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맡길 때만 친정·시댁 찾는다면 ‘이기적’
아이 맡길 때만 친정·시댁 찾는다면 ‘이기적’
  • 안무늬
  • 승인 2014.05.2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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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쯤 거리에 나가보면 흰머리가 희끗 보이는 노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은 ‘황혼육아’ 중인 조부모들이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손자녀를 돌봐주는 조부모의 수 역시 늘고 있지만 기혼남녀들은 부모에게 자녀를 맡기면서도 부모 부양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용돈을 지급한다는 직장인은 채 30%가 되지 않았다. 조부모들은 어린 손자녀를 봐주면서도 용돈을 받지 못하며, 부양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 맞벌이 부부, 외출할 때만 부모 찾아?

2012년 통계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젊은 맞벌이 부부 510만 가구 중 250만 가구가 육아를 조부모에게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발표한 전국보육실태조사에서도 맞벌이 부부 중 조부모의 도움을 받는 아이는 50.5%, 워킹맘이 아닌 경우도 10.1%가 조부모와 함께 육아를 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조부모들이 황혼육아를 시작하며 워킹맘과 전업맘들뿐만 아니라 남편 역시 육아 부담을 덜게 됐다. 하지만 최근 기혼 남녀들은 ‘부모 부양’에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부모에 대한 두 얼굴을 보였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어버이날을 맞아 실시한 '부모 부양' 관련 설문 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각자 사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변한 것이다. 지난 4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전국 기혼남녀 1,466명을 대상으로 모바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 부모 부양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대해 44.6%가 ‘각자 사는 게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44.4%만이 ‘아들, 딸 구분 없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모셔야 한다’고 답했는데, 이와 관련해 부모와 함께 살면 좋은 점으로 ‘아이를 믿고 맡길 때가 생겨서’를 꼽은 인원이 전체의 74.7%로 나타나 시댁과 친정을 ‘아이 맡길 곳’으로 여기는 남녀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부모 부양에 ‘당연히’는 없어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조사에 ‘당연히 장남이나 아들이 모셔야 한다’는 응답은 10.5%로 매우 낮았다. 다만 이와 같이 답변한 사람 중에는 남자가 34.3%, 여자가 6.5%로 나타나 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의식은 남자가 여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466명 중 76.7%는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내 자식이 나와 살 것 같냐’는 질문에는 ‘같이 살자고 해도 싫다’고 응답해 최근 가족 구성 형태가 변화하면서 가족 부양에 대한 인식 변화 역시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인구협회 손숙미 회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개인의 희생과 헌신을 강조하던 가부장적인 부양 문화가 많이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고령화 시대의 안정된 노후를 위해서는 젊어서부터 체계적인 개인노후설계가 필요하며 정부는 노인복지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용돈 못 받고 손주병 앓는 조부모는 어떡하나

▲ 사진:KBS 화면 캡쳐

 


인구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1.8%는 부모에게 정기적으로 용돈을 지급하지 못한다고 했으며, 정기적으로 용돈을 지급한다는 응답자는 28.6%에 불과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54.5%만이 양가에 용돈을 지급한다고 했으며, 41.8%의 응답자가 용돈의 액수는 10~20만 원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처럼 10~20만 원의 용돈도 받지 못하며 손자녀를 돌보는 할머니들도 있다. 마포구에 사는 60대 김씨는 “딸 내외가 맞벌이를 해 손자를 돌봐주고 있다. 하지만 용돈을 받은 적은 없다. 오히려 생활비가 부족해 내 돈을 쓰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밖에도 많은 할머니가 8시~18시 10시간 동안 손자녀를 돌봐주면서도 한 달 급여로는 턱없이 부족한 월 50~70만 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일명 ‘손주병’을 앓고 있었다. 서서 아기를 안고, 설거지를 계속 하고, 바닥 청소를 하다 보니 허리, 손목, 무릎 등이 계속 아프지만 어린 손자녀 때문에 병원에 가서 편하게 치료를 받기도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귀여운 손자녀들이 있어 매일 즐겁다고 말해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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