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아이가 밤에 울다가 경기(驚氣)를 해요
[김용석 교수의 건강칼럼] 아이가 밤에 울다가 경기(驚氣)를 해요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02.1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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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김용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아이가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울면 아이도 힘들지만 부모도 힘듭니다. 그래서 아이가 밤에 울면 누가 먼저 일어나서 아이를 달래느냐로 부부 사이에는 신경전 아닌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아이는 우는데 나 몰라라 코까지 골며 잠을 자면 야속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며칠 잠을 잘 자지 못하면 몸과 마음이 다 피곤에 지치게 되므로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게 됩니다.

아이가 밤에 우는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야제증(夜啼症)’이라고 합니다. 야제증은 한밤중에 엄마아빠를 쩔쩔매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어린아이 질환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아이가 밤에 울게 되는 이유를 크게 4가지로 보고 있는데, 그 원인에 따라서 관리를 잘 하게 되면 아이가 밤에 울지 않게 된다고 했습니다.

첫째는 찬 음식을 많이 먹었다든지, 또 오랫동안 찬 곳에서 놀았다든지 해서 몸에 찬 기운이 들어와 울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에서 냉기가 느껴지고 손발이 차고 배를 만져보면 많이 굳어져 있고 배를 구부리면서 웁니다.

둘째는 몸에 열이 있어서 우는 경우입니다. 얼굴이 좀 붉어지고, 소변색도 평소보다 붉어지며, 입에선 열기가 느껴지고 배를 만져보면 배가 힘이 없이 축 늘어져 있고 혹은 땀을 많이 흘리면서 구부려서 우는 것이 아니라 배를 뒤로 재끼면서 웁니다.

셋째로 입안이 헐거나 혀 밑에 뭐가 이상한 것이 난 경우 우는 것입니다. 입안이 헐게 되면 젖이나 우유를 잘 빨지 못하게 되므로 울게 되는 것입니다.

넷째로 경기(驚氣)와 유사한 객오(客忤)라는 증상으로 우는 것입니다. 아기가 약하게 태어나면 정(精)과 기(氣)와 신(神)이 모두 연약하여 평소에도 작은 일에 잘 놀라고, 또 한 번도 보지 못한 물건이나 모르는 사람을 보았다든지 혹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에 갔다 왔다든지 하게 되면 공포감이 생기게 되어 웁니다.

동의보감에서 야제증은 심장이 약하고 열이 많은 체질의 아이가 수시로 놀라거나 낮에 무서움을 느꼈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매미 허물이나 일종의 광물성 약재인 경면주사(鏡面朱砂)를 쓰면 좋다고 했습니다. 매미는 본래 시끄럽게 울어 대는 생물인데, 밤에 우는 아이들에게 사용한다니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밤에 아이들이 울면 할머니께서 ‘영사(靈砂)’나 ‘경면주사’를 물에 타 먹이곤 했는데 이런 약재들은 반드시 한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먹여야 합니다.

또 간혹 아기가 울음을 안 그치고 계속해서 울 때 손가락 끝을 바늘로 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하면 아이들이 더 놀래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손가락을 따기보다는 아이의 손바닥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러 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아이가 놀라서 자지러지게 울거나, 조그마한 소리에도 예민하고 깜짝깜짝 잘 놀라면 ‘기응환(奇應丸)’부터 챙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기응환을 어린 아이들의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고 지나치게 오남용하기도 합니다.

‘기응환’은 진정시키고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는데 백삼(白蔘), 사향(麝香), 웅담(熊膽), 침향(沈香), 용뇌(龍腦)과 같은 한약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아청심환 또는 포룡환(抱龍丸)과 같이 옛날 한의학 서적에 나오는 처방은 아니지만, 소아의 경풍(驚風) 발작기에 주로 사용되는 처방입니다.

경풍(驚風)이란 놀랄 경(驚)자와 바람 풍(風)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바람 풍자는 마치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처럼 떨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경풍이란 마치 놀라서 떨고 있는 것처럼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아이들이 경풍을 일으키는 것은 체온이 갑자기 상승할 때 나타나는 열성 경련의 경우가 가장 많고 체하거나 실제 놀라거나 두려워서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아 경풍은 대개 2∼3분 이내에 가라앉게 되므로 아이가 경련을 한다고 다급해 하고 안절부절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아이에게 이런 경풍증상이 나타나면 제일 첫째로, 기도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혀를 깨무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나무젓가락이나 수저에 거즈 또는 손수건을 감아서 입에 물게 해야 합니다. 특히 경련 중에는 어떤 좋은 약이라도 입으로 먹여서는 안 됩니다.

둘째, 옷의 단추나 허리띠 같은 끈을 느슨하게 풀어서 숨을 편하게 쉬게 해야 합니다.

셋째, 열이 높으면 머리에 얼음주머니나 얼음베개를 해서 머리를 식혀 주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15분 이상 경풍이 계속되거나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될 때에는 바로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합니다.

소아청심환이나 포룡환은 열을 식혀주고 경련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경풍의 발작 초기에 쓰는 비상약입니다. 그리고 사향, 우황, 용뇌와 같은 약재는 그 성질이 차고 강하기 때문에 오래 쓰게 되면 장부가 약한 아이들은 견디지 못하게 되고 만성 설사를 비롯한 소화기 허약증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김용석 교수 프로필>
現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침구학교실 교수
現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안면마비 센터장
現 세계침구학회연합회 부회장
前 MBC 라디오 동의보감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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