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공감] 임산부 배려석에 앉을 수 있는 용기
[워킹맘 공감] 임산부 배려석에 앉을 수 있는 용기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6.0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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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둘째를 출산한 지 8개월.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출근할 때마다 유독 눈이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임산부 배려석이다.

37주까지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에서 광화문까지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유독 많은 계단이나 긴 환승 통로가 아니었다.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불편한 시선이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핑크색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횟수가 5번이 못된다. 물론 유독 배가 많이 나오지 않았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임산부인 지인들의 경험을 종합해 봐도 대개 그렇다.

그런데 임산부 배지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첫째와 달리 둘째 때는, 다른 이들이 배지로 인해 임산부임을 아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에게 불편과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괜한 자책감이 나를 괴롭혔다. 늘 누군가 앉아있었던 그 자리를 둘러싼 불편한 시선은, 참으로 마음 한편을 부담스럽게 만들었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임산부는 지하철을 타면 어디에 서있을지를 놓고 고민을 한다. 임산부 배려석에 누군가 앉아있을 경우엔 더욱 그렇다. 일단 그 앞에 서 있으려니, 앞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일어나라고 강압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다.

임산부 배려석과 떨어진 곳에 서 있으면 임산부가 배려석에 앉아야지 왜 우리 앞에 있느냐는 표정에 부담스러울 때가 잦다. 심지어 실제로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몇 번 있다. 이런 상황이 부담스러워 스크린도어 앞에 긴 손잡이를 잡고 서 있을 때가 잦았다.

물론 빈자리가 있으면 누구나 앉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아마 일단 빈자리라서 앉아 있다가 임산부가 오면 나중에 양보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대부분 승객은 자리에 앉으면 스마트폰을 펼친다. 그리고 그것에 집중하다 보면 누가 앞에 와 있는지 관심이 떨어지고 만다.

임산부 배려석이 의무석은 아니다. 강제가 아닌 배려석이다. 하지만 나는 되도록 이 자리가 임산부를 위해 비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담없이 용기 있게 임산부들이 앉기를 바란다. 그것은 잠시나마 육체의 피로를 덜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그 자리를 당연히 임산부의 몫으로 둠으로써 이 사회가 임산부를 많이 위하고 있다는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임산부가 왜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냐고, 자차를 타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내 차가 있고, 회사를 자유롭게 출퇴근할 정도로 운전 실력을 갖췄지만, 출퇴근길에 자차 운전은 대중교통보다 월등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기가 쉽다. 1분 1초가 아까운 워킹맘에게 10분, 20분은 아주 긴 시간이다. 아이들 밥을 해줄 수 있으며, 책을 몇 권은 읽어줄 수 있는 시간이다. 또한 임산부가 왜 막 달까지 출근하느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우리나라는 출산율 역대 최저를 매년 갱신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고, 그중에는 좋은 정책이 많다. 하지만 대개는 물질적인 부분에 중점을 둔 것이다. 그런데 물질적인 부분을 강조한 정책을 추진하면 누군가 그것에 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실제로 그 대상은 정부 또는 사업주가 될 때가 잦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겠지만, 임산부를 위한 배려를 많은 이들이 실천한다면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많은 임산부가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방종임 조선에듀 편집장>
공교육과 사교육을 막론한 교육전문기자다. 그러나 일곱 살, 두 살배기 아들 둘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며 아이를 맡아 돌봐주시는 친정엄마, 아이는 알아서 자라는 줄 아는 남편과 때론 웃으며 때로는 투닥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7년차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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