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교육 없는 교육감선거
[교육칼럼]교육 없는 교육감선거
  • 한재갑
  • 승인 2012.11.0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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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재갑 교육·학술 전문기자

 

교육감 선거에 ‘교육’이 없다. ‘교육’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정치와 이념, 진영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 오는 12월19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교육감 재선거에 관한 얘기다.

서울교육감은 ‘교육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위상과 권한이 막강하다. 2010년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되면서 교육감의 힘은 더 강해졌다. 교육정책을 놓고 중앙정부와 맞서기도 하고, 지역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사업을 힘 있게 추진하기도 한다. 서울교육감은 학생 120만 명과 2200개의 초·중·고교와 유치원을 지휘·감독한다. 또한, 교원 8만명과 교육청 소속 공무원의 인사권을 쥐고 있고, 8조원에 이르는 예산 집행권을 행사한다. 서울교육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서울교육의 방향과 학교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교육대통령’을 뽑는 서울교육감 선거가 교육선거다운 모습을 잃고 있다. 대선에 묻히고, 승리만 하면 된다는 선거논리에 묻혀 있다. 정치와 이념, 진영논리에 휘둘리면서 ‘교육’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이념과 진영논리에 갇힌 교육감 선거를 정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교육감 선거는 본래 취지에 충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자치제가 존립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교육감 선거는 법적으로 정당 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지방교육자치에관한법률에 따르면, 후보 자격을 교육경력과 교육행정경력 5년 이상인 자로 제한하고 있다. 1년 이상 정당 가입 경력이 있어서도 안 된다. 이같이 제한을 둔 것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 정신을 구현하려는 조치이다. 이는 교육감 선거를 ‘교육’ 선거로 특정하여 정치와 이념, 진영논리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딴 판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선 후보와 ‘러닝메이트’로 진행되는 움직임이 있고, 당선만 되면 된다는 진영논리가 활개치고 있다.

보수와 진보진영 모두 크게 다르지가 않다. 보수 단일후보로 추대된 문용린 후보는 새누리당 대선 후보 캠프에서 핵심으로 활동했다.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출마 직전 사직을 했다. 정당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형식 논리일 뿐이다. 누가 봐도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사실상 ‘러닝메이트’라는 지적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는 교육감 선거를 정당과 거리를 두도록 한 교육자치제의 입법 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다. 보수 단일후보 추대 과정도 구설에 올라 있다. 단일화 기구의 주도자로 이름을 올렸던 인물을, 그것도 대선 후보의 핵심 측근으로 활동했던 인물을 후보로 추대한 것은 누가 봐도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진보진영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이번 서울교육감 재선거는 곽노현 서울교육감의 낙마에 따라 치러지는 선거이다. 민주진보 진영은 2010년 민주진보 후보를 서울교육감에 당선시키기 위해 후보 단일화를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후보매수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다. 따라서 민주진보 진영은 곽노현 교육감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재선거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민주진보 진영은 선거에 앞서, 단일화에 앞서 이에 대해 시민에게 진솔한 사과가 있어야 한다. 그게 선거에 임하는 도리이다. 일부 주장처럼 대법 판결을 수긍할 수 없다면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맞다. ‘곽노현 혁신교육' 계승을 자처하는 민주진보 진영 후보들이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문용린 후보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교육감 선거는 이념과 진영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진영논리에 빠져 당선에만 집착하면 교육자치제는 설 자리가 좁아진다. ‘교육’이 없는 교육감 선거는 교육자치제 폐지로 이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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