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철주 연세암병원학교장 인터뷰 "병원학교? 치료하면서 학업 계속하는 곳이죠"
[인터뷰] 유철주 연세암병원학교장 인터뷰 "병원학교? 치료하면서 학업 계속하는 곳이죠"
  • 백지선
  • 승인 2014.06.0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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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장기간 입원치료를 하거나 통원을 하게 되면 학교에 제대로 나갈 수 없다. 혼자서 공부를 한다 하더라도 최소 출석일수를 채워야만 다음 학년으로 진학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중병을 앓는 아이들은 학교에 나갈 수 없어 초등학교마저 자퇴하기도 했다.

현재 대부분의 큰 병원에서는 병원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치료를 받으면서 학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연세암병원 병원학교 역시 아이들이 치료 받으며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교육부 인정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베이비타임즈는 연세암병원 병원학교 유철주 학교장(소아청소년암센터 센터장)을 만나 아이들이 현재 치료와 교육을 어떻게 병행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 연세암병원 병원학교 유철주 학교장 / 연세암병원 소아청소년암센터 센터장

 


◇병원학교, 교육부 인정을 받다

Q. 연세암병원 병원학교는 교육부에서 인정을 받았다.

A. 연세암병원 병원학교(구. 세브란스 어린이병원학교)는 2000년 개교했다. 처음에는 병원 자체에서 운영했다. 그러다 입원치료를 받거나 통원치료 받는 아이들이 제대로 학교를 나갈 수 없는 문제가 점차 미디어에 알려졌다. 이후 2007년 교육부에서 수업시수를 인정해 현재에 이르렀다.

병원학교 수업은 연세암병원에서 치료 받는 아이들이 그 대상이지만 건강장애학생만 수업시수를 인정받을 수 있다. 대상학생은 만성질환으로 인해 3개월 이상의 장기입원 또는 통원치료 등 계속적인 의료지원이 필요해 학교생활 및 학업수행에 어려움이 있는 건강장애학생 등이다(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제10조 관련, 별표 제9호 건강장애를 지닌 특수교육대상자).

현재 연세암병원 병원학교는 서울특별시 서부교육지원청 아래 있고 교육부에서 지원금이 나온다. 다만 2015년부터 관할이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 바뀐다는 소문이 있어, 지원금 확보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교사는 교무부장ㆍ학생부장 선생님을 제외하고 모두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다. 가능한 시간에 와서 아이들에게 담당과목을 가르친다.

 


◇중고생 교과과정, 초등생 정서발달 중점

Q. 병원학교는 일반학교와 어떤 점이 다른가?

A. 2000년 당시 ‘병을 치료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라고 느꼈던 적이 있다. 초등학생 10명과 이야기를 했는데,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은 전학이나 학교를 자퇴해 검정고시를 치르는 등의 방법을 선택했다. 장기간 입원ㆍ통원치료를 받는 아이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느라 수업일수가 부족하거나 학교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 또 일반학교 등교 시, 늘 감염을 조심해야 하고 체육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 교사 또한 아이들을 고루 살펴야 하기에 아픈 아이를 신경쓰기 어렵다. 아이들 역시 경쟁사회를 살아가다 보니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연세암병원 병원학교는 직원들의 봉급의 일부를 기부 받아 운영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서울대병원 병원학교에 이어 두 번째로 개교했다. 현재 동화구연, 율동, 미술, 음악 등의 수업을 한다.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들쭉날쭉하다. 수업 시간에 검사를 받아야 하거나 치료를 받아야 할 때가 있다. 아이의 컨디션이 갑자기 나빠져 수업 참여가 어려울 수 있다. 혹은 아이들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기도 한다. 또 연령대가 다양하다. 불참인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수업에 불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이가 수업을 원할 경우, 교사가 직접 아이의 수업 가능한 시간에 맞춰 병실로 가서 수업을 하기도 한다. 중고생은 교과과정에 중점을 두는 반면 초등생이나 미취학아동의 경우 정서발달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한다.

Q. 아이가 아프다는 이유로 수업을 듣기 싫어하는 경우도 있나? 혹은 학업 스트레스가 아이들의 치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A. 그렇지 않다(웃음). 병원학교 프로그램은 매우 재밌게 짜여져 있어 아이들은 병원학교에서 즐겁게 공부한다.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수업을 찾아다니면서 공부할 정도다. 강제성이 없다. 중고생의 경우, 오히려 본인 스스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있어 불안감을 갖기도 한다.

 


◇"왜 머리카락이 없어? 왜 맨날 마스크 써?"

Q. 자원봉사자 교사가 되려면 특정 조건을 갖춰야 하나?

A. 많은 사람들이 교사 자원봉사를 지원한다. 하지만 병원은 매우 특수한 곳이다. 항암 치료를 받는 아이들이 수업을 듣는 곳이고 위생에 있어 매우 철저하다. 만약 응급상황이 발생한다면 이를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1년에 1~2회 교사연찬회를 열어 환자를 돕는 여러 직종과 더불어 자원봉사 교사들도 가이드라인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한다.

Q. 소아였을 때, 큰 질환을 앓았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의대에 입학한 학생이 있다고 들었다. 이들이 아이들 혹은 부모에게 어떤 자극을 주나?

A. 부모에게는 완치돼 성인이 된 이들의 존재 자체가 큰 도움이다. 병원에서는 완치자와 현재 치료중인 아이 부모가 서로 만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모는 완치자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가 병을 이겨내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난다는 희망을 갖는다. 완치자도 치료중인 아이 부모와의 대화를 매우 만족스러워한다.

또 연세암센터 병원학교에서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는 ‘상록수캠프’인데 매년 2월 당해 취학예정아동과 그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대부분 항암치료를 받거나 항암치료를 갓 마친 아이들이 10명 내외 참여한다. 아이들은 상록수캠프에서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겠다는 선서를 하며 ‘왜 머리카락이 없니?’, ‘왜 마스크를 쓰니?’ 등의 질문에 대한 대처답안을 캠프에서 배운다.

전년 자녀를 입학시킨 학부모 한 분과 현직 교사 한 분도 초대해 예비학부모에게 그동안의 경험이나 에피소드 나누기 및 상담을 진행한다. 이런 경험 교육이 예비학부모와 아이들에게 큰 안심이 된다.

또 하나는 ‘친구야 사랑해’ 프로그램이며 매년 6월 혹은 9월에 진행한다. 학교ㆍ학년ㆍ담임선생님 배정을 받았으나 학교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의 해당 담임선생님과 반 친구들을 불러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이다. 이때 담임선생님과 반 친구들을 몇 번 보지 못한 아이들도 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선생님과 반 친구들을 처음 보는 아이도 있다.

 


◇배려 필요…인성교육 실시돼야

Q. 교사는 교육 전문가지만, 교육대상이 ‘환아’라면 일반교사 역시 당황스러울 것 같다.

A. 실제로 학교에서 환아를 두고 누가 이 학생의 담임이 될 것인가를 논의한다고 들었다. 아이 경험이 많은 교사나 과거 환아가 있는 학급을 맡은 적 있는 교사가 나서서 환아를 맡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젊은 여교사들이 담당하더라. 그들 또한 교육 경험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병원학교에서는 환아 학교생활과 교육활동을 위해 교사와 학부모에게 책자와 비디오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책자와 비디오프로그램에는 환아의 취학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어 교사와 학부모에게 큰 도움이 된다.

Q. 이 기사를 보는 독자 가운데 현직교사가 있을 수 있다. 혹은 일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마디 해달라.

A. 실제로 많은 분들이 교사로서의 자원봉사를 원한다. 그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매우 크다. 병원학교는 철저하게 자원봉사자 교사들로 수업을 진행한다(상주 선생님 2명 제외). 개교 당시부터 지켜온 원칙이다. 보답에 어려움이 있지만 늘 고맙다.

지난 교무부장 선생님이 전직 초등교사로 활동했던 분이었다. 그분이 연세암병원 병원학교가 교육부 인정을 받는 데 필요한 정부 지원 서류나 보고 등의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잘 셋업해주셨다. 매우 도움됐다.

많은 일반인들이 ‘병원학교’에 대해 의아해 한다. 하지만 치료로 인해 학교 출석과 학년 진학에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경쟁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인성교육이 더 중요하다. 이제는 약자를 배려하는 교육에도 신경 쓸 때다.

한국은 선진사회 반열에 오른 듯하면서도 일류사회로 인정받지 못하는 데는 경제발전과 성장은 이뤘지만 아직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서로 배려하며 자라도록 인성교육이 철저하게 돼야 할 시점이다.

▲ 연세암병원 병원학교 시간표.

 


△ 미니인터뷰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수업을 진행하는 연세암병원 병원학교 박애란 교무부장, 윤혜진 학생부장 선생님과 실무에 대한 미니인터뷰를 진행했다.

Q. 전국에 있는 병원학교는 모두 몇 개인가?

A. 박애란 교무부장, 윤혜진 학생부장 : 현재 국내 병원학교는 총 31개다. 그 가운데 10개교가 서울 내 위치해 있다.

Q. 학생 수는 어떻게 되나?

A. 박애란 교무부장, 윤혜진 학생부장 : 매달 다르다. 특히 지난 4월 연세암병원이 오픈하면서 학교 이전 등으로 인해 학생 수에 변화가 있었다. 평균 60~70명 정도며 많을 때는 80~90명 가까이 된다. 지난 5월은 50~60명 정도였다. 학생 구성은 건강장애학생은 현재 25명과 연세암병원에서 치료받는 아이들 다수다.

연령 스펙트럼은 유치부, 초등학생이 전체 수의 절반을 넘는다. 연세암병원으로 병원학교가 이동하면서 14, 15세 학생들의 병원학교 이용이 늘어났다. 아무래도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중학생을 가르치는 게 수월할 수 있다. 중학생들도 학업에 의욕을 갖고 꾸준히 오려 한다.

Q. 그렇다면 교사 수는?

A. 박애란 교무부장, 윤혜진 학생부장 : 자원봉사자 교사 수는 50~60명 정도다. KIDS동아리에는 미술전공학도가 많아 미술수업을 주로 진행한다.

Q. 수업시수를 인정받는다 들었다.

A. 박애란 교무부장, 윤혜진 학생부장 : 병원학교에서 수업시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아이들은 건강장애학생으로 등록된 아이들이다. 이들은 수업시간표대로 수업에 참석하면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다. 만약 수업시간에 몸 상태가 나빠지거나 치료를 받아야 해 수업 참여가 어려울 경우, 수업 가능한 시간에 선생님이 직접 병실을 방문해 수업을 진행한다. 이 또한 인정된다. 다만 수업시수로 인정을 받다보니 아무래도 국영수 위주로 교육하게 된다. 주로 연세대 사범계열 학생들이 방문 선생님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 윤 학생부장도 아이들을 찾아가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 연세암병원 병원학교 교실 책장. 지원받은 책들로 가득하다.

 


Q. 교사 선발 기준은?

A. 박애란 교무부장, 윤혜진 학생부장 : 제 때 시간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는지 여부다. 사실상 일주일에 단 한차례 시간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윤 학생부장의 경우, 아무리 병원학교라 해도 상주하는 선생님의 필요성을 느껴 초빙했다. 아이들에게도 선생님이 학교에 있다는 마인드를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Q. 2015년 들어 관할이 바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얼마 전 교육감이 바뀌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박애란 교무부장, 윤혜진 학생부장 : 현재로선 2015년 지원금을 예측할 수 없다. 지원금에는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지원금이란 원래 아낄 수 없다. 예산을 짜면 거기에 맞게 써야 한다. 많이 나오면 많이 나오는 대로, 적게 나오면 적게 나오는 대로 한 해 동안 모두 소비해야 하는데, 다음 해 지원금을 알 수 없기에 불안감이 계속 되고 있다.

이왕 좋은 뜻으로 시작했다면 지원에 대해 보장성이 유지되길 바란다. 병원학교 이전식 때 많은 관계자들이 찾아왔고 이때, 병원학교 소개와 필요성을 설명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병원학교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예산을 짜는 건 다른 문제지 않은가.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에 초점을 맞춰져 일이 잘 풀리길 바라며 지원금 안전성이 유지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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