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비혼모 사생활 보호권과 아동의 친생부모 알권리
[이슈진단] 비혼모 사생활 보호권과 아동의 친생부모 알권리
  • 송지나 기자
  • 승인 2019.02.0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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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제1부장

“익명성 원하는 친생모의 이익과 자녀의 혈통 알 권리 고려한 제도 필요”

[베이비타임즈=송지나 기자]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는 지난달 2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민·금태섭·백혜련 의원, 전국여성법무사회와 공동주최로 ‘아동인권으로 바라본 출생기록과 가족관계등록법 개정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제1부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자녀가 자신의 등록부에 등재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비혼모의 경우 자녀의 출생신고를 망설이고 더 나아가 자녀를 유기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조경애 제1부장이 발표한 ‘비혼모의 사생활 보호권과 아동의 친생부모 알권리 실현을 위한 검토’ 주제를 요약했다.

◇ 친생모와 자녀의 이익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방안

비혼모가 자녀의 양육을 포기하고 입양을 원하는 경우에 반드시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여야 한다. 그런데 비혼모가 출생신고 후 입양시설에 입양을 위탁했더라도 자녀가 입양되지 않을 경우에는 비혼모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녀는 계속 현출된다. 뿐만 아니라 입양되었던 자녀가 파양될 경우 비혼모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다시 자녀가 현출된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자녀가 자신의 등록부에 등재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비혼모의 경우 자녀의 출생신고를 망설이고, 더 나아가 자녀를 유기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베이비박스 아동의 유기 현황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입양곤란을 유기동기로 진술한 경우가 유기건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유기동기의 확인이 가능한 모집단 총 895명 중 출생신고의 문제로 유기한 경우는 총 135명(15.7%)을 차지해 가족관계등록부에 자녀 출생 사실이 현출되는 것이 출생신고를 망설이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사회 일각에서는 입양특례법을 개정하여 입양허가제를 폐지하거나 친생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도 아동이 입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으나 출생신고는 아동 복리와 직결된 사항으로 이에 찬성할 수 없다.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고자 하는 친생모들이 자녀를 유기하거나 베이비박스에 두고 가버리는 사례들이 우리사회에 지금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 경우 신고의무자들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므로 아동은 기아로 출생등록을 하게 되고 평생 친생모나 부를 알 수 없게 된다.

한편 친생모의 입장에서는 임신 출산에 이르는 전 과정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와 죄책감에 시달리고 건강상으로도 위험한 여건에 처할 수 있어 익명성을 원하는 친생모의 이익과 자녀의 혈통을 알 권리를 고려한 제도가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에는 임신 후 익명으로 상담 받고 익명으로 출산할 것을 결정한 여성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에서 안전하게 출산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임신여성의 지원확대 및 신뢰출산에 관한 법률’이 2014년 5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동 법에서는 출생 후 1주일 내에 친생모의 익명으로 출생신고를 하되(신분등록법 제18조 제2항) 친생모의 인적사항이 담긴 혈통증서를 남기게 함으로써 자녀가 16세가 되면 자신의 혈통을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친생모는 혈통증서 열람에 반대의사를 표시할 수 있고 연방가족시민사회업무청이 혈통증서 열람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 자녀는 가정법원에 혈통증서 열람에 대한 결정을 구하는 청구를 할 수 있다. 이때 가정법원은 친생모가 계속해서 익명성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이익과 자녀가 친생모를 알 이익을 비교 형량하여 열람 허용여부를 판단한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2018년 2월 7일 발의된 바 있다. 이 법안에 대하여는 생명권 보호 및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에 적합하다는 의견과 아동유기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으며 아동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고, 조문 구성 등과 관련하여서도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위 법안에서는 입양정보와 친생모의 신원정보의 공개에 관한 사항 등을 대법원 규칙으로 위임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항은 법률에서 명확하게 규정될 필요가 있다. 또한 위 법안에 따른 비밀출산으로 출산 후 입양절차가 진행되었을 경우 민법상 친양자 입양에 해당하는지, 이 경우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에도 친생모의 익명이 기재됨으로써 친생모의 신상을 알 수 없게 되는지 혹은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가 독일법상 혈통증서에 상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자녀가 친생모의 신상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것인지, 혹은 친양자 입양 가운데 비밀입양의 경우를 별도로 취급하여야 하는 것인지 등이 분명치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친생모와 자녀의 이익을 함께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행 입양제도는 민법상 입양과 입양특례법상 입양으로 나누어 규율되고 있다. 입양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은 민법에서 규정하더라도 민법과 입양특례법의 적용 대상 아동을 구분하여 법적 절차를 달리 하는 것은 아동이익 최우선의 원칙에 반하므로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사항은 민법과 입양특례법, 가족관계등록법이 통일된 체계로 정리될 수 있도록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제1부장이 1월 23일 국회에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전국여성법무사회가 공동 주최한 ‘아동인권으로 바라본 출생기록과 가족관계등록법 개정방안 토론회’에서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제1부장이 1월 23일 국회에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전국여성법무사회가 공동 주최한 ‘아동인권으로 바라본 출생기록과 가족관계등록법 개정방안 토론회’에서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 공개되지 않도록 차단 필요

‘입양특례법’에서는 이 법에 따라 양자가 된 사람이 중앙입양원 또는 입양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자신과 관련된 입양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친생부모가 정보의 공개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친생부모의 인적 사항을 제외하고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입양특례법 제36조 제1항, 제2항). 이 규정은 입양인의 정체성을 알 권리와 친생부모의 사생활 보호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에서 반영된 내용이다.

한편 ‘가족관계등록법’ 제14조 제2항 제1호 및 제7항은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는 친양자가 성년이 된 이후에만 교부 청구가 가능하도록 규정하여 친양자가 성년이 되면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의 열람 및 교부 청구가 가능하다.

‘입양특례법’상 입양된 아동은 ‘민법’상 친양자와 동일한 지위를 가지며(입양특례법 제14조),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의 발급은 ‘입양특례법에 따른 가족관계등록사무 처리지침’ 제15조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발급에 관한 사무처리 절차에 따라 결국 ‘입양특례법’에 따른 입양이든 ‘민법’에 따른 친양자 입양이든 친양자가 성년이 되면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를 제한 없이 열람이 가능하다(등록사항별 증명서의 발급 등에 관한 사무처리지침 제3조).

이렇게 볼 때 정보공개와 관련하여 같은 사안을 가지고 ‘가족관계등록법’과 ‘입양특례법’은 괴리가 있다. 즉, ‘가족관계등록법’에서는 성년이 된 친양자는 자신의 친생모에 대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미성년인 경우에는 불가능하며, ‘입양특례법’에서는 미성년자녀도 정보공개청구권을 가지나 친생부모가 정보공개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망이나 의료 상 목적 등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친생부모의 인적 사항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다.

우선은 성년인 경우 친양자가 무제한으로 친생부모의 기록사항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 점은 시정될 필요가 있다. 친생부모의 신청이 있는 때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친생부모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록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차단하는 규정의 마련이 필요하다.

다만 아동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하여 기록차단의 경우나 ‘입양특례법’상 정보공개신청이 거부된 경우에도 불복절차를 두어 이의제기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친생부모가 사망 기타 사유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와 의료 치료상 목적이 있는 경우를 별개의 사유로 규정하여 각각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친생부모의 동의가 없더라도 입양정보 공개가 가능하도록 법조문을 명확하게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아동은 출생 즉시 등록되어야 한다는 점, 위기 임신과 출산에 있어서 상담지원이 강화되어야 하며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 여성의 재생산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 여성의 임신·출산·육아에 있어서 혼인 가족 제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제거되어야 한다는 점에 적극 동의하면서 유엔아동권리협약과 헤이그 협약(국제입양에 관한 아동의 보호 및 협력에 관한 협약)에 나타난 아동의 인권 보호와 아동의 이익최우선 원칙, 그리고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개인의 행복추구권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가족관계등록법’에서 잘 구현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에 대한 개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 정리=송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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