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근로시간 68시간→52시간 단축…장시간 근로 ‘제동’
주당 근로시간 68시간→52시간 단축…장시간 근로 ‘제동’
  • 이성교
  • 승인 2018.02.2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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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558만명 근로시간 단축 대상에서 제외돼
근로시간 단축 비용 70% 중소기업 집중…최저임금 이어 타격 우려

[베이비타임즈=이성교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장시간 근로 관행에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되면 ‘여유있는 삶’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반면에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비용 부담이 커지게 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아직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 중견·중소·영세 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추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근로시간이 줄어들 경우 생산 수준을 유지하려면 추가 고용이 필요하고, 민간부문 법정 공휴일 유급휴무 제도가 도입되면 공휴일 근무에 지급해야 할 임금 수준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 국회,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 ‘초석’ 마련 평가 =
현행 근로기준법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1주일에 40시간, 1일에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이다.

이와 별도로 노사 당자사가 합의했을 경우 1주 12시간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가 가능하다고 돼 있어 법적으로 주당 근로시간 한도는 총 52시간이 된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 2000년 9월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을 ‘근로일’에서 제외해 토·일요일 8시간씩 총 16시간의 초과근무를 허용, 주당 근로시간 한도를 68시간까지 인정해 왔다.

환경노동위에서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치면 1주일 최장 근로 가능 시간이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환경노동위는 또 주당 근로시간 제한 규정에서 제외하는 ‘특례업종’을 기존 26종에서 육상운송업·수상운송업·항공운송업·기타운송서비스업·보건업 등 5종으로 대폭 줄였다.

의료·운수 등 대부분의 공익성 사업들에서 근로시간을 제한하면 국민 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연장근로 제한에서 제외하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으로 지정해왔다.

특히 집배 노동의 근로시간은 연간 2,869시간, 버스 운전기사의 1일 평균 노동시간은 11.7시간에 각각 달해, 과로에 따른 사망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환노위는 또 휴일근무수당의 지급 기준을 현행 통상임금의 150%로 못박았다.

그동안 산업계는 고용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8시간 이하의 휴일근로에 대해 150%의 수당을 주고고 8시간 이상의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200%의 수당을 지급했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 근로자 10명 중 3명 근로시간 단축 혜택 보지 못해 = 환노위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을 근로시간 단축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은 오는 7월 1일부터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50∼299인 기업과 5∼49인 기업은 각각 2020년 1월 1일, 2021년 7월 1일부터 법을 적용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5인 미만 기업 소속 근로자 보호 조항은 빠져 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현재 전체 임금 노동자 수는 1,99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 수는 28.1%인 558만명에 달한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은 대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며, 상당수가 사회보험 미가입자여서 최우선 보호계층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여야는 이들을 근로시간 제한 적용 대상에서 배제했다. 전체 근로자 10명 중 3명을 장시간 근로의 사각지대에 방치해놓은 셈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관공서 법정 공휴일 도입 대상에서도 빠졌다.

여야는 또 30인 미만의 기업에 대해 2022년 12월 31일까지 특별연장 근로시간 8시간을 추가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1,100만명으로 추산되는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은 향후 4년간 주당 근로시간 한도가 60시간까지 유지된다.

◇ 근로시간 단축 비용 70% 中企에 집중…기업 부담 연 12조 =
한국경제연구원이 27일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주 최장 근로 52시간 제한’ 규정이 실행된 뒤 기업이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휴일 중복 가산(통상임금 200%) 효과를 빼고 연간 12조1,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약 26만6,000명의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이를 추가 고용으로 메우면 현금·현물급여 등 직접 노동비용으로 9조4,000억원이 필요하다. 이들에 대한 교육훈련비, 직원채용비, 법정·법정 외 복리비 등 간접 노동비용 약 2조7,000억원도 마련해야 한다.

업종별로 보면 근로시간 단축 비용의 약 60%에 해당하는 7조4,000억원이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운수업의 근로시간 단축 비용도 1조원에 이른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고용행태별 근로실태 조사’(2012년 정규직 기준)에 따르면 제조업의 월평균 초과근로 시간은 28.1시간으로, 전체 업종 가운데 1위였다. 광업(26.2), 운수업(16.8), 사업시설관리(13.9), 전기가스수도사업(13.7) 등도 초과 근로가 많은 업종 상위 5위권에 들었다.

◇ 30인 이상 사업장 오히려 임금 감소 가능성도 =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3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연 추산에 따르면 현재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1~29인 영세 사업장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초과근로 수당이 지켜지고, 휴일수당 중복가산까지 적용되면 근로자의 임금은 5.6%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초과근로 시간이 많은 30~299인,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주당 연장근로가 12시간으로 제한되면 지금보다 각 0.4%, 0.9% 임금이 줄어든다.

더구나 이번 여야 합의안에서 휴일수당 중복가산(통상임금 200%)을 없애고 현행 규정(통상임금 150%)이 유지됐기 때문에 임금 감소 가능성은 휴일수당 중복가산을 가정한 한경연의 분석보다 더 클 가능성도 있다.

다만 휴일수당 중복가산이 빠진 대신 민간 부문 법정공휴일 유급휴무 제도가 도입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이 임금 수준에 미칠 정밀한 영향 분석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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