 단축 수업 진행으로 학생들은 모두 3시 즈음 하교했지만 보건선생님의 하루는 일찍 끝나지 않는다. 통증으로 귀가처리한 아이들의 상태를 다시 한 번 주의깊게 살피고, 보완이 필요한 방역 시스템을 되짚어 본다. 바쁘게 뛰어다니느라 다하지 못한 행정업무를 마무리 하는 시간도 바로 이 시간이다. 결국 오늘도 저녁 6시가 다 돼서야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는 보건일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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