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공감] 장래희망이 무의미한 시대
[워킹맘 공감] 장래희망이 무의미한 시대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5.2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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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방종임 조선일보 교육섹션 조선에듀 편집장

지난 주말, 오랜만에 첫째아들과 미술기관에서 진행하는 미술수업에 참여했다. 코로나 19 탓인지 수업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수업은 코로나 19 예방 수칙을 준수하며 안전하게 진행됐다.

수업의 마지막 과정은 장래희망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는 장래희망이 뭐야?”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는 머뭇거리며 좀처럼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질문을 받자마자 일사천리로 그림을 그리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아들은 한참이나 고민을 이어갔다. 그러다 마감시간에 압박을 느낀 아이와 선생님은 몇 마디를 주고받더니 결국 건축가로 합의하며 집을 그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아이가 장래희망에 선뜻 대답하지 못한 것은 8할은 내 영향이 크다. 나는 지금껏 아이에게 앞으로 뭐가 되고 싶은지, 장래희망이 무엇인지를 물어본 적이 없다. 아니 다른 사람이 그런 질문을 할 때도 중간에서 유연하게 막아서곤 했다. 어떤 직업이 있는지도 되도록 설명해주지 않았다. 앞으로도 아이가 어떤 직업을 원하는지를 묻지도, 좋은 직업을 추천하지도 않을 생각이다. 그 어떤 전문직이라도 말이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데에는 그간 읽은 미래 전망을 다룬 리포트와 교육서적 때문이다. 가장 뇌리에 박힌 것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Job)’ 보고서에 현재 초등학생의 65%는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발표 내용이 내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간의 직업 세계관을 와르르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그 이후에도 파격적인 전망은 이어졌다. 현존하는 직업 20억 개가 2030년 소멸되고, 지금 일자리의 80%는 15년 안에 사라진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이 만든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 때문이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내가 아이에게 유망한 직업을 추천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일지를 생각하니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올바른 직업관을 알려주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렇다고 장래희망을 갖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평균 수명이 100살을 넘을 것이고, 앞선 어느 세대보다 오랜 기간 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직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이다. 다양한 직업을 가질 가능성도 크다. 다만 지금 이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아이를 가두고 싶지는 않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부모가 상상하지도 못한 변화가 펼쳐질 것이고, 직업이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인정받는 직업 또는 부모가 생각하기에 앞으로 유망한 직업을 갖기를 바라기보다는 AI에 대체되지 않을 아이만의 장점을 발견하는데 더 집중하고 싶다.

현재 전문가들은 로봇, 인공지능 등이 정형화된 업무를 맡아서 할 것이기에 인간은 보다 새로운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인 창의성 계발을 강조하는 이유다.

얼마 전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은 마틴 스콜세지에게 감사인사를 건네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는 수상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우리 아이만이 할 수 있는 개인적인 것, 자신만의 것을 오롯이 드러내는 삶을 살기를 바랄 뿐이다. 

 

<방종임 조선에듀 편집장>
공교육과 사교육을 막론한 교육전문기자다. 그러나 일곱 살, 두 살배기 아들 둘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며 아이를 맡아 돌봐주시는 친정엄마, 아이는 알아서 자라는 줄 아는 남편과 때론 웃으며 때로는 투닥거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7년차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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