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어린이집 원장, 복지부 감사 앞두고 투신 사망
가정어린이집 원장, 복지부 감사 앞두고 투신 사망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10.2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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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아파트 가정어린이집 운영...전수조사에 심적부담
어린이집단체 “쥐꼬리 지원해 주고 감사라니?” 분통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경남 창원의 한 가정어린이집 원장이 보건복지부의 감사를 앞두고 투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가정어린이집 원장들은 10명 안팎의 원아를 받아 운영하는 작은 어린이집조차도 감사대상으로 선정하는 등 무리한 감사방침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며 분노하고 있다.

창원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27일 오후 4시 40분쯤 창원시 의창구 한 아파트에서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정모(49·여) 원장이 어린이집이 있는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정 원장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최근 감사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중 가족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남기고 아파트 15층에서 투신했다.

정 원장은 최근 유치원과 어린이집 비리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가족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장은 자신의 주거지인 아파트 1층에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었다.

정 원장은 투신하기 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들을 잘 키워줘서 고맙다”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정 원장이 보건복지부로부터 감사대상이라는 통보를 받고 힘들어 했다는 유족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어린이집의 열악한 환경을 호소하는 어린이집 원장들.
어린이집의 열악한 환경을 호소하는 어린이집 원장들.

경상남도가 복지부로부터 통보받은 지도점검 대상 어린이집은 3000여곳 중 261곳으로, 정 원장이 운영하는 가정어린이집도 포함돼 있었다.

복지부는 지난 22일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 어린이집을 조사하고, 그와 별도로 부정 수급이 의심스러운 어린이집 2000여 곳을 골라 12월 중순까지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어린이집 단체들은 정 원장의 투신 사망과 관련해 “세금 많이 들어가는 국공립어린이집이나 감사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영유아 몇명이 있는 곳이 무슨 감사할 것이 있느냐”면서 무리한 감사방침이 가정어린이집 원장의 투신자살을 불러왔다고 분노했다.

이들은 “보육료 모두 들어와도 일반 회사의 직원 월급 한 명분도 안되는 돈으로 운영하는 곳에 무슨 감사할 것이 있다고 감사를 하느냐”면서 “아이들 급간식비로 하루 1745원 쓰라고 하고 급간식대도 보육료에서 주라고 하면서 감사할 게 있느냐”고 반발했다.

이들은 또 “영유아 한 명이 있든 몇명이 있든 백명 있는 어린이집과 똑같이 서류는 해야 하고, 150 종류가 넘는 서류와 감사에 치여 병을 얻은 원장들이 많다”며 열악한 가정어린이집의 현실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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