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소음성 난청과 산재
[윤미영 변호사의 법률창] 소음성 난청과 산재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9.12.0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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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윤미영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난청은 작은 소리를 듣지 못하거나 들리는 소리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난청 중에서도 소음성 난청은 직업상 오랫동안 소음 환경에 노출된 사람에게 나타나는 난청이다. 최근 소음성 난청을 업무상 재해 또는 공무상 재해로 인정한 몇 가지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우선 소방공무원의 경우이다. A씨는 화재진압대원으로 일하는 동안 소음에 노출돼 난청이 발병했다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공무원연금법에서 정한 공무상 요양비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은 공무집행 중 그 공무로 인해 발생한 질병을 뜻한”다며, “원고가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는 동안 장기간 높은 소음과 스트레스에 노출돼 위와 같은 병이 발병했다고 봄이 상당하고, 난청의 발생과 공무집행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음이 인정된다”고 보았고, 이에 A씨는 승소할 수 있었다.

다음은 탄광 근로자의 경우이다. B씨는 12년 동안 탄광에서 석탄을 채굴하거나 땅을 파고들어 가는 작업을 했고, 퇴직한지 24년이 지나 병원에서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B씨는 산재 불승인 처분을 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소음성 난청은 초기엔 자각할 수 없다가 점점 진행돼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가 돼서야 난청임을 인지하게 된다’고 하면서, 퇴직한지 24년이 지나서야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번에는 집회·시위 현장을 관리하다 난청이 생긴 경찰에 대해 공무상 재해를 인정한 경우이다. 경찰관 C씨는 주기적으로 사격 훈련을 받았고, 집회·시위 현장의 관리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확성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에 노출됐다. 법원은 난청의 발생과 공무집행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고, C씨는 승소했다.

소음성 난청은 대칭적인 경우가 일반적이나, C씨의 난청은 비대칭적 난청이었다. 하지만 집회·시위 현장에서 대개 우측 귀에 무전기를 대거나 우측 귀에만 이어폰을 착용하는 방법으로 무전을 청취한 사실을 고려해 법원은 공무상 재해로 인정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양경찰관이 소음성 난청을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경우도 있다. D씨는 11년간 해양경비함정에서 근무했다. D씨는 퇴직 8년 뒤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았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업무상 소음에 노출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노인성 난청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불승인 처분을 했다.

법원은 ‘자연적인 노화 진행이 청력손실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지만, 해양경비정에서 근무하면서 지속적으로 소음에 노출돼 노인성 난청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돼 현재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소음성 난청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참고로 관계 법령상 소음성 난청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기 위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소음성 난청의 구체적인 인정 기준(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제3항 참조)

① 85데시벨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

② 한 귀의 청력손실이 40데시벨 이상

③ 감각신경성 난청(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난청은 제외)

위에서 말한 ‘85데시벨 이상의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 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소음노출 경력에 대한 자료(재해자 본인의 직종 및 근무경력이 나타난 인사기록, 유관기관이 발급한 증빙자료 등)와 소음노출 정도에 대한 자료(재해자 본인의 작업공정에 대한 작업환경측정결과표 등)가 필요하다.

또한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난청’이 아니어야 하는데, 다른 원인으로는 내이염, 약물중독, 열성질병, 메니에르증후군, 매독, 두부외상, 돌발성 난청, 유전성 난청, 가족성 난청, 노인성 난청 등을 들 수 있다.

소음성 난청은 초기에는 일상생활에 필요 없는 고음역대에서 청력이 저하되어 자각할 수 없다가 점점 저음역대로 진행되어 시간이 상당히 경과한 후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껴 난청임을 자각한다. 그래서 소음 작업장 퇴사 후 몇 년이 지나서야 청각에 이상을 감지하고,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오랜 시간이 지나서 소음성 난청에 대한 산재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업무와 소음성 난청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이다.

한편 근로자가 입은 소음성난청의 산업재해에 대하여 사용자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사례도 있다.

법원은 “산업재해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용자는 근로자의 질환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에 의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사업주로서의 불법행위 법상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생명 및 건강 등을 업무상 질병 등 산업재해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는 취지의 판결로 의미가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입법취지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보아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는 것이다. 공무원연금법의 입법취지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업무와 소음성 난청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되지 않더라도 법령이 규정한 요건만 충족하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아 산재로 인정하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입법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윤미영 변호사 프로필>

- 제51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역임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민사조정위원 역임
- 대한변호사협회 산재소송실무 강의
- 現) 법무법인 사람 대표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 現) 수협중앙회 공제분쟁 심의위원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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