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한진칼 분쟁 결자해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연금, 한진칼 분쟁 결자해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 김완묵 기자
  • 승인 2020.03.0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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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조원태 회장

[베이비타임즈=김완묵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업황이 나빴던 항공산업이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후군(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위기감은 커지고 있는데 분쟁이 깊어지고 있으니 걱정도 늘어난다.

이런 위기국면에서 국민의 공적자산인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의 모회사인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보다 명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캐스팅보트를 쥐고 한진그룹 경영권에 관여를 한 만큼 이번에는 결자해지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고 조양호 회장에 대한 이사 재선임 안건 반대를 통해 이를 관철시킨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대한항공 지분 11.56%를 보유한 2대주주로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자전문위)의 결정에 따라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다.

이 때문에 고 조양호 회장은 1999년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표이사를 맡은 지 20여 년 만에 대한항공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그만큼 경제적 파급력도 커서 경제인들 사이에선 '연금 사회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국민연금이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는 조타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이 보다 안정적이며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해가길 바라는 경제인들이 많다.

이런 자세가 지난해 불러온 연금 사회주의 논란에 대한 해답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국민연금은 현재 2.9% 정도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에는 다소 적은 지분이지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양자 간의 지분율 차이가 작고 국민연금이 내린 결정은 소액주주 등에게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지난 25일 국민연금은 서울 강남 모처에서 수탁자전문위를 개최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총 시즌을 앞두고 진용도 개편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올해 주총 시즌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 안건을 두고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이 반기를 든 만큼 국민연금의 입장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경영권 다툼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마무리되지 않고 상당한 시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은 다양한 구조조정과 재무개선 방안을 내놓고 이를 실천에 옮기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주주들이 요구해온 혁신안을 대거 실천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높이 평가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27일 유휴자산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해 관련사에 매각 자문 제안 요청서(RFP)를 발송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매각 대상 유휴자산은 ▲대한항공 소유 서울 종로구 송현동 토지(3만6642㎡)와 건물(605㎡) ▲대한항공이 100% 보유한 해양레저시설 '왕산마리나'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 ▲칼호텔네트워크 소유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파라다이스 호텔 토지(5만3670㎡)와 건물(1만2246㎡) 등이다.

매각 자문 제안 요청서는 부동산 컨설팅사, 회계법인, 증권사, 신탁사, 자산운용사, 중개법인 등 각 업계를 대표하는 12개사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진그룹은 이달 24일까지 제안서를 받아 심사를 통해 후보사를 선정하고, 제안 내용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등을 진행해 최종 주관사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인천 등도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지속적인 개발·육성 또는 구조 개편의 방향을 정할 예정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해당 자산의 매각 작업을 조속히 완료하는 동시에 재무 구조와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조치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이행해 주주 가치를 높여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원태 회장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겠다고 함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연금은 이런 조 회장의 경영 개선과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충분히 평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입장을 표명하고 분쟁을 조속히 종식시키는 데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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