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행복한 나라’ 어린이 놀이권 보장한다
‘아동이 행복한 나라’ 어린이 놀이권 보장한다
  • 이성교 기자
  • 승인 2019.07.2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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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어린이집의 실내외 놀이공간 재구성…‘유아가 놀이 문화 주도’
지역사회 ‘기적의 놀이터’ 등 사업 개발…학교 교육에 놀이시간 포함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정부가 내년 3월부터 만 3∼5세 아동의 공통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유아중심·놀이중심’으로 개편키로 함에 따라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2019 개정 누리과정’을 통해 유치원·어린이집의 실내외 놀이공간을 재구성해 ‘유아가 놀이문화를 주도하는 창의적 공간’으로 혁신하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개정 누리과정은 현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학생중심의 교육과정 개편’이라는 정부혁신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지난 2017년 12월 ‘유아교육 혁신방안’에서 제시한 ‘유아·놀이 중심 교육과정 개편’이며 미래 핵심 역량을 반영한 교육과정으로 전환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23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아동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아동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의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다.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아동이 행복한 나라’라는 비전에 따라 아동의 보호권, 인권 및 참여권, 건강권, 놀이권 등 4대 전략 영역, 10대 핵심 추진과제를 정했다.

특히 정부는 놀이를 통해 아동이 창의성·사회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역사회 놀이혁신 정책을 추진한다.

정부가 아동이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로 하면서 지역사회와 학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아동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핵심과제 가운데 아동의 창의성과 사회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놀이권’ 보장을 내세웠다.

놀이는 목적 없이 자발적, 주도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하고 에너지 발산을 동반하는 적극적인 참여 행위다. 아동 발달에 필수적이지만 우리나라 아동들은 놀이 참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2018년 아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은 학업 성취도는 높지만 정기적인 여가활동이나 친구 또는 가족 행사 등 사회적 관계의 결핍이 높게 나타났다.

성장 및 발달, 사회관계 형성을 위해 필요한 신체활동 시간,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할 기회 등이 매우 부족하다는 뜻이다.

실제 1주일에 하루 이상 운동(30분 이상)을 하는 아동은 36.9%에 불과하고, 청소년기 친구 수도 5.4명 수준에 그쳤다.

이는 적절한 휴식과 놀이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아동의 인지·정서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창의성과 사회성 등 역량 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정부는 아동이 가정, 학교, 지역사회에서 부모, 친구, 이웃과 함께 맘껏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전남 순천시에서 운영하는 기적의 놀이터 제4호 올라올라.(사진제공=순천시청)
전남 순천시에서 운영하는 기적의 놀이터 제4호 올라올라.(사진제공=순천시청)

◇ 아동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지역사회 조성

정부는 먼저 아동이 마음껏 뛰어다니며 창의성·사회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지역사회 놀이혁신 정책을 추진한다.

아동이 직접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청소년이 계획서를 제출, 부녀회 등에서 행사를 확정·홍보하는 등 마을 중심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하반기에 학부모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놀이혁신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종심으로 놀이정책을 수립하고 확산해 나갈 방침이다.

각 지자체는 위원회 논의를 거쳐 지자체 단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놀이혁신 행동지침’을 수립하고 이 지침에 따라 내년부터 지역여건에 맞는 ‘놀이혁신 행동계획’을 자율적으로 마련해 시행한다.

또 아동발달에 이어 놀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 지역 놀이정책 학술대회를 개회할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지역여건에 맞는 놀이사업을 개발하고 아동놀이사업을 확산하기 위해 ‘놀이혁신 선도지역’을 선정한다.

선도지역에는 돌봄·문화체육시설 등 생활 사회기반시설(SOC), 도시재생 사업 등을 연계해 지원한다. 아동관련 사업 선정 시 가점부여, 지역사회서비스사업 등을 통한 인센티브 등도 검토한다.

현재 일부 지역사회 중심으로 혁신놀이터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으나 놀이의 중요성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이 부족해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동발달에서 놀이의 중요성을 알리고 지역사회가 다 함께 아동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공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지자체별로 놀이 공간을 마련한 모범 사례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 순천시에서 운영하는 ‘기적의 놀이터’가 대표적인 사례다. 기적의 놀이터는 아동과 놀이터 전문가, 공무원, 주민이 함께 흔들다리, 개울, 언덕과 골짜기 등을 설계하고 초등학생 50여명이 직접 감리를 해 만든 놀이 공간이다.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이나 빈 공터 등 생활터 주변의 공공장소에 종이상자, 폐타이어, 깡통, 밧줄 등이 있는 비정형적 놀이터를 만들어 운영하는 ‘반짝 놀이터’, 학교 운동장에 수영장을 마련해 운영하는 서울 숭덕초등학교의 ‘반짝 수영장’ 등도 새로운 놀이 공간이 될 수 있다.

아동들이 직접 장난감·동화책 등을 내놓고 벼룩시장을 열고, 거리 공연을 개최하는 것도 훌륭한 혁신 놀이터 사례로 들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학교 강당에서 쉬는 시간에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학교 강당에서 쉬는 시간에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 창의적 놀이를 통해 잠재력 키우는 학교 조성

정부는 누리과정을 ‘놀이중심’ 과정으로 개편하고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아동이 또래와 상호작용하여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 저학년 대상으로 놀이를 통한 역량개발 기회를 확대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블록수업’ 같은 방식으로 다양한 놀이시간 모형을 개발해 2022년까지 놀이시간이 포함된 교육과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블록수업은 40분씩 진행하는 두 번의 수업을 하나로 합쳐 80분 진행하고 쉬는 시간을 모아 30분의 중간 놀이시간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학교별 여건에 따라 1교시 시작 전과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늘리거나 짬을 내 하루 40~100분의 놀이시간을 확보하도록 공간혁신, 놀이 교구 및 프로그램, 인력 등을 지원한다.

학교 교육과정에도 놀이시간을 포함시키고 이를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 마련을 위한 투자도 한다.

학교 복도에 실내 미끄럼틀을 설치하거나 운동장 한 곳에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 학교 내 공간을 아동이 쉽게 활동하고 놀 수 있는 장소로 개선에 나선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5000억원이 투자된다.

교실을 모둠 활동 등이 쉬운 아동친화 공간으로 바꾸고, 복도·현관 등 교내 자투리 공간을 실내 놀이실로, 운동장·체육관 등을 구역(블록)형 놀이공간으로 바꾼다.

복도공간을 놀이실로 꾸며 놀이공간을 확보한 서울 면동초등학교의 2017년 꿈담사업, 세이브더칠드런과 협업해 운동장 관람석을 놀이공간으로 재편한 경기 시흥초등학교의 놀이혁신 사업은 대표적 학교 공간 개선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수업에 놀이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하고 마을 단위의 학교 스포츠 동아리(클럽)를 지원해 다른 학교 학생들과 어울릴 기회도 마련한다.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국악·연극 등 문화예술교육 예술강사를 지원하는 등 문화예술 교육의 기회도 확대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적절한 휴식과 놀이 부족은 아동의 인지·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아동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지역사회와 창의적 놀이를 통해 잠재력을 키우는 학교가 아동의 놀이권 보장을 위한 두 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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