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희와 부성애, 어울리나요?
이천희와 부성애, 어울리나요?
  • 김아름
  • 승인 2012.10.2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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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뉴시스

 

2003년 ‘바람난 가족’으로 데뷔한 지 10년이 흘렀다. 그러나 이천희(33)에게서 연예계의 ‘묵은 때’는 찾을 수 없다. 2008년 고정으로 출연한 SBS TV 예능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에서 보여준 허술함이나 어리바리한 모습 그대로다. 포장할 줄 모르는 솔직한 화법도 마찬가지다.

‘순딩이’ 이천희가 해외입양의 이면을 다룬 영화 ‘바비’(감독 이상우)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바비’는 2~30년 전 한국, 현재는 동남아 등 해외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입양을 모티브로 한다. 지적 장애를 가진 아빠, 몸이 불편한 여동생 ‘순자’(김아론)와 함께 힘겹게 살아가는 ‘순영’(김새론)이 작은아빠 ‘망택’(이천희)으로부터 해외입양을 강요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천희는 어린 조카를 해외로 강제 입양시키려고 김새론(12)과 김아론(10)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다. 지난해 3월11일 결혼하자마자 2주 동안 집을 비우면서 촬영했다.

“지금 출연하라고 하면 안 하죠”라고 너스레부터 떨었다. “‘망택’을 보고 악역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먹고 살기 힘들었으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했어요. 하지만 딸을 낳고 보니 ‘망태’는 악역이 아니라 그냥 나쁜 놈이더라고요. 내 동생, 내 아이를 입양 보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기 싫어요. ‘망태’는 인간도 아닙니다”고 흥분했다.

“아빠가 되니 세상을 보는 눈이 확 바뀌었다”는 이천희는 연예계에서 소문난 ‘딸 바보’지만 결혼 전에는 아이를 예뻐할 줄도, 놀아주는 법도 몰랐다. “애들과 잘 못 놀아준다. 내 조카가 예쁘게 보이기 시작한 것도 내 아이가 생긴 이후”라고 털어놓았다.

“누나 쉬게 해준다고 17개월 된 조카를 태우고 드라이브를 갔다. 심지어 아이 전용의자가 아니라 보조석에 안전벨트만 착용시켰다. 베이비시트 개념조차 없었다. 중간에 내려서 데리고 간 곳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였다. 나는 커피를 사고 아이니까 애플주스를 사줬다. 무거워서 들지도 못하더라. 결국 요구르트를 다시 샀는데 그것도 처음 먹는 거라 다 토하고. 지금 생각해보니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다”며 웃었다.

아이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딸을 얻은 뒤 달라졌다. “딸 바보가 될 수밖에 없다니까요. 당연한 거예요”라며 싱글벙글했다.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는 어른들도 싫어진다. 또 내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왔을 때 온몸을 샤워하지 않으면 아이를 만지지도 못하게 한다. 지금은 뛰어다니고 말을 하는 조카들을 보면 기특하고 예뻐 보인다”는 마음이다. 오죽하면 “딸을 낳고 영화 속 내 모습인 ‘망택’을 보니 하루아침에 살인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느낄 정도다.

 사진 뉴시스 영화 <바비> 중

 

“충분히 나쁜놈이었는데 감독님은 더 많은 걸 요구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저런 인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연기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그런 모습을 너무 날것으로 보여주면 관객들이 거부감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촬영을 빙자해 욕을 계속하고 때리고 패륜아처럼 굴었다. 관객들이 싫어할 것 같다”면서도 “새론이와 아론이가 나의 폭력과 욕설을 많이 이해해줬다”며 고마워했다.

이천희는 “이 영화를 많이 봐주는 것보다 한 두 명이라도 더 봐서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지만 어딘가에서는 이런 일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 각성도 되고 반성도 될 수 있는 영화다. 각자만의 느낌을 찾았으면 좋겠다. 두 시간 가까이 영화를 보면서 ‘재미있다’나 ‘재미없다’로 판단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거듭 청했다.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고민의 시간이 됐으면 해요. 흥행하려고만 영화를 만들면 다양성이 떨어지잖아요. 예산이 큰 영화가 아니니 많이 느끼는 게 성공하는 것 아닐까요? 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며 한 발 더 나아가 아동 성폭행도 없어졌으면, 아이들의 인권을 생각해주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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