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임산부석, 이래도 되나?…'~척'이 차지,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지하철 임산부석, 이래도 되나?…'~척'이 차지, 성숙한 시민의식 필요
  • 백지선
  • 승인 2014.04.1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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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보건복지부

 


◇ 임산부석에 앉은 비(非)임산부들

아침 출근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 말쑥한 정장 차림의 남자가 앉아 있다. 저녁 퇴근길 역시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에는 교복 입은 학생이 앉아 있다가 내리니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 앉아 있다. 따로 떨어진 노약자석과 달리 임산부 배려석은 눈에 잘 띄지 않고 자신이 앉은 자리가 일반석인지 임산부 배려석인지 아는 이도 많지 않다. 본 기자도 임산부 배려석이 일반석인 줄 알고 무심코 앉았다가 흠칫 놀라 옆자리로 옮겨 앉은 적이 몇 번 있다.

보건복지부가 임산부석을 운영한 지 6개월이 훌쩍 넘었지만 시민들 인식 속에 임산부석은 언제든 비면 달려가 앉아야 하는 하나의 좌석일 뿐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람이 많건 적건 비워놓게 되는 노약자석에 대한 인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임산부 석이 자는 척, 못본 척, 휴대폰 보는 척하는 소위 ~척들족 때문에 보호받아야 할 임산부들이 정작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베이비타임즈가 임산부 석의 이용 실태를 취재했다.

 


◇임산부 배려석에는 임산부가 앉아야 한다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는 서울 1~9호선과 부산, 인천, 광주, 대전 지하철 내 노약자석과 별도로 임산부 배려석을 마련했다. 차량 1대당 2석, 총 1만 5000석을 임산부 배려석으로 표시해 임산부들의 권익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는 인구보건복지협회(이하 인구협회)와 협력해 임산부 배려석을 알리는 캠페인도 벌였다.

하지만 국민들 가운데 아직 임산부 배려석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사람이 많고 좌석 또한 일반석과 크게 구분이 되지 않기에 일반석과 혼동하는 경우도 많다. 배가 부른 후기 임산부에게는 그나마 자리를 양보해주지만 초기 임산부의 경우 임산부 배려석에 앉기 쉽지 않다. 티가 나지 않는 임산부에게 양보를 하고 싶어도 여성에게 일일이 물어볼 수 도 없는 일이다.

 

◇'엠블럼' 고리를 통해 임산부의 권리를 누리자 

정부 당국은 임산부를 배려하는 문화를 활성화하고자 여러 가지 노력을 펼치고 있으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엠블럼' 고리다. 보건복지부와 인구협회는 임산부 배려수칙과 엠블럼 고리를 11만개 배부했으며 국민들에게 임산부에게 배려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임산부 배려 캠페인을 벌여 임산부 배려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특히 엠블럼 고리가 가장 절실히 필요한 사람은 초기 임산부이다. 엠블럼 고리는 산모수첩을 소지한 임산부라면 누구나 지하철 역사에서 받을 수 있다. 장기간 서서 이동해야 하는 임산부일수록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꼭 소지할 필요가 있다.

전세계에서 출산율이 저조하기로 손꼽히는 대한민국. 하지만 이들에 대한 배려 문화가 아직 따라가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임산부 배려석 역시 '임산부 지정석'이 아니라 배려를 해달라는 취지로 마련된 좌석이다. 정부는 임산부 배려석에 임산부가 당당히 앉을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할 것이며 국민들 또한 '남의 일', '손해보는 일'이라 여기지 말고 이들에게 조금 양보할 필요가 있다. 나라의 인재를 양성하는 일에 내가 먼저 앞장 서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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