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지금, “학교폭력예방법이 폐지됐으면 좋겠습니다”
학교는 지금, “학교폭력예방법이 폐지됐으면 좋겠습니다”
  • 김은교 기자
  • 승인 2019.09.1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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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기록방지만 급급, 가해자 반성없는 실패한 정책
학교폭력예방법 폐지, 초등 저학년부터 순차 적용 필요
학교폭력, 청소년 범죄 관련 법 별도 제정해 관리 해야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현재, 문제 현장을 직접 겪어내고 있는 교육 관계자들은 올해 새롭게 개정된 학교폭력예방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리고 법 개정 측면에서 더 나아가 법 폐지에 그 목소리를 더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을 전면 폐지하고 청소년 대상 범죄·폭력 예방법을 별도로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현장에 모인 교육 관계자들은 학교폭력예방법의 재개정을 넘어 학교폭력예방법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이날 현장에 모인 교육 관계자들은 학교폭력예방법의 재개정을 넘어 학교폭력예방법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 초등교육 관계자, ‘학교폭력예방법 폐지’ 한 목소리

“학교폭력예방법, 폐지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토론회의 패널로 나선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개정에 개정을 거쳐온 오늘날 학교폭력예방법은 결국 실패한 정책”이라고 정의했다.

학교는 교육 기관이므로 ‘폭력’의 개념을 ‘범죄’가 아닌 ‘갈등’이라는 관계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 지부장은 아이들에게는 처벌이 아닌 올바른 사회성을 가르치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지부장은 현재의 법으로는 회복적 관점에서의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학교폭력에 따른 현행 조치는 발생 초기부터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해 처벌하는 방식으로만 진행돼, 관계 회복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또 가해학생은 피해학생에 대한 진정어린 반성보다 학생부 내 가해 기록을 피하기 위한 방법만을 찾기 때문에, 결국 조치결과에 불복하는 소송만 난무하게 된다는 뼈아픈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토론 말미, “학교폭력예방법이 폐지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 이 지부장은 “당장 폐지가 어렵다면 초등학생부터 시범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학생부 기재도 없애야 한다”고 전했다.

혹여 “초등학교 전학년 학생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과 관련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과도기적 대안으로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의 학생부터라도 제외시켜야 한다”는 호소도 덧붙였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조치’가 아닌 ‘교육’이 필요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권병진 서울상도초등학교 교장 역시 “현재의 학교폭력예방법은 입법목적과 달리 학생·학부모·학교 간 갈등을 유발하고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며, “전면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단, “학생 및 청소년 대상 범죄·폭력행위 관련 법률을 별도 제정해, 폭력의 정도에 맞는 적절한 처벌을 가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한편 권 교장은 “교외폭력이나 가정폭력 등 교육권이 미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한 폭력까지 학교폭력에 포함시키는 현행법은 해당 책임을 학교와 교육당국에 전가하고자 한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며 그 내용을 꼬집기도 했다.

◇ 학교폭력 범위 ‘생활 갈등’·‘범죄적 폭력’ 개념 구분해야

이금녀 대구관천초등학교 교장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문제행동을 보일 때마다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이 교장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은 학교폭력예방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이라는 개념보다 보육이라는 개념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본 연령대에서는 처벌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훈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폭력 범위의 모호성과 관련해 이 교장은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발생하는 ‘생활 갈등’은 ‘범죄적 학교폭력’과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시기적 발달 특성상 장난과 충동성이 심한 시기다. 이런 아이들의 생활에서 나타나는 사소한 다툼을 ‘범죄형 괴롭힘’ 또는 ‘상습적 일탈’과 동일한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 교장은 “학교폭력의 정의를 ‘교우 간 갈등’과 ‘학생폭력’ 2종류로 새롭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학교폭력예방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김혜정 서울반원초등학교 교감도 동의했다.

다만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사이에서 심각한 학교폭력이 발생할 경우, 학생·학부모·학교·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생활교육위원회 개최를 통해 교육적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전했다.

또 김 교감은 “학교폭력 사안처리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공정한 조사와 갈등 중재를 위해 학교 이외의 기관에서 사안조사를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 반대 의견: 폭력 ‘전조행동’ 조기 감별 가능, 예방 효과 있어

반면, 앞선 내용들 관련 유의점이 필요하다는 반대 의견도 제시됐다. 오인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자체 연구 결과,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의 학교폭력 유형은 중등 학년 이상의 학생과 큰 차이가 없었으며 피해 및 가해학생의 특징 또한 전형적인 패턴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에게 동일한 학교폭력법을 적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그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근거자료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해당 법을 연령별 동등 적용할 경우, “장난과 괴롭힘의 경계에 있는 행위, 즉 ‘전조행동(gateway behavior)을’ 조기 감별해 선제적 예방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전했다.

아울러 오 교수는 “학교폭력예방법의 적용 대상에서 초등 저학년을 제외시키는 것보다, 적용의 방식에서 저학년의 특성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안조사 문제 관련해서는 “외부인이 관련 내용을 조사하는 것이 공정성을 높일 수는 있겠으나, 폭력을 교육적인 측면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외부인보다 학교 내 교사를 기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신경민 의원은 “지난 15년동안 수차례의 법 개정을 통해 학교폭력예방법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고자 노력했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산적해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와 관련해 신 의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토대로 향후 학교폭력에 엄정하게 대처하고 교육적 해결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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