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임칼럼] 스웜 인텔리전스
[조영임칼럼] 스웜 인텔리전스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9.03.0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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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조영임 가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최근 인공지능은 단일 개념이 아닌 스웜 인텔리전스(Swarm Intelligence)라는 분산된 집단적 행동과 자기조직시스템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으로 발전되고 있다. 스웜 인텔리전스라는 표현은 1989년에 제라도 베니와 징 왕이 발표한 셀룰라 로봇 시스템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스웜 인텔리전스는 다른 개체와 환경에 부분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간단한 개체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각 개체의 행동을 지시하는 중앙통제구조가 없더라도 각 개체는 아주 간단한 규칙을 따라 행동하여, 전체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부분적이고 어느 정도는 무작위한 상호작용을 통해 지능적으로 보이는 전체행동을 창의적으로 이끌어낸다.

미국의 과학저술가 피터 밀러는 저서 ‘The Smart Swarm’에서 개미, 꿀벌, 흰개미의 군체와 새, 물고기, 순록의 떼를 영리한 무리라고 정의했다. 저마다 맡은 갖가지 업무를 정확히 파악하여 맡은 바를 충실히 수행하는 개미 군체, 언제나 새 집을 지을 때에 알맞은 나무를 골라내는 꿀벌 군체, 한 마리의 생물처럼 전체가 방향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서로의 행동을 조화시키는 카리브 해의 물고기 떼, 각각의 개체들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단서도 없지만 확실히 알래스카의 번식지에 도달하는 순록 떼 등이 그것이다.

흰개미 개개는 집을 지을 만한 지능이 없지만 흰개미 집합체는 진흙 알갱이에 침과 배설물을 섞어 거대한 집을 짓는다. 이러한 지능 적응능력을 보여주는 집단은 개미나 꿀벌 등 사회성 곤충 집단을 이해하기에 적당하며, 이들의 본질은 개별적으로 갖지 못한 특성이 전체 구조에 의해 자발적으로 출현하는 특징을 갖는다.

최근에 스웜 인텔리전스 모방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개미 떼가 먹이를 사냥할 때 먹이와 보금자리 사이의 최단 경로를 찾아가는 추적능력을 이용하여 통신망 사이에서의 최단경로를 찾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다. 또한 무거운 먹이는 여러 마리가 협동하여 옮기는 것을 이용하여 여러 대의 로봇이 협동하는 소프트웨어 또는 꿀벌 사회가 일을 분담하는 것을 모방하여 생산 공장의 조립공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 등이 개발되고 있다.

생체모방건축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18년 전에 건축된 이스트게이트센터라는 쇼핑몰이다. 이스트게이트는 흰개미집을 모방한 건물로, 동일 사이즈 건물에 비해 전력 사용 비가 10%밖에 안되는 친환경적 건물이다.

작은 흰개미들이 모여 스웜 인텔리전스를 통해 만든 3m의 흰개미집은 버섯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해열을 중간중간 구멍을 통해 내보내며, 아래쪽 구멍으로 시원한 공기가 들어오도록 하여 언제 어디서나 20도 후반에서 30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이를 이용해 이스트게이트는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고 두 건물 사이에 큰 공간을 둔 다음 저용량 선풍기를 설치하여 공기를 순환하게 하고, 1층을 터서 바닥으로부터 외부의 시원한 공기가 유입돼 더워진 내부의 열을 굴뚝으로 내보낸다.

이렇게 이스트게이트는 항상 24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건물 구조를 통해 전력낭비를 줄여 비용을 효과적으로 절감하며 내부온도를 항상 유지할 수 있지만 아직 대중화되지 못하였고 기술적 한계가 어느 정도 있는 점이 아쉽다.

나미비아의 대초원에 사는 흰개미는 진흙 알갱이에 침과 배설물을 섞어 2m 이상 솟아오른 둔덕을 만든다. 개개의 개미는 집을 지을 만한 지능이 없지만 흰개미 집단은 역할이 서로 다른 개미들이 협력해 탑처럼 거대한 구조물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스웜 인텔리전스의 원리를 로봇에 적용하는 분야는 스웜 로봇공학이라 불린다. 대표적인 연구성과는 미국의 센티봇과 유럽의 스웜봇이다. 자그마한 로봇들로 집단을 구성하여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스웜 로봇공학 연구들이다.

미국 국방부(펜타곤)의 자금 지원을 받은 센티봇은 키 30cm인 로봇의 집단을 개발했다. 2004년 1월 이 작은 로봇 66대로 이루어진 무리를 빈 사무실 건물에 풀어놓았다. 이 로봇 집단의 임무는 건물에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건물을 30분 정도 돌아다닌 뒤에 로봇 한 대가 벽장 안에서 수상쩍은 물건을 찾아냈다. 다른 로봇들은 그 물건 주위로 방어선을 쳤다. 마침내 센티봇 집단은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완수해냈다.

벨기에 브뤼셀 자유대의 컴퓨터 과학자인 마르코 도리고가 주도한 스웜봇 계획은 키 10cm, 지름 13cm에 바퀴가 달린 로봇을 개발하여 스웜 인텔리전스를 연구했다. 1991년부터 개미 집단의 행동을 연구한 도리고는 로봇 12대가 스스로 무리를 형성하여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2014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8월 15일자에 킬로봇(Kilobot)이 발표되었다. 미국 하버드대가 개발한 킬로봇은 1,024(2의 10제곱)대의 로봇 집단이다. 김밥처럼 원통형으로 생긴 킬로봇은 키 5cm에 지름은 3cm 정도이다. 개미 집단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된 킬로봇은 떼지능으로 바다에 침몰한 여객기를 수색하거나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구조 작업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같은 해 8월 21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스워미즈(Swarmies)라 불리는 로봇 집단을 시험 가동 중이라고 발표했다. 스워미즈는 네 개의 바퀴 위에 간단한 장치들이 탑재되어 있다. NASA는 스워미즈가 우주로 운반되면 달이나 화성 등 행성 표면을 뒤지고 다니면서 스웜 인텔리전스로 유용한 광물질을 탐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곤충로봇 전문가인 로드니 브룩스는 곤충로봇의 무리가 우주탐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스웜 로봇공학은 전쟁터를 누비는 무인 차량이나 혈관 속에서 암세포와 싸우는 나노로봇 집단을 제어할 때도 활용될 전망이다.

스웜 인텔리전스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집단지능의 일종이다. 상당수의 지식인들이 집단지능을 ‘집단지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 만약 흰개미 무리에게 지능은 몰라도 ‘지성’이 있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군중이나 무리 등 모든 집단이 반드시 ‘지성적인’ 행동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유내니머스(Unanimous) A.I.’는 비록 이름에 A.I. 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만 일반적인 인공지능과는 다른 목표와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바로 합의를 통해 정답을 발견한다. 설립자인 루이스 로젠버그는 성공은 개개인이 함께 일하면서 그들 혼자서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채워 감으로써 얻어진다고 믿는다고 했다.

로젠버그는 개미나 벌, 물고기 떼나 새 떼들이 먹이를 찾아 움직이고 살 곳을 찾는 등의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보면 개개의 개체들은 할 수 없는 정도로 좋은 결정을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자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벌들이 새로운 집의 위치를 가장 이상적인 장소에 찾을 확률은 거의 80퍼센트에 달한다고 한다. 각각의 개체는 질문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후보지를 평가하지도 못하지만 전체 집단은 군집지능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벌의) 뇌들이 모인 뇌로, 신경회로망처럼 작동한다.”

그는 이 방법을 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로 만들어낸 플랫폼이 바로 우누(UNU)다. 즉, “한 그룹 내의 다양한 개체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올바른 결정, 혹은 적어도 한 개체가 내리는 결정보다는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의 스웜 인텔리전스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3억 482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은 2018~2028년의 예측기간 중 상업, 군 및 기타 다양한 산업의 드론·로봇용 수요 확대에 의해 큰 폭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방위용 드론 수 증가 및 보다 높은 효율성에 대한 요구는 세계의 스웜 인텔리전스 시장 성장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이다.

스웜 인텔리전스는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개념과 유사하며, 대중의 지혜가 우리 주위 곳곳에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라는 가정에 기반한다. 즉, 서로 각각의 개체가 다양하며 독립적이고 분산화되어 있으면서도 통합되어 있는 것을 가정한다.

영국의 대중행동 이론가 마크 얼스는 인간은 하나의 무리(herd)일 때 비로소 의미가 있으며, 시장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힘은 제품, 브랜드 또는 한두 명의 천재가 아니라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된 무리들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인공지능은 단일 개체가 아닌 집단 개체의 어떠함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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