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신성한 용왕담이 정말 지옥의 문이란 말입니까?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저승이 정말 백두산 천지 아래 지하세계에 있단 말입니까? 폐하! 어느 떠돌이별에 숨어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머나먼 하늘 위에서 저는 내려다보고 계신다면 답변을 좀 해 주시옵소서. 지금 제 간절한 소망은 백두산 일대를 포함한 땅 이곳저곳에서 발생한 불난리를 수습하는 일이옵니다. 그러하오니 폐하! 제게 저승의 염라대왕이 일으킨 이 불난리를 수습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주시옵소서!’
현 옥황상제, 즉 천해상제가 속울음을 울며 선대 옥황상제인 백두상제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그렇지만 어느 떠돌이별에 머물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백두상제의 음성은 들리지 않았다.
“폐하! 무슨 생각을 그리 오래 하십니까?”
응룡이 옥황상제에게 이렇게 물었다. 응룡의 질문에 옥황상제는 감았던 눈을 떴다.
“여봐라, 응용!”
“예, 폐하!”
“주목마을이 어디쯤인지 알 수 있겠느냐?”
“주목마을이라면 3대 옥황상제인 백두상제의 고향 마을 아니옵니까?”
“맞다. 응룡 너도 그 주목마을을 수도 없이 방문하지 않았더냐?”
“그렇사옵니다. 폐하께서 바이칼호 올혼섬에서 하늘로 올라오신 뒤 이 백두산을 방문하실 때마다 소신이 동행을 했기에 폐하께서 주목마을을 방문한 횟수만큼 소신도 방문을 했사옵니다. 그러니 아마 소신도 수백 번은 주목마을을 방문했을 것이옵니다.”
“나는 주목마을을 찾을 수 없을성 싶은데, 혹시 너는 주목마을을 찾을 수 있겠느냐?”
“폐하! 저도 주목마을을 찾을 수 없사옵니다. 폐하께서 보시다시피 하늘과 땅을 화산재가 덮고 있고, 백두산 천지에서 사방으로 흘러내리는 시뻘건 용암이 수백 아니 수 천리가 넘을 땅을 불바다로 만들어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못하겠사옵니다.”
응룡에 답변에 옥황상제는 잠시 입을 꾹 다물었다. 눈동자가 두 개씩 박힌 옥황상제의 눈가엔 눈물방울이 맺혔다.
“폐하! 이렇게 해보심이 어떻겠습니까?”
응룡의 등에 두 발을 딛고 서서 눈물을 삼키고 있는 옥황상제가 귀를 쫑긋 세웠다.
“폐하! 팔괘경으로 주목마을을 찾아 보심이 어떠하겠사옵니까?”
응룡의 제안에 옥황상제는 상의 호주머니에서 작은 팔괘경을 꺼냈다.
“아아,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이냐?”
팔괘경을 들여다보던 옥황상제가 이렇게 탄식하자 응룡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폐하! 어찌 그러하옵니까?”
“주목마을 뒷산 계곡에 하늘 높은지 모르게 우뚝 서 있던 그 주목마저 용암에 불타고 있구나.”
“폐하! 수령이 수만 년이라는 그 주목 말이옵니까?”
“그렇다. 그 주목은 주목마을의 상징이고, 마을주민들이 신목으로 섬기던 나무 아니더냐. 백두상제도 고향마을을 찾으면 꼭 그 나무를 찾아가서 큰 절을 올리곤 했는데, 글쎄 그 주목나무가 백두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에 불타고 있구나. 그 그 그런데다 흐으윽!...”
“아니 폐하! 왜 또 서글피 우시옵니까?” (계속)
/ 작가 서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