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명현 '사회복지사 청년작가, 매그넘을 꿈꾸다’
[인터뷰] 안명현 '사회복지사 청년작가, 매그넘을 꿈꾸다’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9.12.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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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명감이 된 호기심으로 ‘소외된 이들’을 기록하다
작품 세계의 나침반이 되어준 노동문학가 아버지

첫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천안 인더갤러리에서 안명현 작가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보석이 될 젊은 사진작가를 만났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토록 흐뭇하게 인터뷰이의 빛나는 미래를 상상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겸손하고 온화한 외모와 달리 강렬하고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안명현 작가의 사진 세계를 소개한다.

안명현은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갓 졸업한 1994년생의 젊은 사진작가다. 카메라를 손에 잡은 지 겨우 3년밖에 안됐지만 벌써 놀랄만한 국제대회수상이력이 따라 붙었다. ‘2018 도쿄국제사진전(Tokyo International Foto Awards)’ 금상 수상을 비롯해 작년과 올해 17개의 국제사진전 수상 타이틀을 갖게 된 것이다.

그의 수상작들은 일반사진부터 추상작품까지 장르가 다양하지만 지금 그를 있게 한 뿌리는 1년여에 걸쳐 촬영한 노량진수산시장 이야기다. 안 작가는 노량진(구)시장 이전문제에서 비롯된 상인들과 수협 측의 대립을 사계절 동안 밤낮없이 생생하게 프레임에 담아냈다.

포크레인을 막아선 시장 상인들 Ⓒ안명현
포크레인을 막아선 시장 상인들 Ⓒ안명현

“노량진시장 사진작업을 처음 시작한 계기는 우연하고 단순한 호기심이었어요. 하지만 그 감정은 제3자의 눈으로 시장의 상황을 기록해야만 한다는 사명감으로 바뀌었고 이후 틈이 날 때마다 현장을 기록했습니다”

거친 흑백 사진 몇 장만으로도 팽팽한 긴장감이 전해지는 현장은 사명감만으로 경계의 시선을 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용역업체 측은 계속해서 그를 잡으려했고 상인들도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오해를 풀고 그의 뜻을 이해했다.

“시작한 것부터 치면 2년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학교보다 더 자주 간 것 같아요. 사진을 안 찍더라도 일부러 가서 진행상황을 파악하고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눴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상황은 점점 더 악화됐지만 상인들은 오히려 저를 걱정해주셨어요”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고독한 싸움을 벌이던 소외된 자들의 승리가 떠올랐어요."  Ⓒ안명현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고독한 싸움을 벌이던 소외된 자들의 승리가 떠올랐어요." Ⓒ안명현

그가 노량진 시리즈 중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은 벽이 무너지는 사진이다.

“명절 때 모두 자리를 비운 사이 수협에서 3미터짜리 벽을 설치했는데요. 상인들이 지게차로 그 벽을 무너뜨리는 순간을 찍은 겁니다.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벽이 허물어지는 순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고독한 싸움을 벌이던 소외된 자들의 승리가 떠올랐어요. 물론 그 벽은 다음날 다시 세워졌지만요”

스물여섯의 그가 개발의 그림자에 가려진 어둡고 힘겨운 이면을 들여다보게 된 것은 사회복지학이라는 전공과 무관하지 않다.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는 의무병으로 군복무를 했으며 그 경험을 살려 캄보디아에 6개월 코이카 봉사도 다녀왔다.

캄보디아 봉사 현장에서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캄보디아 봉사 현장에서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넘어져 있는 사람들을 일으켜주는 것이 사회복지입니다. 사진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빛나는 대상을 위한 사진도 있겠지만 어둠에 감춰진 사람들을 양지로 끌어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제 사진입니다”

안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아버지의 영향도 크다. 그의 아버지는 소설가이자 노동문학가인 안재성 씨다. 박노해의 노동문학을 계승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안 작가의 아버지는 그에게 나침반 같은 존재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들여다보고 사회적 문제를 읽어낼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어릴 때는 사람들이 잘 읽지도 않는 어려운 책을 왜 쓰시나 이해를 못했는데 제가 사진을 접하면서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고 위대한 일을 하셨는지 알게 됐어요. 제가 폰으로 찍은 사진을 보시고 칭찬과 함께 카메라를 처음 사주신 것도 아버지였고, 취업준비 안한다고 친척 어른들에게 혼날 때도 세계적인 작가가 될 테니 기다려보라며 응원해주신 것도 아버지입니다. 아버지 덕분에 용기를 가졌고 또 믿음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지난 가을 대학을 졸업한 그는 사진가의 길을 걷기 위해 사회복지기관 취업을 준비 중이다.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이미 아버지를 보며 알고 있었기에 자격증도 따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준비를 해왔다.

“안정적인 수입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보면 제가 모르던 사회 어두운 부분들을 더 깊이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속에서 허락이 되는 주제를 정해 계속 작품 활동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구 시장 입구에 벽을 세운 수협측에 투쟁이라는 글귀와 함께 용역 측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키는 장면 Ⓒ안명현
구 시장 입구에 벽을 세운 수협측에 투쟁이라는 글귀와 함께 용역 측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키는 장면 Ⓒ안명현

꿈은 여기까지가 아니다. 더 멀리 내다보는 미래는 사진기자가 되는 것으로 최종목표는 ‘매그넘’이다. 그 이유가 신선하다.

“객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사진가의 시각이 강하게 들어가 있는 보도사진들을 찍고 싶다는 열망이 있어요. 하지만 그것보다 아직까지 한국인 회원이 한 명도 없는,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목표로 하는 것은 스스로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죠”

그가 계속해서 국제사진전에 도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사진전 응모시기가 주기적으로 있어 스스로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큼 노력하고 있는지, 그 동안 뭘 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고 한다.

최근 그는 고집이 세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국제사진전 수상도 많이 했으니 이제 돈 되는 사진도 찍어봄직한데 절대 팔리지 않을 것만 찍는다고 말이다. 심지어 그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아 상금도 못 받았다. 고통스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진으로 상금을 받고 싶지 않았고 스스로에게 딜레마가 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달 1월에 열리는 일본전시는 심사나 상금에 관계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가한다. 그의 작품을 포함한 국제전 수상자들의 작품 220점을 전시하는 자리로 매그넘 회원들이 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꿈에 한걸음 다가서는 순간이 될 것이다.

안 작가는 지난 12월1일부터 천안 인더 갤러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기록해야만 하는 것’이란 타이틀로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장 사진과 추상 작품 등 53점을 전시하고 있다. 어린 나이지만 당찬 포부와 현실감각을 모두 갖춘 그는 자신의 사진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작가노트를 남겼다.

“현재 노량진 구 시장은 폐쇄됐고 남은 상인들은 노량진역 앞에서 수협 측의 부당한 행동을 알리며 추위와 외로움에 맞서고 있습니다. 처음은 단순한 호기심이었지만 이제는 기록해야만 하는 사명감입니다”

한걸음씩 성장하는 젊은 사진작가가 용기 내어 마주할 다음 ‘기록’이 몹시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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