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직장맘들의 ‘내 편’ 직장맘지원센터
서울 직장맘들의 ‘내 편’ 직장맘지원센터
  • 이현아
  • 승인 2012.10.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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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 집에 혼자 있을 아이를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구르는 엄마들, 결혼부터 출산까지 회사 측과 상의해 휴가 일정 잡을 일이 벌써부터 걱정인 미혼여성들, 출산휴가 중 책상이라도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 같은 임산부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든든한 ‘내편’이다.

지난 4월 준비를 시작해 7월 개소한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 직장맘의 입사부터 퇴직까지 노무사와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전문가 등 전문가 밀착형 법적지원 및 원스톱 종합서비스를 실시해 현재까지 300여건의 심층상담 및 직장 내 분쟁해결 서비스를 제공했다. 24일에는 홈페이지 workingmom.or.kr 를 오픈, 본격적인 온라인 서비스에도 나섰다.

“정책이나 정보를 단지 제공만 하는 게 아니에요. 출발점은 정책에 있지 않아요. 시민들에 있죠. 시민들 입장에서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판단한 후에 가장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 우리 센터의 일이 다른 기관의 일과 차별화 되는 지점이예요.”

직장맘의 든든한 ‘편’이 되어주고 싶다는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 황현숙 센터장을 만나봤다.

직장맘 센터 굳이 필요하냐 했지만…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을 때, 굳이 필요한가라고 묻는 사람도 많았어요.”

센터 설립 전 임신․출산과 관련한 문제를 상담하는 직장맘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센터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 주를 이뤘다. 박원순 시장이 출마공약으로 내세운 직장맘지원센터가 그 필요성이나 실효성에 있어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직장맘지원센터에 대한 호응은 예상을 훨씬 벗어났다.

“저희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서비스 중 하나가 찾아가는 서비스예요. 업무 때문에 시간을 내기 힘든 분들이니까 그런 부분을 반영한 거죠.”

문제가 없어서 수요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잠재된 수요가 발굴되지 않았던 영역. 직장맘의 문제는 그렇게 수면 아래 잠들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직장맘지원센터가 가동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수요가 그 점을 방증한다.

“우리 사회 직장 여성의 그래프는 ‘M'자 형이에요. 30대 초반 여성의 취업률은 급격히 떨어졌다가 40대 이후가 되면 다시 정점을 찍죠. OECD국가들 경우 대체로 엎은 그릇 모양의 그래프예요. 우리처럼 출산이 여성의 사회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이죠. 사실 우리의 법이나 제도적 장치가 그들 국가들보다 떨어지지 않거든요. 그런데도 여전히 여성의 경력단절에 임신과 출산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 저희 센터의 출발점이 바로 이 지점이에요.”

결혼 후 일하는 여성 중 절반 이상이 정규직이 아닌 형태로 근무한다. 이들이 온전히 법과 제도의 수혜를 받기는 어렵다. 황 센터장은 이를 ‘사각지대’라고 불렀다.

“법이나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생활밀착형 구체적 지원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에 괴리가 있어요. 특히 우리 사회는 법이나 제도보다 관행이 우선하니까. 그런 점에서 우리 센터같은 업무의 영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어요.”

어디 가서 하소연 할 곳도, 도움을 요청할 곳도 마땅치 않은 다수의 직장맘들이 인터넷에 의존한 채 직장과 양육을 병행한다. 좋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고 싶어도 전업맘들에게 밀리기 일쑤고, 직장에서는 여자 동료들에게조차 ‘민폐녀’로 찍힐까 눈치가 보인다. 그런 직장맘들에게 실질적으로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다급한 순간에는 함께 팔을 걷어붙여 주기도 하는 ‘한 편’. 그것이 바로 서울시 직장맘지원센터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다.

직장맘의 ‘편’이 되어주다

“내 편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전화나 서면으로 고충을 듣고 단계별로 나뉜 솔루션을 제시한다. 센터의 든든한 지원군인 조력단이 노무, 법률, 회계 부분까지 커버한 실질적 해결책을 내놓는다. 필요하다면 기업 관계자에게 단호한 태도로 시정을 요구하거나, 기업을 방문해 상담당사자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직장맘의 입장’에서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자문단을 확충해 인력풀을 좀 더 확대하려고 해요. 그래서 새로운 이름도 붙이려고 하는데, 직원들끼리 ‘특공대’로 하면 어떻겠나 말도 했어요. 여차하면 팔 걷고 싸워야 할 때도 있으니까…(웃음)”

정책 정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보다 더 큰 변별점은 수요자 중심의 인간적 접근이다. 그래서 센터의 해답은 정책이나 정보가 아니다. “지금 이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가”가 늘 해법의 정중앙에 있다.

“출산휴가는 받았는데 육아휴직까지는 조율을 못한 거예요. 그 상황에서 일단 출산휴가에 들어갔는데, 몸 풀고 누워 있는 동안 직장보험이 해지됐다는 통보를 받은 거죠. 회사에 따졌더니 육아휴직기를 갖고 나면 재입사를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 하더래요. 하지만 경험 상 이런 경우 재입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최근 센터를 통해 상담한 한 직장맘의 실제 사례다. 엄밀히 따지면 이같은 기업의 횡포는 적법하지 않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 필수. 더욱이 재입사를 고려하는 직장맘이라면 회사와의 관계가 악화되는 것이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황 센터장은 이런 경우에 센터의 역할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출산휴가나 관련 절차를 진행할 때 문서로 해 두시면 좋아요. 나중에 이를 증명해야 할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굳이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도 회사가 압박을 느낄 수 있으니까.”

실질적인 조언과 함께 심리적인 지원도 함께 이뤄진다. 필요하다면 심리상담을 병행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큰 것은 밀착도 높은 관심과 배려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드려요. 본인의 잘못이 아니란 것을 인식하고, 필요할 때는 단호한 태도도 보여야 하니까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사실 그런 심리적인 지지가 무척 필요해요. 회사나 사회는 빠른 시간 안에 바뀌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스스로가 먼저 변화하고 안정감을 회복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원하는 것이 센터에 일이죠.”

온라인 가동, 날개를 달았다

직장맘지원센터는 지난 24일 공식 홈페이지를 오픈하고 온라인 서비스에 돌입했다

마포구에 소재한 직장맘지원센터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상담실의 푹신한 쿠션부터, 필요한 직장맘들에게 언제든 대여할 수 있도록 준비된 센터 한켠의 ‘맘카페’까지 센터를 방문하는 엄마들을 위한 손길이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센터를 방문하는 직장맘은 많지 않다. 대체로 양육과 일을 병행하는 직장맘들이 굳이 시간을 떼내어 센터를 방문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직장맘지원센터의 공식 홈페이지는 보다 많은 직장맘들을 센터의 서비스 영역으로 끌어들일 전망이다. 센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찾아가는 상담’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해 오프라인의 접근성을 더욱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홈페이지는 △직장 △가족관계 △개인 등 직장맘의 3고충에 대해 원스톱 상담을 실시하며, 지도 서비스도 이뤄진다. 센터의 각종 프로그램이나 시설도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해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센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직장맘 풀을 만들어 이들에게 필요한 정책 및 서비스의 수요도도 체크하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오픈 이벤트와 참여행사도 챙겨둘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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