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서울시금고 독점 빼앗긴 이유는?
우리은행, 서울시금고 독점 빼앗긴 이유는?
  • 김복만 기자
  • 승인 2018.05.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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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년만에 신한은행에 서울시 1금고 자리 내줘
전산시스템 교체 따른 혼란에 금융 안정성 훼손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서울시는 지난 3일 복수의 금고 체계를 처음 도입한 차기 시금고 지정공모에 대한 심사 결과, 신한은행이 제 1금고에, 우리은행이 제 2금고에 각각 선정됐다고 밝혔다. 

제 1금고에 선정된 신한은행은 서울시의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약 32조원을 내년부터 4년간 서울시의 실질적인 주거래 금고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제 2금고에 선정된 우리은행은 성평등기금과 남북교류기금 등 약 2조원의 기금을 담당하게 됐지만 지난 104년간 서울시 금고를 독점적으로 맡아왔던 점에 비추어 보면 사실상 신한은행에 서울시 금고를 뺏긴 셈이 됐다.   

우리은행은 올해 3월 지난 십여년간 신한은행이 주거래은행을 맡아왔던 국민연금의 주거래 은행으로 선정되는 등 기관 영업에 강점을 보여왔고 장기간 서울 시금고를 운영해 왔었기에 이번 서울시 금고 유치전은 우리은행이 제 1금고로 선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손태승 행장 취임 5개월여만에 104년간 지속됐던 우리은행의 가장 오래된 고객을 경쟁은행인 신한은행에 내주게 되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서울시 금고 입찰경쟁에서 패배한 이유로 은행 내부의 너무 안이한 대응전략을 지적하고 있다.   

일례로 우리은행은 3,000억원을 들인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지난 2월 가동하기로 했다가 최종 테스트를 앞두고 돌연 5월 8일로 약 3개월을 연기함으로써 전산시스템에 대한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당시 우리은행이 전산시스템 교체 일정을 급하게 번복하면서 서울시 아동급식카드 이용과 관련해 큰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의 금융시스템 중단 일정을 미리 공지받지 못한 서울시는 금융거래 중단을 2주 앞두고 긴급 회의를 열어 연휴기간 결식아동에 대한 식사제공 방안 등을 급하게 강구했다.

그러나 금융거래 중단 이틀 전에 돌연 전산교체 작업이 미뤄지면서 서울시는 부랴부랴 아동급식카드를 정상적으로 사용가능하다고 각 가정에 공지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금융거래 중단 일정을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큰 혼란이 없었을텐데 아쉽다"면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이번 5월 5일~7일 연휴 기간 사흘동안 우리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위한 금융거래 중단에 대비해 서울시는 아동급식카드를 편의점과 음식점에서 선결제하도록 각 구청에 조치하는 등 우리은행 금융거래 중단으로 두 번에 걸쳐 불편을 겪어야 했다. 

우리은행 홈페이지에 게재된 금융거래 중단 안내문 캡처.
우리은행 홈페이지에 게재된 금융거래 중단 안내문 캡처.

우리은행은 지난 3월에도 서울 시민 70만명에게 잘못된 전자 고지서를 발송해 물의를 일으켰다.  이날 발송된 고지서에는 도로사용료 12만8,000원을 납부하라는 고지서가 70만명의 서울 시민에게 동시에 이메일로 발송됐다. 

서울시는 해당 메일을 수신한 시민들에게 부랴부랴 사과하는 이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서울시 사과문 전문

서울시 도로점용사용료 전자고지 안내메일 오발송 사과 안내

금일 새벽에 발송된 3월정기분 도로점용사용료 전자고지 안내메일 중 시스템 오류로 오발송된 건이 있어 정정 안내 및 사과메일 보내드립니다.

오늘 '서울시 2018년 03월 [구일반]도로사용료정기분 전자고지 안내'라는 제목으로 수신하신 이메일은 시스템 오류로 잘못 받으신 것입니다.

수신자 오류발송으로 인하여 개인정보 유출 여부에 대해서는 이택스 회원 분들께 일부 발송 된 점과 첨부파일은 보안처리 되어 열람 및 개인정보 유출이 없음을 확인드립니다.

아침부터 혼선을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시스템 점검(우리은행 이택스 운영사업본부)을 통하여 추후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서울시는 시금고 선정시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 및 재무구조의 안정성(30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18점) ▲시민의 이용 편의성(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5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사업(9점)등 5개 분야 18개 세부항목에 대해 심사를 했지만 전산시스템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도 지난 3일 “새로운 은행이 제1금고로 선정됨에 따라 시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산시스템 구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산 시스템에 대한 부분은 특히 강조한 바 있다.

또따른 원인 중 하나는 채용비리 수사에 따른 업무 공백이다. 

지난해부터 우리은행은 전임 행장을 비롯한 임원진들의 채용비리 수사 건으로 은행 내부의 전력이 크게 약화된 점도 원인으로 꼽히고 평판리스크 관리에 허점이 노출된 점도 결과적으로는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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