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조현준 회장, 오너리스크 떨쳐내고 다시 도약하나
효성 조현준 회장, 오너리스크 떨쳐내고 다시 도약하나
  • 김완묵 기자
  • 승인 2019.08.2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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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타임즈=김완묵 기자] 소재산업에서 세계 최고기업을 향한 효성의 집념이 꽃을 피울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갖은 악재로 외풍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기술 독립'라는 본업에 충실한 경영자세가 이제야 빛을 발하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효성은 과거 섬유산업을 모태로 출발했지만 사업 환경의 변화 속에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야 했다. 최근에는 오너 리스크도 부상해 그룹이 더 이상 도약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그런 걱정을 하나하나 해소하면서 다시 성장궤도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효성의 주가는 이런 관측을 반영해 턴어라운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을 방문해 조현준 회장의 소재 국산화를 위한 노고를 치하하면서 성장세에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효성은 겉으로 볼 때 크게 화려해 보이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산업 분야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에어백용 원사와 같은 고부가가치 소재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국내외 기업들에 공급함으로써 글로벌 리더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효성이 미래 먹거리로 투자한 탄소섬유 분야는 상용화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량 공급을 위한 공급체제를 갖춤으로써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정부 또한 2020년 이후 탄소섬유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해 효성을 비롯한 업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때마침 효성은 우리 탄소섬유 기술 자립의 선봉장으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같은 성과는 1966년 창업한 효성이 소재 한우물을 파며 기술 자립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자세를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다른 기업들이 섬유 분야에서 남의 기술을 들여와 노동력으로 승부하던 시절에도 유난히 기술자립을 강조한 게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조석래 명예회장을 비롯해 조현준 회장 등 효성 경영진들은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하고 남들이 안 하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노력과 열정이 탄소섬유 등 첨단 기술 개발과 상용화 성과로 나타났고 이제는 일본, 독일, 미국 등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도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효성은 탄소섬유 분야에서 향후 10년간 1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톱3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일 조현준 회장은 전주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내외에 이런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도 효성의 소재 국산화를 위한 길에 적극적인 도우미가 될 것을 약속했다. 연간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2028년 2만4000톤까지 늘려 글로벌 톱3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1차 증설을 하고 있는 중으로 생산라인 증설이 모두 끝나면 글로벌 시장에서 효성의 탄소섬유 점유율은 현재 2% 수준에서 10%까지 높아지게 된다.

효성은 이곳에서 생산된 탄소섬유를 일진복합소재 등에 공급해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탄소섬유 산업 독립을 도울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KAI(한국항공우주산업), SK케미칼 등에도 공급해 우주항공, 방산 등의 분야에서 소재 자립을 위한 원동력이 된다는 구상이다.

조현준 회장은 이날 "탄소섬유의 미래 가치에 주목해 독자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면서 "후방 산업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데다 정부가 '수소경제'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만큼 탄소섬유를 더욱 키워 '소재강국 대한민국' 건설에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 1등이 가능했던 것은 소재부터 생산공정까지 독자 개발을 통해 경쟁사를 앞서겠다는 고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또 다른 소재 사업의 씨앗을 심기 위해 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일본이 수출을 통제하면 수소 충전소, 2차전지 등의 분야에서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는데, 기대가 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책임 있는 경제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핵심 소재의 특정국가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며 "제조업 강국 한국의 저력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탄소섬유는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국내 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이다.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에 달하고 내부식성, 전도성, 내열성 등이 뛰어나 철을 대신할 핵심 소재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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