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김치·골판지상자에 대기업 5년간 ‘노터치’
음식점·김치·골판지상자에 대기업 5년간 ‘노터치’
  • 이성교 기자
  • 승인 2018.05.2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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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특별법, 국회 통과로 신규 시장진입 금지
“영세업종 최소한 사회안전망 확보 vs. 업종 혁신·소비자 편익 역행”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과 중소기업 단체 대표들이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를 다지고 있는 모습.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지난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과 중소기업 단체 대표들이 법안 제정을 촉구하는 결의를 다지고 있는 모습. 사진=중소기업중앙회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음식점·김치·두부·골판지상자 같은 영세한 소상공 및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대기업이 향후 5년간 진입할 수 없게 됐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진입으로부터 영세 소상공 및 중소기업 업종·품목을 법으로 보호하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날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의 처리로 현재 동반성장위원회가 지정권고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73개를 포함한 소상공인 생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업종과 품목을 소상공인단체는 동반성장위에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소상공인단체는 적합업종 품목 중 1년 이내에 (품목지정) 합의 기간이 만료되는 업종, 적합업종 합의도출이 신청된 품목 가운데 대기업이 사업을 인수, 개시 또는 확장함으로써 해당 업종·품목을 영위하고 있는 소상공인의 현저한 피해 발생이나 가능성이 있어 시급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업종·품목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신청할 수 있다.

지정 신청을 받은 동반성장위는 심의위원회에 추천하고, 심의위원회는 3개월 이내에 업종의 영세성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생계형 적합업종을 지정한다. 심의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소속으로 둔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받으면 지정일로부터 향후 5년 동안 해당사업에 대기업은 인수, 개시, 확장 등 신규 시장진입을 하지 못하게 된다. 위반하는 대기업에는 시정명령이 내려지며,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기업은 매출액의 5% 이내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또한 특별법은 생계형 적합업종의 지정·고시 당시에 해당 업종·품목을 영위하고 있는 대기업에는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에 따라 3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품목·수량·시설·용역과 판매촉진활동 등 영업범위를 제한하도록 권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동안 중소기업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지정74개 품목 중 2017년에 권고기간이 해제되는 금형, 떡국떡, 골판지상자 등 54개 품목의 보호를 위한 대책을 촉구해 왔다.

중소기업단체의 맏형 격인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특별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를 환영하며 “골목상권 보호와 함께 영세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중앙회 박성택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여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을 수차례 만나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의 조속한 실현을 설득한 결과, 28일 국회를 통과했다”면서 “법시행 이후 제도가 빨리 안착하고 소기업·소상공인들이 보호에 안주하지 않고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중앙회 차원에서 현장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소상공인 간 건전한 경쟁을 바탕으로 자립기반이 제고돼 우리 사회의 건전한 경제 생태계가 조성되는 전기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다만, 연합회는 현재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1년 내 합의 기간이 만료되는 업종·품목이 먼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 특별법의 소상공인 보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에 재계는 그동안 소상공인 보호라는 기본취지에는 찬성의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생계형 소상공 및 중소기업의 업종 및 품종이 대다수 ‘저자본 저부가가치 업종’인 점을 해당업종의 혁신과 성장에 부정적 효과, 소비자의 편의성 및 선택권 침해를 지적하며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에 불편한 심기를 표시해 왔다.

이 같은 재계의 입장을 대변해 온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번 생계형 적합업종뿐 아니라 현재 시행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국제통상 마찰 가능성, 경쟁과 자생력 기반의 시장주의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폐지를 적극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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