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산책] 협상과 양보의 함정
[워킹맘산책] 협상과 양보의 함정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4.03 14:4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형석 동양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
윤형석 동양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

양보는 좋은 것일까? 그리고 양보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양보라는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선의를 베푸는 방식으로 행해질 때, 양보는 좋은 행동으로서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상대방이 악의를 가지고 당신에게 집요하고 반복적으로 양보를 강요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양보는 그렇게 바람직한 양보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즉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방식으로 행해지는 양보와 수동적으로 마지못해 이루어지는 양보는 서로 다르다. 그리고 수동적인 양보는 주체적인 양보와 달리 상대방의 요구에 굴복한다는 측면에서 개념적으로 양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수동적인 양보를 자주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양보를 했다고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경험을 많이 하곤 할 것이다. 바로 협상에서 말이다.

협상에서 양보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첫 번째 역할은 상대방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여 상대방과의 협상을 끝내려고 마지못해 항복을 선언하는 것과 같은 양보이다. 이런 항복을 위한 양보는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느끼면서, 내가 상대방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나에게 더 큰 피해(물질적 혹은 정신적 피해)가 있다고 생각할 때 행해진다.

두 번째 역할은 협상과정상의 타협을 위해 상대방에게 선의로 베푸는 선물과 같은 양보이다. 상대방에게 호혜적으로 전달하는 선물과 같은 양보는 상대방과 나 사이에 충분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며, 만약 내가 먼저 양보를 하면 상대방도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나에게 베풀 것이라는 판단이 생길 때 행해진다.

불행히도 우리가 협상에서 지는 대부분의 경우는 첫 번째 경우의 양보를 하면서 협상을 진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지는 협상을 하고나서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내가 오늘 양보한 것은 내가 절대 힘든 상황을 회피하려 했거나 그저 수용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관용을 베푼 것이고 상대방은 이런 나에게 고마워 할 거야”라고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상대방은 당신의 양보를 통해 협상에서 승리한 승리자이다. 상대방은 당신에게 응당 얻어야 할 것을 얻은 것뿐이고, 당신의 양보에 대해 어떠한 부채의식이나 죄책감도 가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당신의 양보에 대해 고마워할 상대방이었다면, 당신이 양보하기 전에 이미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좋은 협상결과를 도출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신이 양보한 상대방은 약탈적 협상의 승리자일 뿐이다.

그래서 첫 번째 역할의 양보, 즉 ‘항복선언과 같은 양보’를 한 당신은 협상에서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다. 당신은 상대방에게 관용을 베푼 적도 없으며, 상대방과 진정한 의미의 협상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날강도에게 도둑맞은 것에 불과하다.

그럼 이런 지는 협상에서 양보를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협상에서의 양보는 일반적인 일상생활에서의 양보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

협상은 당신과 상대방이 요구하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내가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것이 없거나, 상대방도 당신에게 무엇인가를 뚜렷하게 요구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양보가 이루어 질 수 있다. 따라서 협상에서의 양보는 당신이 원하는 것은 하나도 얻지 못한 채 상대방이 요구한 것만 성취되어 당신의 양보가 결국 협상에서의 패배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협상에서의 양보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알아보자. 먼저 협상에서의 양보는 존재하지 않는다. 협상에서 이루어지는 양보는 ‘give & take’ 방식에서 당신이 먼저 give를 한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즉, 상대방이 무엇인가를 내놓기를 원하는 당신이 그것을 이루기 위해 행하는 것을 협상에서의 양보라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협상에서의 양보는 항상 설명이 수반되어야 한다. 당신이 왜 상대방에게 양보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당신이 양보하는 대상이 당신에게 있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또는 당신이 양보를 했을 때 상대방이 무엇을 당신에게 줘야하는 지 등 당신의 양보에 대한 세세한 설명을 상대방에게 해야 한다.

협상론의 대가 허브코헨은 그의 저서 ‘협상의 법칙’에서 “적대적인 관계에 있을 경우 상대는 너무 쉽게 얻은 양보를 약점의 징후로 간주하고 의심을 품을 수 있다”라고 하면서 “양보는 그것을 얻어내기 위해 수혜자가 들인 노력에 비례하는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평가받는다”고 말한다.

정리하자면 협상에서의 양보는 “상대방의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세세한 설명을 덧붙여 행하는 계약금”과 같은 것이다. 계약금이 높을수록 계약의 성사확률이 높아지는 것처럼 협상에서도 상대방이 당신의 양보를 높게 평가될수록 좋은 협상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협상에서의 양보는 당신이 적대적 협상환경을 회피하기 위해 행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에서의 당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

 

<윤형석 노무사 약력>

- 현 동양노무법인 파트너노무사
- 전 노무법인 길 공인노무사
- 전 재단법인 피플 자문노무사
- 전 한국기독교여자연합회(YWCA) 자문노무사
- 전 강사취업포털 훈장마을 자문노무사
- 케네디리더쉽포럼 수료
- 동국대학교 철학과 졸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